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게 생각한다. 옛 어르신들 말씀이 정말 맞는다는 생각이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씀은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불변의 진리라고 말이다. 그런 말씀을 잘 따라서 인지는 몰라도 아직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는 편이다. ‘밥은 역시 보약이라는 내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만 같다.

 

사실 먹을 것을 탐하거나 하는 성미도 아니다. 또 음식을 많이 먹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음식에 대한 탭은 절대 하지 않는 편이다. 소식위주로 밥을 먹는 나로서는 그저 먹는 것만으로도 늘 고맙게 생각하는 편이다. 사람이 굶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평범한 것은 나도 싫다.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여자들도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귀찮다는 것이다. 그래도 차려주어야 할 사람이 있으면 차려먹겠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참으로 공을 들이지 않는다. 그저 반찬 한 가지 꺼내놓고 먹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괜히 짜증이 난다. 어떻게 저렇게 먹을 것을 갖고 저렇게 성실하지 못할까 해서이다.

 

먹는다는 것은 곧 삶이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무엇인가를 먹어야 한다면 가급적이면 잘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왕 차리는 것이라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기분 좋은 밥상을 받을 수가 있다. 물론 누가 차려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차려야 하는 밥상이다 보면 조금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먹을 것이 아니던가? 자신이 먹을 것을 그렇게 함부로 차려먹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먹을 것을 갖고 평범한 것은 싫다고 이야기를 한다. 무엇인가 색다른 것을 먹고 싶다는 나만의 욕심이다.

 

묵나물로 차린 밥상, 평범하지 않아

 

묵나물이라고 부르는 나물은 묵은 나물이라는 것이다. 즉 봄부터 들에 아는 나물을 채취해 잘 간수를 해 말려놓으면 오래도록 먹을 수가 있다. 평소 나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주변에서 채취한 나물을 보내주는 것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그 나물 한 가닥이라도 함부로 내보내지 않는다.

 

그냥 맨 밥을 먹는다는 것도 가끔은 질릴 수가 있다. 그럴 때 묵은 나물을 이용해 밥을 하면 전말 평범하지 않은 색다른 밥을 맛볼 수기 있다. 묵나물을 한 나절 물에 담갔다가 잘 씻어서 꼭 짜 놓는다. 쌀에다가 랜틸콩 한 주먹을 넣어 함께 물에 불려놓는다. 그리고 그곳에 꼭 짠 묵나물을 한 편에 넣어준다.

 

 

시간이 지나 밥솥을 열면 묵나물의 향이 은은하게 입맛을 돋는다. 집안에 있는 밑반찬을 그릇에 담아내고, 양념장을 만든다. 앙념장은 담백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간장과 참기름만 사용하는 편이다. 그리고 고등어 한 토막 정도는 늘 먹는 것이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게 구워낸다.

 

우렁신랑’이 있는데 좋아둔다고? 

 

상을 차려놓고 보니 일잔 식당에서 차려 낸 식단보다 훨씬 영양가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묵나물 안에는 쇠비름, 다래순과 참 취나물 등이다. 쇠비름은 흔히 오행초라고 부른다. 닷서 가지의 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쇠비름은 장명채라고 하여서 오래 먹으면 장수한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머리카락이 희어지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눈이 맑아진다고 하였다. 대장암의 예방에도 뛰어난 성질을 갖고 있다는 쇠비름은 즐겨먹는 나물이다.

 

다래에는 비타민과 유기산, 당분, 단백질, ,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칼슘, 철분, 카로틴 등이 풍부하고, 비타민 C가 풍부하여 항암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봄에 다래순을 채취해 잘 말린 후에 나물로 먹으면 위암을 예방하고 개선하는데 좋다고 한다.

 

 

참취는 예전부터 100여 종의 취나물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하여 참취라고 부른다고 했다. 참취는 복을 부르는 나물이라 하여 정월 대보름에 꼭 먹는 나물이기도 하다. 참취는 발암물질 억제작용이나 소염작용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이뇨, 방광염, 현기증, 두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나물을 이용하여 밥을 짓고, 한 상 잘 차려먹을 수 있다는 것. 결국 이런 상을 차린 나 스스로가 우렁각시였다. 세상 누구라도 이런 상을 차려준다면 반갑지 않을 것인가? 평범한 것이 싫은 사람은 이렇게 상을 차린다고 하면, 누군가 침께나 튀기면서 열을 올리기도 할 듯하다.

 

언니 튀김 백 원어치만 주세요.”

여기 있다

“10원 만 깎아주세요

 

장사꾼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8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지동 110-10번지에 소재한 지동경로당 아래 사무실을 둔 수원기동순찰대 지동지구대(대장 박경숙) 사무실.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튀기고, 삶고, 찌고,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한참 기름에 튀김을 만들면서 말을 주고받으며 웃는 소리가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무엇을 그렇게 만드세요?”

홀몸 어르신들께 전해드릴 반찬을 만들고 있어요.”

몇 분이나 해 드리세요?”

“30분 정도에게 전해드릴 반찬예요

 

기동순찰대라고 해서 방범순찰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고 이렇게 반찬까지 만들고 있다니. 마침 이 자리에 지동자치위원회 표영섭 위원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박경숙 대장은 알게 모르게 자치위원장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가족과 같은 지동지구대 사람들

 

반찬을 만들면서 웃고 떠들고. 무슨 잔치집과 같은 분위기이다. 남에게 봉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참 달라도 너무 다르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동 방범기동순찰대는 20055월에, 8명의 대원으로 시작을 했다. 현재는 26명의 순찰대원과 31명의 지리봉사단이 함께 한다. 이들은 매주 521:00~01:00 지역 내에서 방범활동을 하고 있으며,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금요일에는 30여 명의 홀몸어르신들께 점심식사 및 밑반찬 제공을 하고 있다.

 

또한 매월 정기적으로 이, 미용 봉사 및 현장봉사를 하기도 한다. 지동 관내의 크고 작은 행사장에는 언제나 기동순찰대 제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대원들이 나와서, 장내정리 및 교통정리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만큼 지동의 자치단체 중 가장 활발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이다.

 

 

이 분들은 모두 가족과 같아요. 부부가 함께 봉사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지동에 사시다가 포천으로 이사를 가신 분도 있는데, 오늘도 그 먼 길을 달려와 저렇게 봉사를 하시고 계신 분도 있어요.” 자리에 동행을 한 지동주민센터 김인배 총괄팀장의 말이다.

 

이 반찬이 어버이날 특식이라고?

 

8일은 어버이날이다. 원래 봉사는 금요일에 하는 것이지만, 어버이날을 맞아 하루 전에 반찬을 만들고 있단다. 그런데 그 반찬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런 반찬은 그저 홀몸어르신들께 만들어 드리는 것이 아니고 흡사 요리 집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묵은지 갈비찜, 김치, 마늘멸치볶음, 거기다가 튀김과 감자볶음, 그리고 양주에서 잡아왔다고 하는 붕어와 향어찜도 곁들였다.

 

김치는 매번 드리지는 못하고요, 한 달에 한번만 드리고 있어요.” 열심히 통에 김치를 담으면서 한 대원이 하는 말이다.

지동 순찰대는 여느 순찰대와는 달라요. 아마 기동순찰대 중에서 이렇게 많은 봉사를 하는 곳은 전국에서 우리 지동이 최고라고 생각을 합니다. 대원 모두가 봉사를 즐겨하는 분들이라 이런 반찬 봉사도 가능한 것 같아요. 지동의 자랑이죠.” 표영섭 지치위원장의 말이다.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몸과 마음을 다해 봉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부모님들을 모시 듯 열심을 내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봉사란 즐거운 마음에서 행할 때 진정한 봉사라는 생각을 한다. 어버이날에 만난 봉사현장. 대원 모두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살아가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끼니를 거르는 일이 생긴다면, 결국 세상을 살면서 그 끼니는 절대로 찾아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하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끼니는 가급적이면 거르지 않고 늦더라도 꼭 세끼는 채우려고 노력을 한다. 아침은 대개 근처에 있는 아우네 집에서 해결을 하지만, 점심과 저녁은 어떻게 해서든지 차려 먹으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한 가지 고집스럽게 지키는 것이 있다. 아무리 일이 밀려있더라도 찬을 절대로 그릇을 통째로 꺼내놓고는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고 바쁘다고 해도 찬은 꼭 찬그릇에 덜어서 먹는다. 그러다가 보니 밥을 먹고 나면 항상 설거지를 해야 할 그릇이 수북이 쌓이고, 시간이 꽤 걸리게 된다.

 

 

찬합을 이용해 보세요.’ 반가운 제안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찬그릇의 이용하는 모습을 본 이웃 블로거 한 사람이 댓글에서 찬 그릇을 이용하면 매일 덜어먹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많은 그릇을 일일이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글을 써 놓았다. 처음에는 찬 그릇을 사용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몰라 망설였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도 괜찮을 듯하다.

 

시장에 나가 찬통 두 개를 사, 각각 반찬을 나누어 담았다. 두 개를 다 열어놓고 먹어도 되지만 한 끼에 한 개씩만 이용해도 된다. 이렇게 나누어 놓고 보니 그동안 많은 접시를 사용했던 것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이 많이 줄었다. 따라서 밥을 먹고 치우는데도 빨라져 시간이 훨씬 절약이 된다는 것이다.

 

더욱 편해진 것은 밥을 먹을 때마다 반찬을 접시에 덜어놓는 수고로움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나이가 먹어가면서 잔머리만 돌린다고 하겠지만, 시간이 그만큼 절약되었으니 그 시간에 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개의 찬통에 10여 가지가 넘는 반찬 담아

 

찬통 하나에는 깻잎짱아치, 파김치, 돼지고기장조림, 씀바귀뿌리무침, 톳나물과 매운고추를 넣어놓았고, 또 하나의 찬통에는 김치, 멸치고추볶음, 냉이무침, 마늘대무침, 무말랭이깻잎무침과 마늘짱아치를 담아 놓았다. 두 개 중 어느 하나만 열어놓아도 식사를 하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반찬을 담아놓고 보니 밥과 국만 끓이면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가 있다. 찬통에 덜어놓은 반찬이 양이 많지가 않다보니 2~3일이면 떨어지는 것들도 있어 바꾸어서 담아놓을 수도 있다. 그리고 계란이나 김 등도 있기 때문에 접시도 한 두 개만 사용하면 된다. 평소에 30분 이상이 걸리던 식사시간이 15분 정도면 설거지까지 다 마칠 수가 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아무래도 동작이 많이 느려진 듯하다. 또 일일이 많은 접시들을 닦는다는 것도 조금은 귀찮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렇게 찬통을 이용한 식사를 하다가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살아가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지만, 번거롭지 않아서 좋다.

 

살아가면서 자꾸만 편리한 것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지만, 워낙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인지라 이렇게 짧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행복이란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정작 나는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가진 자들은 더 많이 움켜잡으려고 눈을 벌겋게 뜨고 잡으려고만 하다가 보니, 행복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또 없는 사람들은, 늘 안타깝게도 찌든 생활에 시달려 행복이라는 단어조차 모르는 듯하다.

 

과연 행복이란 것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의 행복이란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를 말한다.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순간순간 누구나가 느낄 수가 있다. 내 남편이 승진이 돼서, 혹은 내 남편이 나에게 선물을 해서, 우리 아내가 정말 아름다워서, 혹은 자녀들이 좋은 소식이 있어서 등, 순간의 기쁨과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가 있다.

 

산행 후 찾아간 지인의 시골 집

 

가끔 여주를 간다. 좋아하는 아우부부가 사는 이집은 정말로 찾아가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시간까지 행복하다. 하지만 꼭 이집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지난주에 3일간 산행을 했다. 여기저기 몇 곳을 돌아다녔다. 남들처럼 등산을 간 것이 아니다. 주변에 몸이 안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이다.  

 

 

지난 목요일(530) 길을 떠나기 전 3일간 비가 내렸다. 숲으로 들어가니 땀이 비 오듯 한다. 습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미끄럽다. 자칫 발이라도 잘못 짚거나 힘의 안배를 못하면, 그저 미끄러져 어디가 까지기 일쑤이다. 그런 날 산을 오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럴게 묻는다. “돈도 안 되는 짓을 왜 그렇게 힘들여 가면서 하느냐?”. 하지만 빈말이라도 사람들과 약속을 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산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산을 오르내리며 채취한 산더덕 등을 가져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다.

 

그리고 61() 수원에서 두 곳을 돌며 일을 마친 후, 세 사람이 다시 길을 나섰다. 요즈음 주말마다 함께 산에 올라 땀을 내는 수원시의 팀장 한 사람과, 용인시 원삼이 고향이라는 또 다른 팀장이다. 그곳을 가서 산을 두 곳이나 옮겨가면서 산을 뒤졌지만 허탕을 치고 말았다. 하기야 갈 때마다 무엇인가를 갖고 올 수 있다면, 그것은 전문적인 사람들이나 가능한 일일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행복한 밥상을 받았다.

 

1일 오후에 출발을 했기 때문에, 원삼 길을 안내해 준 지인이 알려주는 산을 세 시간 이상 돌아보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다. 지인이 그곳 고향마을에 형님들이 살고 계시다고 한다. 6형제 중에 막내인 지인은 주말이면 이곳을 내려와 형님들을 돕기도 한다고. 그 집으로 가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자니, 마늘 쫑을 따러가잔다.

 

 

마늘이 쫑이 나올 때 따주어야 마늘이 실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밭을 나가니 마늘이며 양파, 감자 등을 심어 놓은 밭에는, 둘째 형님과 셋째 형님 내외가 열심히 마늘 쫑을 따고 계셨다.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해 보지만, 농사일이라는 것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저녁 대접을 하겠다고 하면서 잠시 하던 일을 마치고, 지인의 셋째 형님네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에 둘째 형님은 면으로 나가 돼지고기를 사오시기도. 집 앞 마당에는 금방 상이 차려졌다.

 

이 반찬들은 모두 셋째 형님 내외분이 직접 농사를 지은 것입니다. 장에 나가 사온 것은 하나도 없어요. 향수님께서 직접 다 반찬을 준비하신 것이죠.”

 

지인이 직접 텃밭에서 따온 상추까지 푸짐하게 한 상 차려졌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면에 나가 사온 돼지고기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면 익어가고 있고.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반찬들이 좋다. 고소한 쌈이 좋다. 표고버섯을 잘라 넣고 끓인 된장찌개가 일품이다. 어떻게 한 그릇을 먹었는지 모른다. 가장 행복한 밥상을 받은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밭에서 캐온 양파와 마늘 쫑까지 자루에 넣어 주신다. 땀을 흘리며 지은 농산물이라 그냥 받아오기가 죄스럽다. 하지만 나눌 줄을 아시는 이분들은, 이것저것 더 가져가라고 하신다. 이분들이 정말 행복하게 사시는 분들이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로 나누어 줄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 나눔의 행복이 모든 사람들이 느꼈으면 한다. 대가없는 나눔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사실 답사를 한다고 수 없이 돌아다니는 나에게는 숙소에서 밥을 시켜 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딱히 이 집 음식이 정말 맛있다라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만 같다. 대개는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화학조미료로 인해, 몇 숟갈 뜨다가 말고는 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들은 대개가 뜨내기손님이라는 인식 때문인가는 모르겠지만, 참 성의 없는 찌개에 성의 없는 반찬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렇게 시켜먹는 밥반찬에 달걀 부침이라도 하나 얹혀 있으면 감지덕지하다. 그동안의 그런 불유쾌한 사연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만한 배달음식을 보았다.

 

 

배달통 안에 별별 것이 다 있네.

 

점심시간에 찾아간 아우녀석네 집에서 그냥 중국집에서 짬뽕이나 한 그릇 시켜 먹겠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음식을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한다. 찌개를 잘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그동안 수없이 시켜먹었던 찌개전문점이라는 식당에서 갖다 준 음식들이 너무나 입에 맞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우녀석이 잘하는 집이라고 하도 너스레를 떠는 바람에, 그냥 한 번 먹어보자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가져 온 음식을 담은 배달통을 여니 김이 무럭무럭 난 찌개냄비 밑에 야외용 가스레인지까지 보인다. 그것만이 아니다 반찬통을 여는데 우선 반찬 종류도 여섯 가지나 된다.

 

 

사실 종류가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달된 찌개에 반찬들을 보니, 왠지 이 집 음식 맛이 좋을 듯하다. 반찬 한 가지를 집이 한 입 넣어본다. 그런데 조미료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딴 것도 한 번 먹어본다. 마찬가지이다. 이 집은 전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팔팔 끓는 찌개를 덜어 먹어본다. 역시 마찬가지다.

 

그날그날 반찬을 만든다는 이집, 남는 게 있을까?

 

이집은 그날그날음식을 만들어요.”

바빠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지?”

이 집은 하루치 만든 양이 떨어지면 그냥 문을 닫아버려요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것이 있겠냐?”

모르죠. 그래도 전에는 6,000원 받았는데, 천원을 올렸네요.”

 

 

전날 장을 보아다가 새벽에 반찬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치로 준비한 것이 떨어지면, 초저녁에도 문을 닫는다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 배달을 하고도 남는 것이 있을까 모르겠다. 오늘 낮에 배달을 시켜 먹은 이 음식으로 인해, 그동안 배달 음식에 대해 좋지 않았던 인식이 뒤바뀌었다.

 

일부로 그 집을 알고 싶어 아우녀석에게 명함이라도 있는지 알아보니, 에어컨에 붙어있던 차림표를 떼 준다. 수원시 팔달구 구천동에 있는 동경식당(031-242-8207)이라는 것이다. 주변이 회사 사무실과 공구상가가 밀집되어 있어, 주로 배달을 많이 한다는 동경식당. 그래서인가 점심시간이 되면 인근 사무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어느 때는 오후 3시쯤에 늦은 점심을 먹으로 갔는데도 재료가 다 떨어져 장사를 하지 못한다고 하는 날도 있어요.”

 

아우의 설명이 아니라도 능히 그럴 수 있을 것만 같다. 밥 한 그릇에 기분이 좋아지는 오늘. 먹기 전에 사진 찍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난 블러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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