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절기는 음력으로 이루어진다. 31일은 음력 2월 초하루 날이다. 이 날은 영등할머니가 땅으로 내려오는 날로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한다. 영등할머니는 음력 2월 초하루에 내려왔다가 음력 15일에 세상을 두루 돌아보고 올라간다고 한다. 영등할머니가 내려올 때는 수배들이 따라온다고 한다. 수배는 20일에 올라간다고 한다.

 

영등할머니가 내려오는 1일과 올라가는 15일에는 정화수를 떠놓고, 소반을 떡을 해서 놓은 후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영등제라고 한다. 영등할머니는 주제가 여성이므로 영등제는 남자들은 관여를 하지 않고 주부들이 제를 지낸다. 영등할머니가 내려오는 1일에는 물을 동이에 떠놓고, 그 이후에는 15일까지 접시에 물을 떠 놓는다.

 

 

며느리와 딸을 데리고 올 때 날씨가 달라

 

영등할머니가 내려오는 날 진눈깨비가 오면 <물영동>이 들어 그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한다. 바람이 많이 불면 그 해는 <바람영동>이 들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이날 진눈깨비가 오는 것은 딸을 하늘에 두도 내려오는 영등할머니가 며느리의 다홍치마가 비에 젖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와는 반대로 바람이 부는 것은 딸을 데리고 내려오기 때문에, 딸의 다홍치마가 바람에 날려 자랑을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영등할머니도 며느리보다는 딸이 남들에게 잘 보이기를 바란다는 인간다운 면이 보여 재미있다. 지금은 사라진 풍습이지만 예전에는 어전에서 신하들에게 <중화척>이라는 자를 내려주기도 했다.

 

 

솔떡을 해먹는 날

 

정월 대보름에 시골에서는 커다란 대에 곡식주머니를 단 <볏가리대>를 세운다. 이 볏가리대는 21일에 내리게 되는데, 볏가리대를 내리면서 그 대에 달린 곡식주머니를 가마에 넣으면서 천석이요 만석이요를 외친다. 그 해에 풍년이 들어 농사의 소출이 천선, 만석이 되기를 염원하는 것이다.

 

이 볏가리대에서 내린 쌀로 흰떡을 해 먹는다. 이 흰떡은 솔잎 위에 놓아 쪄서 만들므로 이 떡을 <솔떡>이라고 한다. 이 떡은 콩과 팥을 안에 넣고 찐다. 솔떡은 큰 것은 주먹만 하고 작은 것은 작은 것은 계란만 하게 만든다. 이 떡을 집안의 노비들에게 나이수대로 먹이는데 이때부터 농사일이 시작하게 되므로, 기운을 북돋기 위함으로 보인다.

 

 

집집마다 콩을 볶는 2월 초하루

 

농촌에서는 2월 초하루에는 집집마다 콩을 볶았다. 솥에 불을 지피고 그 안에 콩을 넣은 다음 타지 않도록 주걱으로 잘 지으면서 달달 볶아라. 콩알을 볶아라. 새알도 볶고, 쥐알도 볶아라.”라고 한다. 이날 콩을 볶아먹으면 쥐와 새들이 곡식을 축내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음력절기로 보는 우리의 풍습. 지금은 전근대적이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음력의 절기는 우리 선조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였다고 본다. 이런 지혜를 다 잃어버린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주체성도 함께 잃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옛 풍속을 되돌아보는 것은 溫故而知新이나 古七現三制라는 말이 허황된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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