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김장 풍속도, 태풍으로 인해 올해 김장배추 값 껑충

 

김장은 한철 음식이라고 했다. 과거 우리네 식생활에서 김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김장을 담그는 철이 되면 마을 아낙네들이 품앗이로 집을 다니면서 서로 김장을 담가준다. 김장을 하는 집에서는 동태찌개를 끓이고 수육을 삶아 사람들을 대접한다. 그런 유풍이 우리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하지만 요즈음은 김장을 하는 풍속이 바뀌었다. 젊은 주부들이 김장을 담그지 않고 파는 김치를 사 먹는가 하면,, 김장을 많이 담가야 하는 식당 등에서도 김장을 하기보다는 중국산 등 싼 김치를 사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김장시장이 또다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김치냉장고 덕분에 늘 새로 담근 것 같은 싱싱한 배추김치 등 다양한 김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오전,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날이 쌀쌀하다. 이번 주에는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고 눈까지 온다고 한다. 남문시장으로 나가보았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날이 쌀쌀한데도 불구하고 배추와 무 등을 판매하는 점포에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흥정을 한다. 고춧가루를 파는 집도 예외는 아니다. 젓갈을 판매하는 점포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

 

 

젊은 주부들 직접 김치 집에서 담근다

 

올해 배추 값은 금값이에요. 태풍으로 인해 남쪽지방의 밭들이 모두 망가져버렸기 때문이죠. 그나마 강원도 고랭지 채소들이 출하되기 시작하면서 조금 떨어졌어요. 배추 세 포기 한 망에 12,000~15,000원 정도 거래가 되죠. 문제는 일기예요. 아직 수확을 하지 않은 밭이 갑자기 눈이라도 내리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수확을 할 수 없어 다시 배추 값이 올라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추 값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내렸기 때문에 큰 지장은 없어요. “.“

 

미나리광시장에서 고추를 판매하고 있는 광명 고추 점주는 지난해는 고추 한 근에 20,00020,000원이던 것이 올해는 12,000~ 16,000원이기 때문에 김장을 하는 집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올해 고춧가루가 지난해에 비해 많이 떨어져 김장 비용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한다.

 

젓갈류를 판매하고 있는 상점도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하면서 김장을 할 때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배추와 무 등인데, 양념 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에 김장을 하는 집에서는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면서 젊은 분들이 직접 김치를 담아먹겠다고 김장 재료를 사러 전통시장을 찾는다.”라고.” 알려준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10% 정도 저렴하게 김장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뀐 김장 풍속도,, 다양한 김치들 직접 담아먹어

 

김장은 이웃 간에 결속을 촉진하고 한국인들에게 정체성과 소속감을 준다. 어느 지역이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김장문화는 천연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여 각자가 입맛에 맞는 김장을 담는다. 공통적인 식습관을 가진 다양한 지역의 공동체들은 김장을 하면서 대화를 촉진시키고 서로가 나눔을 실천하기 때문에 무형유산의 가시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2013125일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한 겨울을 날 수 있는 김장을 우리는 반양식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김치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찬거리이다. 우리 민족은 겨울 동안 먹을 수 있는 김장을 담아 땅에 파묻어 오래도록 보관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만큼 우리들에게는 김장은 겨울을 날 수 있는 중요한 찬거리 중 하나였다.

 

그런 김장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땅을 파고 김칫독을 묻는 데신 김치냉장고라는 문명의 이기를 사용해 사시사철 잘 숙성된 김치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치냉장고의 대중화가 가져온 또 하나의 김치문화는 젊은 주부들이다. 인터넷에서 맛있게 김치 담그는 법 등 수도 없이 올라와 있는 조리법을 이용해 자신만의 김치를 담그는 것이다.

 

 

3포기 한 망정도 김장을 하는 젊은 주부들 늘어

 

김치가 이젠 반양식을 벗어났다. 김치냉장고를 구비하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김장에 대한 풍속도 바뀐 것이다. 미나리광시장 가판대에서 배추를 구입하고 있던 북수동에 거주한다는 양아무개(, 38) 주부는 저희는 전통시장이 집 근처에 있어서 일 년에 몇 차례씩 배추를 사다가 다양한 김치를 담가요. 김치냉장고를 구입한 후에는 여러 가지김치를 철마다 담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늘 새로운 김치를 맛볼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한다.

 

김치냉장고의 대중화로 인해 굳이 김장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지 않아도 된단다. 철마다 색다른 김치를 담기 때문에 가족들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배추를 100포기씩 구입하는 사람들은 없어요. 많이 구입해야 3포기들이 3(배추 9포기) 정도가 고작이죠.” 배추를 판매하는 점주도 이제는 옛날처럼 한겨울 양식이나 빈양식으로의 김치가 아니라 영양을 먼저 생각하는 주부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날이 추워지면서 전통시장으로 몰려온 주부들. 손님들은 많이 늘었지만 판매수량은 예전보다 못하다고 한다. 김치냉장고 덕분에 주부들이 늘 새롭고 다양한 김치를 담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뒤바뀐 김장에 대한 풍속. 젊은 주부들이 집안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먹으면서 또 다른 김장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장철이다. 이렇게 김장철이 되면 주부들은 한 걱정을 하기도 한다. 지금이야 김장을 하지 않고 사다 먹기도 하지만, 지난 날 이 계절이 되면 우리네 겨울 먹거리는 역시 김장이었다. 지금처럼 다양한 먹거리를 먹을 수 없었던 시절에는, 6인 정도의 가족이라면 한 집에 100포기 이상의 김장을 담기도 했다.

 

요즈음은 대형마트나 심지어 골목슈퍼 등에서도 김치를 구할 수가 있다. 그만큼 세상을 살아가기가 편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주부 40% 이상은 직접 김장을 담아먹는다고 한 설문조사에서 밝힌바 있다. 물론 옛날처럼 많은 양의 김장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김장은 주부들에게는 큰 일거리일 수밖에 없다.

 

 

장안구청 구민회관 앞 알뜰시장 개설

 

저희들은 직거래예요. 저희들이 직접 생산한 배추와 무 등을 이렇게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공급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시중 가격보다 조금 더 싸게 팔 수 있어요. 그야말로 알뜰 김장시장이죠

 

12일 오전, 장안구청 구민회관 앞에 마련한 10여개의 부스에는 배추와 무, , , 마늘, 상추, 고춧가루, 젓갈류 등 김장에 필요한 것들을 가득 쌓아놓고 판매를 하고 있다. 봉지에 넣은 배추와 무 등은 보기에도 싱싱해 보인다. 아침 일찍 밭에서 작업을 해 갖고 왔다고 한 판매자가 말한다.

 

 

무는 한 개에 1000, 배추는 한 포기에 1500원에 판매를 하고 있다. 하지만 크기가 실하고 속이 꽉 차 있다. 김장준비를 하기 위해 나왔다는 주부 한 사람은 물건이 매우 실하다. 알뜰 김장시장이라고 해서 나와 보았는데, 정말 알뜰하게 장을 보고 들어간다.”고 한다.

 

도로변에는 비닐봉지에 넣은 배추와 무 등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그런데 비닐봉투 겉에 무엇인가 쓰여 있다. 들여다보니 모두 주소가 적혀있다. 이곳에서 김장재료를 사면 직접 집까지 배달을 해준다는 것이다.

 

14일까지 3일간 열리는 알뜰 김장시장. 김장준비를 해야 하는 주부들은 이곳에서 직거래를 해서 싸게 구입도 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로 김장을 담았으면 좋겠다고 상인들은 이야기를 한다. 올해 채소 값이 워낙 싸다보니 이렇게라도 판매를 하지 않으면 모두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한다.

 

 

고춧가루 잘 사려면 이런 점에 주의해야

 

김장철이 되면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바로 고춧가루이다. 고추를 직접 구입해 빻아서 사용을 하는 주부들도 있지만, 대개는 빻아놓은 고춧가루를 구입한다. 그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제대로 된 고춧가루를 사는 법이다. 고춧가루를 팔고 있는 한 상인에게 속지 않고 고춧가루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대개 태양초라고 말들 하지만 빻아놓은 것은 식별하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말린 고추를 직접 구입을 해서 빻는 방법입니다. 100% 태양초는 고추의 끝이 파란갈색이 나고 주름이 잡힙니다. 이것이 100% 태양초죠, 하지만 반태양초도 상당히 좋은 것입니다. 비닐하우스에서 말린 반태양초는 고추 끝이 약간 노란색을 띱니다.”

 

가끔은 중국산을 국내산이라고 속여 팔거나, 색소를 이용한 고춧가루를 팔기도 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속지 않고 좋은 고춧가루를 구입할 수 있을까? 전통시장에 나가 국내산 반태양초를 건조시킨 것을 구입해 그 자리에서 빻아서 사용하라고 한다. 그것이 가장 좋은 고춧가루를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중국산 고추는 대개 꼭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고추의 밑 부분이 상당히 넓죠. 소비자들이 고추를 살 때 무조건 싼 것을 달라고 하면 100% 중국산입니다. 북한산이라고 하는 것도 대개는 중국산으로 보시면 됩니다. 딴것보다 심하게 싸게 판매를 하면, 그것은 중국산과 고추씨를 함께 빻은 것이거나 색소를 넣은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무조건 싼 것을 사면 안 되죠.”

 

알뜰 김장시장을 찾아가 채소를 준비하고, 전통시장을 찾아 고춧가루와 국내산 젓갈류 등을 구입하면 가장 맛있는 김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김치는 세계문화유산이요, 우리의 반찬 중 가장 중요한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남과 나눌 수 있다는 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다고 한다. 꼭 가진 것이 많아서 나누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야 갖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나눌 수는 없다. 일 년에 몇 차례 자신의 이웃들을 위해 마음으로 나누며 사는 사람이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는 고성주씨(, 60)가 바로 그이다.

 

올 해만 해도 벌써 몇 차례 인근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잔치를 벌였다. 한 여름 더위가 시작되던 초복에는 삼계탕 200그릇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대접을 했다. 전날부터 그 더위를 이겨가면서 불을 떼고, 200마리의 삼계 닭을 사다가 끓였다. 지동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집으로 초청해 삼계탕 대접을 한 것이다.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아

 

마음에 여유가 있다고 해도 어떻게 그 복중에 200명 분의 삼계탕을 끓여 사람들에게 대접을 할 수 있겠는가? 심성이 착하다고 해도 그렇게 가정에서 사람들에게 대접을 한다는 것이 결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어르신들을 모셔 대접을 하고는 한다.

 

16일에 고성주씨의 마당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마당 가득 쌓인 절인 배추들. 그 전날인 15일에 모두 절여놓았다가 김장을 하는 것이다. 고성주씨는 무속인이다. 스스로 만신이라고 자청을 한다. 경기안택굿 보존회의 회장인 그는, 자비를 들여 매년 안택굿을 이어가기 위해 무대에 올린다. 그렇게 바삐 살아가면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을 한다. 이 집은 항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지동 벽화골목에 조성 된 시인의 벽에 글을 쓰기위해 지동을 찾아 온, 수원시인협회 회원 25명에게 삼겹살을 대접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누기를 좋아하는 고성주씨가 김장을 하는데 자그마치 배추 700포기를 한다는 것이다.

 

독거노인들께 나누어 줄 김치

 

배추 700포기는 배추 값만 해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김장을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저희 동네에는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매년 30분 정도에게 김장을 해서 나누어 드리고 있어요. 그분들에게 10포기씩만 갖다드린다고 해도 300포기가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자식들에게도 주어야 하고요.”

 

 

그래서 700포기나 되는 김장을 한다는 것이다. 고성주씨가 이렇게 해마다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자신이 만신이기 때문에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일이 곧 자신의 수양부리(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을 고성주씨는 아범, 어멈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많아도 수양부리들은 고성주씨에게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다. 이것은 과거 단골네들의 습속으로 고성주씨는 이 시대에 남아있는 유일한 단골이다)들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매년 이렇게 많은 김장을 하시고 나면 몸살을 앓아요. 그래서 말리고는 하지만 한 해도 가르지 않아요. 혼자 사시는 분들이 김장을 하지 못하면 한 겨울 동안 무엇으로 사시느냐고 걱정을 하죠.“

 

 

김장을 통에 담던 한 수양부리의 말이다. 그렇게 매년 나눔에 익숙해져 있는 고성주씨. 커다란 통에 김치를 꾹꾹 눌러 담는다. 그것이 모두 독거노인들께 나갈 통이라고 한다. 이틀 동안 배추를 절이고 속을 버물리고, 김장을 마친 시간은 해질녘이 다 되어간다. 700포기 김장을 하기 위해 사용한 용기들만 해도 엄청나다.

 

해마다 이렇게 나눔을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는 고성주씨. 김치를 담은 통을 들고 이집 저집 찾아다닌다. 독거노인 분들이 사시는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올 한해 나눔의 마무리인 김장. 700포기 김장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올레길, 둘레길... 요즈음 각 지자체마다 주변의 산책로에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 걷기를 종용하고 있다. 주민들의 건강이나 관광객들의 즐길거리를 하나 더해준다는 기분 좋은 자연적 자원활용이다. 가끔은 이런 길에 있었나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길을 만나기도 한다. 워낙 사진을 찍는 재주하고는 메주인 나로서는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해 줄 수 없음이 늘 안타깝다.

지난 8일 찾아간 북지장사 가는 길. 대구 팔공산 올레 제1길이다. 소나무 숲길이 1.5km가 이어지는 길을 타박거리며 걷고 있노라니, 세상에 찌든 세상살이의 역겨움이 다 씻어지는 듯하다. 물과 돌, 그리고 소나무들이 정겨운 소나무 숲길. 그 길을 따라가 본다.


아름다운 소나무 길. 언제 걸어도 좋을 듯



길을 걸어 조금 가다보니 올레길이란 안내판이 보인다. 그리고 가을 수확을 하느라 바쁜 일손이 거기 있었다.


소나무가 양편으로 갈라서 사람을 기다린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나무 틈 사이로 쏟아지는 햇볕이 눈부시다. 그리고 여기저기 널린 돌들. 산돌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앉아 오가는 길손에게 말을 건다.


북지장사. 아마도 대웅전보다 지장전이 더 유명한 절이었는지. 북족에 있는 지장사란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절에 무슨 행사가 있었을까?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커다란 산돌들이 나무 숲 그늘에 쉬고 있다.



산을 감돌아 흐르는 계곡가에 소나무가 돌을 피해 자라고 있다. 자연은 그렇게 딴 사물에 피해를 주지 않고 스스로 피해 자란다. 인간들은 왜 저런 진리를 모르는 것일까? 그런 조악한 마음을 가진 자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겟다는 생각을 한다. 길가 계곡물이 흐르는 옆에 쌓아놓은 돌탑. 예전에 이곳에 서낭당이라도 있었음 즉하다.



안양교란 작은 다리가 놓여있다. 아마 이곳서 부터는 속세의 연을 내려놓으라는 것인지. 물이 흐르는 곳을 바라다본다. 참 깨끗하다. 저 물에 더렵혀진 몸과 마음을 흘려보내란 것인지. 그 위로 아이를 데리고 부부가 한가롭게 걷고 있다. 거리를 보아도 아이를 데리고 걷기 딱 좋은 길이다.


길 우측 소나무 숲속에 누군가 쌍탑을 쌓았다. 그 옆으로 실하게 자란 배추밭이 보인다. 올해는 배추금이 어떠려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제 하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 인심을 보아야 한다니...



길가 허름한 집 담벼락에 누군가 친절하게 거리를 서 놓았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조금은 여유로움을 느낄 수가 있다. 좌측으로 소나무 들이 조금 더 커진 듯한 길이다. 그 길 끝에 북지장사가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 

그저 터벅거리고 걸어도 20여분. 왕복 3km의 소남 숲길이다. 물과 돌이 함께 하는. 아이들과 걷기에도 적당한 거리인 이 소나무 숲길은, 그렇게 오랜 세월 객들을 기다리며 굽어보고 있었다. 
요즈음 배추값때문에 난리도 아니다.배추 한 포기에 15,000원이라고 하고, 서울시에서는 긴급 배추를 확보하여 물가 안정에 나서기도 했단다. 어느 곳에서는 공들여 키워놓은 비추밭을 도독들이 털어가는 일이 생겨, 농민들의 아픔마음을 더해주고 있다는 뉴스도 나온다. 우리가 잘 먹는 속이 노란 배추는 중국에서도 확보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렇게 배추로 인해 많은 말들이 나오다가 보니, 이제는 배추를 칙사대접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배추농사를 짓는 농가에서도 배추를 지키기 위해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올 가을에는 김장을 하기가 녹녹치 않을 것만 같다. 농사를 짓는 집에서도 팔 것이 없다고 할 정도이니, 이래저래 서민들의 겨울식량도 걱정이 앞선다.


"반찬과 김치는 더 못 드려요"

답사를 하다가 허기가 져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에전 같으면 접시에 먹을만큼 나오던 김치가 바닥에 붙어있다. 한점 집으면 바닥이 날 정도이다. 반찬그릇을 늘어놓던 종업원이 한 마디한다.

"반찬과 김치는 더 못 드려요"
"김치는 알겠는데 딴 반찬도요?"
"예, 배추값만 아니고 파값도 만만치가 않아요"
"나물도 더 못주나요?"
"요즈음 채소값이 금값인거 모르세요?"

이 정도면 밥을 먹으러 식당을 들어가도 그저 눈치만 살펴야 할 정도이다. 김치를 집어 먹으면서도 눈치가 보인다. 작은 접시에 담겨 있는 김치가 부담스럽기가지 하다. "두고 볼꺼야. 누가 많이 들고가나" 우스개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정말로 그렇게라도 해야 할 판이다. 겨울 식량이라는 김치는 이제 단지 반찬이 아닐 것만 같다.

예전에 들은 웃지 못할 이야기 하나

그러고보니 예전에 들은 이야기 하나가 생각이 난다. 충남 금산은 인삼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한창 날이 더운 복중에 금산 인삼장에서는 하루 매출만 해도 천문학적이라고 한다. 그만큼 유명한 장이기도 하다. 금산 인삼장날이 되면 새벽부터 전국에서 인삼을 거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장에 맞추어 인삼을 장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하루나 이틀 전에 삼밭에서 삼을 캔다.


삼을 캘 때가 되면 삼밭에는 조금만 움막이 생겨난다. '인삼은 현찰'이라고 할 정도로 인삼은 거래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수많은 상인들이 있으니 누가 누군지 잘 모를 테고, 큰 약시장에 가면 판매하기가 수월할 때였나보다. 며칠 후에 삼을 캐기 위한 삼밭에 밤에 삼도둑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도둑들이 삼만 캐 갖고 달아나도 될텐데, 삼밭을 지키는 관리인을 폭행까지 했단다.

그 이유는 삼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았다고 폭행을 했다니. 참 도둑들이 이렇게 베포가 큰 것인지. 글쎄다 이 이약가 실화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요즘 배추를 움쳐가는 도둑들도 이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꼭 폭행을 해야 아픔을 당하는 것일까? 농사꾼들은 자신이 키운 농작물을 자식이라고 표현을 한다. 그런 농작물을 잃었다면 그 마음은 도대체 어떨까? 딴 것은 다 집어가도 농작물은 손을 대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나저아 올 김장은 어떻게들 하려나 모르겠다.(이미지 출처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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