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지고 갈라진 석탑, ‘그래도 나 보물이야’
우리나라 전역에서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당연히 괴산군이라는 생각이다. 괴산군의 문화재 중 몇 기의 탑들은 원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것을, 주민들이 찾아내 복원을 시킨 것이다. 그 중 한 기가 괴산군 청안면 효근리에 소재한, 보물 제1299호로 지정이 된 보안사 삼층석탑이다.
보안사 3층 석탑은 옛 보안사 경내의 북쪽 담장 곁에 무너져 있던 것을, 1957년 주민들이 찾아내 복원을 하였다고 한다. 이 보안사 석탑은 단층기단 위에 3층의 탑신으로 조성되어 있다. 아마도 이 탑에는 마을과 관계된 이야기라도 전하는 모양이다. 주민들의 힘으로 복원을 했다는 것이 참 고맙기만 하다.
자연석인 암반을 지대석으로 이용하였다. 바위의 윗면을 네모나게 홈을 판 후 그 위에 탑을 조성하였다
자연석으로 지대석을 삼은 보안사 석탑
보안사 삼층석탑은 여느 탑과는 다른 면이 있다. 지대석을 가공한 돌로 사용한 것이 아니고,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하였다는 점이다. 자연석의 중심부에 네모나게 홈을 내어 그 위에 단층 기단을 세웠다. 기단은 4면에서 면석을 합하여 단층 기단부를 형성하고, 그 위에 삼층의 탑신을 올렸다.
자연석을 이용한 지대석은 4각형이지만 한 쪽 면은 각이 없다. 지대석은 위만 지면으로 솟아오른 형태이고, 나머지는 모두 땅에 묻혀있어 원래 이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단부는 동쪽면의 상단부가 깨어져 있으며, 기단부 면석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많은 금이 가 있다.
인근에 있는 보안사 경내를 벗어나 도로변으로 나오다가, 좌측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이 느티나무 옆에 삼층석탑이 서 있는데, 현재는 집의 울타리 안에 자리하고 있다.
탑신부에 조성한 작은 감실
전체높이 325cm 정도의 이 삼층석탑은 기단 면석에는 양우주를 모각하고, 별도의 조형이 없는 사각형의 갑석을 올려놓았다. 그 위에 삼층의 탑을 조성하였는데, 이 탑의 몸돌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다. 그저 밋밋한 사각형의 돌을 올려놓았으며, 다만 일층 몸돌에 감실이 있을 뿐이다.
보안사 삼층 석탑 일층의 탑 몸돌 남쪽면 중앙에는 12☓9cm 정도의 방형 감실이 조성되어 있다. 1층의 몸돌에 비해 2, 3층의 몸돌은 급격히 작아졌으며, 옥개석은 둔하게 조성되어 있다. 낙수면은 급하게 떨어지며 일층 옥개받침은 3단, 2,·3층의 옥개받침은 2단이다.
탑을 조성한 양식 등으로 보면 이 석탑은 고려 후기의 석탑으로 추정되며, 탑신부에 감실이 조형된 형태는 특히 충북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다. 상륜부는 노반석 만이 남아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각 면이 많이 닳아진 모습이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복원한 보물 석탑
마을의 주민들이 흩어져 있던 것을 보아 복원을 하였다는 보안사 삼층석탑. 석탑을 보호하는 보호철책 안에는 술병이 놓여있고, 감실이 있는 일층 몸돌 앞에는 정화수 그릇이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이곳에서 치성을 드렸나 보다. 비록 둔탁한 형태로 보존이 되어 있고 많이 훼손이 되었지만, 보물로 지정 될 만큼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어 보인다.
아니 그보다는 주민들의 정성이 깃들어 주변에 흩어진 것을 모아 복원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짝이라도 있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다. 마을사람들의 뜻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보안사 삼층석탑은 우리에게 한 마디 거드름을 피우는 것만 같다.
“나, 이래도 보물이야”
문화재 주변이 이렇게 정신없어서야
괴산군 청안면 효근리 385 보안사 대웅전 안에 자리한, 충북 문화재자료 제22호인 보안사 석조여래좌상. 1957년 경에는 노천의 석단에 모시고, 사람들이 찾아와 불공을 드리고는 했단다. 1997년 현재의 법당을 짓고 그 안에 주존불로 모셔놓았다. 보안사를 찾아 안으로 들어가니 석불에 금분을 입혀, 원래의 석불로서의 상태가 아니라 조금은 아쉬움이 든다.
얼굴에 비해 어깨가 왜소해 보이는 이 석조여래좌상은 턱을 내리는 등 조금은 위축된 듯한 표현을 하고 있다. 반가사를 착용한 점 등으로 볼 때 그 시기가 고려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신없는 문화재 주변
석불좌상의 앞으로는 작은 소불들이 놓여있다. 주변에 즐비한 이런 소불들이 막혀있어, 정작 문화재를 찬찬히 훑어보기에는 난감하다. 문화재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가끔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정작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찾아갔는데, 이런저런 것들을 늘어놓아 정신이 없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보안사 석조여래좌상은 높이가 117cm이다. 금분을 입히지 않았으면 더 정확한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 이렇게 금박을 입혀놓아 오히려 문화재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우려가 된다. 광배나 연화대는 없으나 석불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문화재인 보안사 석조여래좌상. 법의를 반가사로 입은 것도 특이하다.
약사여래불로 보이는 석불좌상
보안사 석불좌상은 미간의 백호가 뚜렷하다. 안면은 칠을 하고 눈썹과 입술 등을 그려 넣어 정확한 모습을 가늠할 수가 없다. 하지만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귀는 길게 내려져 어깨에 닿았고, 코는 큼지막하다. 얼굴은 전체적으로 크고 둥근 편이며, 훼손이 되지 않았다. 법의는 우견편단으로 반가사로 표현을 하였고, 왼쪽 가슴에서 내려진 옷의 주름은 무릎까지 덮고 있다.
법의가 끝나는 곳에 양쪽 발바닥이 노출이 되어있으며, 전체적으로 보면 위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금칠이 너무 두터워 무겁고 탁한 감을 준다. 수인은 오른손은 무릎 위에 놓고, 왼손을 펴서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있다. 손바닥이 이렇게 위로 올려진 것은, 손바닥 위에 물체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아마 약병을 든 약사여래불로 추정된다.
문화재의 원형보존은 절대적으로 중요해
소중한 문화재의 원형보존은 중요하다. 문화재가 어느 시기에 일부 훼손이 되었다고 하면, 철저한 고증을 거쳐 훼손이 된 부분을 보수해야만 한다. 그러나 답사를 다니면서 보면 전혀 고증을 거치지 않은 이상한 형태로 보수를 하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는 문화재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형태는 보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문화재를 더 가치 없게 만드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보존. 물론 보안사의 석불좌상도 허락을 받고 금분을 입힐 것이겠지만, 이렇게 원형을 바꾸어 놓는다면, 참다운 문화재 보존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소중한 문화재의 주변에 어지럽게 진열한 많은 전시품들이, 오히려 문화재의 가치를 훼손한다면 과감히 법적 제도를 만들어서라도 막아야 할 것이다. 소중한 보안사의 석불좌상이 오히려 그 가치가 반감이 되기 때문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 201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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