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6세. 남들 같으면 한창 치장을 하고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나이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예 염두에도 없다. 남자와 똑 같이 따가운 햇볕 아래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다. 벌써 검을 손에 쥔지 7년차이다. 그 7년이란 세월동안 쉴 틈 없이 검을 휘둘러댔다. 화성 행궁 앞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무예24기 시범단의 홍일점 박인숙이 바로 그녀이다.

 

박인숙이 처음 검을 손에 진 것은 2007년이다. 무예24기를 선보일 무사들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해 듣고 오디션에 참가를 하였다. 평소 태권도를 하던 그녀는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 위해 화성행궁을 찾아갔다가, 시범을 보이고 있는 무예24기의 모습에 정신을 빼앗겼다고 한다.

 

 

오디션을 통과해 무사수업을 받아

 

“처음에 화성 행궁 무예24기 시범을 보았는데, 마침 친구 하나가 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무예24기 시범단을 뽑는다는 이야길 들었죠. 오디션을 통과해 3개월 정도 검술을 익혔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째라고 한다. 일 년 365일 하루도 검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단다. 비가오거나 눈이 오거나, 그렇지 않은 날은 화성 행궁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매일 무예24기 시범이 있기 때문이다.

 

“일 년이면 320일 정도 시범을 보여요. 월요일 만 쉬고 일주일 내내 검을 손에 쥐어야죠. 10대 때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이 되었네요.”

 

 

얼핏 보면 여자라는 것이 구별이 되지 않는다. 무예24기 시범단의 남자들 틈에 끼어서 검을 휘두르고 큰 소리로 함께 기합을 넣기 때문이다.

 

결혼이 하고 싶은 꽃다운 나이의 처녀

 

“저도 결혼을 해야죠. 나이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예전에는 무예24기 시범단에 여자가 세 명이 있었어요. 지금은 나 혼자 뿐이지만”

 

두 사람이 그만둔 이유를 묻자, 순간 박인숙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한 마디로 일당을 받고 하는 무예24기 시범단의 미래가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들 생활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죠. 저는 화서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죠. 하지만 결혼을 하고 자녀를 둔 선생님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계세요. 지금 무예24기 시범단이 받는 일급을 갖고는 생활이 어렵죠. 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요. 올해 시범 중에 부상을 입으면 그것만 보험 처리가 되죠.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박인숙도 동료가 연습을 하고 있을 때 곁에 있다가 다치는 바람에, 두 달 가까이 입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험 적용이 안 돼, 부상을 입힌 사람이 보험으로 입원비를 댔다는 것. 한 마디로 수원을 상징하는 화성과 정조대왕, 그리고 그 정조대왕의 명으로 편찬된 <무예도보통지>, 그러나 그것을 실연으로 보여주는 무예24기 시범단은 대우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달거리’ 중에도 시범을 보여야 해

 

“저도 생각 중에 있어요. 일급을 받고 시범을 보인다는 것이 미래가 보장이 되지 않아서요. 앞날이 보장만 된다고 하면 저도 오래 무예24기 시범을 보이고 싶죠. 수원을 상징하는 무예24기라고 하지만, 조건이 열악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걱정이죠.”

 

 

박인숙은 여자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고통이 두 배나 따른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달거리’때도 시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스트레스가 남들보다 심하다는 것.

 

“여자는 때가 되면 몸이 안 좋잖아요. 그래도 시범을 빠질 수가 없으니 시범공연에 나가야죠. 그런 날은 정말 힘들어요. 저희도 남들처럼 달거리 때는 유급휴가를 받았으면 하지만, 그런 것은 제 희망사항일 뿐이죠. 심지어는 동료들도 제가 여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듯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역시 그녀도 여자이다. 결혼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박인숙. 그녀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것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가운데, 날마다 검을 잡아야 하기 때문인가 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마음 편하게 무예24기를 관객 앞에서 신바람 나게 선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수원을 상징하는 문화컨텐츠인 무예24기가 정규직이 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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