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모두 사람들이 멀리한 체 침체기에 빠졌다. 문화예술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월 대보름이 되면 질펀하게 풍장을 울리며 함성을 치던 고색동 줄다리기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펼쳐지던 척사대회도 모두 취소되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일단 피하고 보기 때문이다.

 

수원미술전시관을 비롯하여 미술관 등도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기 진정될 때까지 개관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음악회 등도 모두 취소되어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마땅히 찾아갈만한 곳이 없다. 겨우 전시가 이루어지는 곳을 찾다보니 팔달구 화서문로(북수동)에 소재한 예술공간 봄만이 유일하게 전시를 열고 있다.

 

9일 오전, 예술공간 봄을 찾아갔다. 이윤숙 작가는 저희 예술공간은 시민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1월 한 달을 쉬고 전시를 시작했다고 전한다. 전시실을 찾아온 사람도 두어 사람이지만 전시를 하는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으니 이곳을 찾아온 듯하다. 예술공간 봄은 1월에 전시공간을 새롭게 조성했다.

 

1전시실과 지하 제2전시실은 전시를 하고 있고, 본 건물에 있던 카페 옆 전시공간은 카페로 조성했다. 결국 예술공간 봄에는 1, 2, 3층에 카페가 자리하게 된 것이다. “장애인들이 전시관을 찾아오면 휠체어를 타고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전시실을 카페로 바꾸고 출입구를 내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개조를 했다는 설명이다. 거기다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편안하게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찻값도 절반가격으로 내렸다고 한다.

 

 

한수민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안녕 난 요정

 

예술공간 봄 제1전시실은 첫 번째 개인전을 여는 한수민 작가의 안녕 난 요정(Hello I'm Pixie)’20일까지 전시된다. 한수민 작가는 대구 계명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작가는 2019- 단체전 서울로미디어캔버스 4회 기획전시(서울미디어캔버스, 서울)2019- 단체전 EDITABLE:첨삭가능한(수창청춘맨숀, 대구) 등에서 전시를 가졌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평범하고 흔한 일상 속에서 나는 우연히 작은 요정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비록 조그마하지만 항상 열심히 할 일을 해내고 있고, 그 작은 힘을 모아 큰 일을 이루어 내고야 만다. 비록 우리 눈에 크게 띄지는 않지만. 우리 일상속의 큰일부터 사소한일 까지도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일과 상황에는 그것들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작은 요정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밝히고 있다.

 

전시실을 들어서면 벽면에 작품들이 갈려있고, 한 곳은 검은 커튼으로 막아놓았다. 그 안에 침대가 놓여있다. “안에 비치된 침대에 누워 감상하는 전시입니다. 어두우니 안전에 주의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그 침대에 누워 어린시절 우리가 꿈꾸던 모든 것을 기억해내고, 다시 한 번 어린시절을 생각해 내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이윤숙 작가가 설명해준다.

 

 

한수민 작가의 작품에 붙여놓은 설명을 보면 여름에 마시는 뜨거운 커피의 요정’, ‘안녕 난 요정’, ‘내친구’, ‘질소의 요정’, ‘이빨요정’, ‘유혹의 요정등의 명칭이 붙어있다. 말 그대로 어릴 적 자신이 꿈꾸던 시절로 돌아가 요정이 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표현해 낸 듯하다.

 

사람은 누구나 결핍을 가지고 있다. 결핍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고 살면서 결핍이 생기기도 한다. 평생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며 그 구멍을 채우려한다. 나에게 있어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찾은 방법이 붓을 드는 것이었다. 캔버스 위에 붓으로 칠하고 바르고 뭉게는 것이 나름의 몸부림이었다. 그 붓으로 나는 남들이 보는 내가 아닌, 다른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 고은이는 자신의 개인전인 꽃밭에서의 작가노트에서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붓을 들었는가도 모르겠다고 한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 전공을 한 작가는, 2014 이앙갤러리(서울), 2015 RE:BORN _한전아트센터(서울), 2017 부스 _한전아트센터 갤러리(서울), 2018 부스 _꿈의 숲 아트센터 드림갤러리(서울), 2019 RE:BORN _혜화아트센터(서울) 등에서 전시를 가졌다.

 

작가는 꽃이라는 매개는 그때의 이며 지금의 이기도 하다고 했다. 꽃이라는 그 뻔한 매개체 안에 나를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붓의 날림과 흘림과 물감의 뭉겜과 거친 느낌은 꽃이라는 이미지와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의 표현을 주어, 뻔한 것 같지만 뻔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단다. 먹과 아크릴의 섞임으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의 사용으로 이질감을 주고, 스케치만 되어있는 일부분은 결핍을 표현했다고 작가는 직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런 전시장은 또 처음이야

 

15, 연말이 되면서 곳곳에서 행사가 벌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많은 곳을 찾아다니면서도 정작 그 소식을 전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서둘러 예술공간 봄을 찾았다. 갈 곳은 많지만 평소 안면이 있는 작가들이 전시를 한다고 하면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생활이기 때문이다.

 

예술공간 봄의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고은이 작가의 꽃밭에서를 보기위해 전시실을 들어서다가 순감 멈칫했다. 전시실 공간 가운데 탁자가 놓여있고 방석이 있다. 이런 전시공간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왜 이렇게 전시공간 가운데 탁자와 방석을 놓은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전시공간 가운데 놓은 자리를 피해 작은 방을 다니며 작품을 본다. 말 그대로 꽃밭에서이다. 그 꽃밭 안에 서 있는 나 스스로도 꽃이 된다. 작가는 작업이라는 것은 누군가 보아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 작업이 무대위에 올려진 순간, 내 작업의 아우라는 보아주는 이, 관객에게 있다. 꽃밭이라는 무대 위에 서 있는 주인공은 관객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 난 관객이 아닌 꽃이 되었다.

 

 

3전시실에는 이상아 개인전 <..(WAITING)> 전 열려

 

1전시실을 돌아보고 난 뒤 제3전시실을 찾았다. 이상아 개인전인 기다림(WAITING)’ 전이 열리고 있다.

조용히 살아 숨 쉬는, 하지만 말없이 한 자리에서 물과 햇빛을 기다리는 하는 화분. 빛에 반짝이고 때로는 바람에 일렁이며 나에게 시원하게 풍덩 빠져보라고 유혹하는 수영장. 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마치 cctv처럼 말없이 바라보며 느껴지는 모든 기를 담고있는 오브제(objet). 이러한 소재들은 밖에서 보면 보이지 않고 활짝 열어야만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같은, 안을 들여다보면 따스한 빛을 품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준비하고 누군가 기다리는 모습을 디테일(detail)하게 만들어 준다.”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

 

전시가 되어있는 작품들의 공통점은 창문과 의자, 테이블, 화분, 계단 등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기다림은 어떤 것일까? 안을 들여다보아야만 하는 기다림은 밖에서 보면 꽉 닫혀있는 차가운 문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열어보면 그 안에 얼마나 따뜻한 온기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지를 작가는 이야기 한다.

 

 

전시되어 있는 이상아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를 이렇게 맥을 놓고 기다린 적이 있었음을 기억해 낸다.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 작품을 보고 아무런 느낌도 없다면 굳이 전시를 보아야만 할까? 늘 전시공간을 찾아다니지만 무엇인가를 찾아보려고 애쓴다. 그것이 작가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 때문이다.

 

28일까지 계속되는 예술공간 봄 제1전시실 고은이 작가의 꽃밭에서, 3전시실 이상아 작가의 기다림(WAITING)’ 전을 보면서 전혀 무관한 두 작가의 작품이 오버랩 된다. 똑 같지 않은 작품들. 기다림에서 보이는 의자와, 꽃밭에서 전시공간의 탁자와 방석 때문인가도 모른다. 28일까지 예술공간 봄에서 전시되는 두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냉정한 도심 속에서 경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 현대인들의 마음속에 있는 욕심과 욕망으로 인해 진정 가치있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릴 때가 많다, 사랑의 단비 red rein이 흡족히 내려서 욕심과 욕망으로 점철된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진리의 메타포 빛으로 인해 환하게 밝아졌으면 한다

 

팔달구 화서문로 76-1에 소재한 예술공간 봄 제1 전시실에서 815일까지 전시하고 있는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전시모임 ‘2019 전시그룹 PIZA 7회 행복의 깊이 전에 작품을 출품한 박미정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글에서 작가노트로 소개한 글이다.

 

박미정 작가는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을 졸업했으며 제37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부문 특선, 12회 전국춘향미술대전 특선, 2회 나혜석 여성미술대전 입선, 19회 나혜석미술대전 입선 등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한국모던아트작가회전을 서울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었으며 2인전을 서울 아트스페이스 퀼리아에서 열기도 했다.

 

 

14명의 작가들 작품을 만나다

 

12, 며칠 째 폭염주의보와 경보가 연일 전해진다. 이런 날 취재를 하기 위해 길을 걷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예술공간 봄을 찾아갔다. 전시는 계속되고 있지만 워낙 무더운 날이라 그런지 전시공간을 찾아오는 관객은 몇 사람 되지 않는다. 그래도 꾸준히 사람들이 찾아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고 관계자가 말한다.

 

1전시실에 마련한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전시는 모두 1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현재 태광중학교 미술교사인 김진화 작가, 김영은 작가, 강민수 작가, 문애경 작가, 박미정 작가, 현 귀인중학교 미술교사인 박상준 작가, 방성희 작가, 신아름 작가, 현 중등학교 미술교사인 심현지 작가, 양정아 작가, 유민혜 작가, 이하진 작가, 임채은 작가, 현 여수여자중학교 미술교사인 진정선 작가 등 14명이다.

 

예술공간 봄의 제1전시실은 입구를 들어서면 가운데 홀이 있고 작은 방 세 칸이 마련되어 있다. 가운데 홀과 작은 방 벽면에 전시되어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찬찬히 돌아본다고 해도 관람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예술공간 봄에서는 많은 작가들이 전시에 참여할 때는 몇 개의 전시실에 작품을 나누어 전시하기도 한다.

 

 

작가마다 독특한 화풍으로 작품 구상

 

14명 작가의 작품을 돌아보고 있는데 그 중에 눈에 띠는 작품이 있다. 양편으로 대나무가 자라고 있고 그 가운데 널찍한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한 사람은 바위 위에 누워있고 또 한 사람은 부채를 든 손을 뒷짐을 지고 있다. 현 귀인중학교 미술교사인 박상준 작가의 대밭의 두 사람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눈에 들어온 것은 대나무 밭이라는 점과, 바위 위에 삿갓을 눌러쓰고 누워있는 모습, 그리고 부채를 든 채로 뒷짐을 지고 있는 편한 정경 때문이다. 여행을 자주 다니던 나로서는 이런 정경이 눈에 익은 모습이고, 특히 대나무로 만든 악기를 전공했던 나로서는 대나무의 그 정취가 아직도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미술전시를 하는 곳을 자주 찾아가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작품보다는 이렇게 눈에 익은 모습이 늘 반가운 것은 아직 미술에 대한 식견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들의 작품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한 작품이라도 이해를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는 것 하나만으로 무더위가 가시는 듯하다. 15일까지 전시되는 예술공간 봄의 2019 전시그룹 PIZA 7행복의 깊이 전’. 시간을 내어 한 번 들려보길 권한다.

 

사적 제3, 그리고 세계문화유산. 사적 안에 또 보물을 간직한 곳, 화성은 서쪽으로는 팔달산을 끼고, 동쪽으로는 낮은 구릉의 평지를 따라 쌓은 평산성이다. 정조는 그의 아버지 장헌세자에 대한 효심에서 화성으로 수도를 옮길 계획을 세우고, 정조 18년인 1794년에 성을 쌓기 시작하여 2년 뒤인 1796년에 완성하였다.

 

실학자인 유형원과 정약용이 성을 설계하고, 거중기 등의 신기재를 이용하여 과학적이고 실용적으로 쌓았다. 화성은 다른 성곽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동문인 창룡문, 북문인 장안문, 서문인 화서문, 남문인 팔달문의 4대문을 비롯한 각종 방어시설들과 돌과 벽돌을 섞어서 쌓은 특이한 성이다.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된 수원 화성. 이번에 화성을 돌아본 것이 벌써 7번째이다. 화성을 걸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한 마디로 싸움을 하기 위한 성곽이긴 하나, 그것이 다가 아니란 생각이다.성은 쌓은 후 약 200여년이 흐르는 동안 성곽과 시설물이 무너지기도 하였다.

 

 

한국전쟁 때는 많은 파손을 가져왔으며, 여기저기 탄흔이 보이기도 한다. 1975년부터 보수,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수원 화성.효심에서 시작되어 당파정치의 근절과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해 그 결실을 보기 위해 축성을 한 화성. 국방의 요새로 활용하기 위해 쌓은 화성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화성이 꽃피는 계절을 맞이하여 꽃으로 치장을 하였다. 화성과 꽃, 화성을 돌다가 보면 주변에 핀 꽃들과 유난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 일부를 소개한다.

 

4월인가 했더니, 그동안 날씨가 영 꽃구경을 할 만큼 받쳐주지를 않았습니다. 비가 오는가 하면, 일기가 변덕스러워 일교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죠. 이럴 때는 꽃조차 마음대로 피고지지를 못합니다. 그런 기온이 모처럼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좋은 날을 만난 것이죠. 경기도청에서는 419일부터 21일까지 벚꽃축제를 한다고 합니다.

 

내일은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 중 도로와 나란히 가는 길이 목책 길로 조성이 되어, 첫 걸음을 걸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18일 오후, 광교저수지 길을 따라 걸어봅니다. 내일 개통을 준비하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듯, 위쪽에서는 아직도 중장비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이 길보다 개인적으로 수변산책로를 좋아합니다.

 

 

계절별로 느낌이 다른 수변산책로

 

제가 이 수변산책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첫째는 흙을 밟고 걸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둘째는 길이 자연입니다. 광교저수지를 끼고 난 산책로는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하고 걸어야 합니다. 흡사 작은 바닷가에 난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길을 즐겨 걷습니다.

 

이 길의 좋은 점은 사계절 모두 느낌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봄에 이 길을 걸으면 마치 새색시의 수줍음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여름이 되어 녹음이 우거지면, 푸른 숲과 푸른 물로 인해 장부의 기상을 느낍니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연인의 시선을 이 길에서 느끼고는 합니다. 이 길을 계절별로 걷는 이유입니다.

 

 

수원의 길이라 칭하고 싶어

 

수원은 참 살맛나는 고장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길, 걷고 싶은 길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수원천을 따라 걷는 길, 화성을 따라 안팎으로 걷는 길, 광교산으로 오르는 길, 팔달산을 송림사이로 걷는 길, 만석거를 한 바퀴 돌아보는 길, 축만제를 제방을 따라 걷는 길 등 헤아릴 수 없는 길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많은 아름다운 길을 다 걸어본다고 해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런데 어찌 이 길 뿐이겠습니까? 숙지산 산책로가 있는가 하면, 일반인은 허락을 받아야 들어가는 여기산 오솔길, 거기다가 황구지천을 따라 걷는 길도 있습니다. 이 많은 길들 중에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저는 이 길 가운데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를 가장 좋아합니다.

 

 

봄에 걷는 수변산책로, 절로 콧노래가

 

그리고 여름이나 가을, 겨울보다 봄에 이 길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것은 수변산책로를 따라 산에서 내리 닫아, 물속으로 텀벙 뛰어드는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있기 때문입니다. 그 진달래를 구경하면서 걷다가 보면, 절로 콧노래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만큼 자연친화적인 아름다운 길이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햇살이 따듯하다싶은 오후에 천천히 이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몸을 잠시 비켜서야 할 만한 좁은 길입니다. 그런데 걷다가 보면 오르락내리락 재미가 있습니다. 조금 밋밋하다 싶으면 오르막이 나옵니다. 그리고 변화가 필요하다 싶으면, 바위가 길가에 삐죽 얼굴을 내밀기도 합니다.

 

 

 

수원의 시화(市花)인 진달래가 가장 멋스럽게 피어있는 길입니다. 한참 걷다 무심코 저수지의 물을 들여다보니, 물속에 진달래가 피어있습니다. 혼자 키득거리며 걸어갑니다. 바쁜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주변을 살피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길도 주어봅니다. 그러다가 보면 산책로에서 저수지 쪽으로, 뚝 떨어진 벼랑에 진달래가 절벽을 움켜잡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래서 2km 남짓한 이 길이 정말 좋습니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시는 임이 없어도 좋습니다. 한 아름 진달래를 따다가 길에 뿌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함께 따라 갈 임이 없어도 좋습니다. 터벅거리며 길을 걸을 때, 흙먼지가 폴폴 일어나 더욱 좋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 제가 봄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길, 하나에 놓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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