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행궁 길’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만나다가 보면, 괜히 기분이 좋은 사람이 있다.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딱히 그 해답을 얻기가 힘들다. 그래도 좋은 것은 사람을 수도 없이 만나고 다녀야 하는 직업이니, 이왕이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이다.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100-1. 아름다운 행궁 길 안에 자리한 호두야자. 전사 인쇄를 하는 전문업소를 운영 중인 박선우(여, 35세)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오래지 않은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오래도록 알고 지낸 사람 같다고나 할까? 편안하게 사람을 만드는 재주라도 있는가 보다.


전사인쇄 전문업소 ‘호두야자’ 운영

‘아름다운 행궁 길’에는 전통을 추구하는 작가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흔히 ‘공방(工房)’을 운영하는 작가들이다. 그런데 박선우가 하는 전사인쇄는 전통은 아니다. 하지만 꼭 전통이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물인 전사인쇄를 하지만, 전통문양을 이용한다면, 굳이 전통과 현대를 가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연신 웃어댄다. 아마 그 웃음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인가 보다.

“저는 즐겁게 살아요. 원래 금융권에서 일을 하다가, 지난 해 6월 1일부터 행궁 길로 들어와 이 작업을 시작을 했어요. 이런 작업이 재미있어요. 사람들도 만나고요”



그저 매 순간이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한다. 공방 길의 걱정도 하고, 행궁 길 축제에 대한 의견도 이야기를 한다. 밤이 되면 어두우니, 그런 기사도 좀 써 달라고 한다. 주차장이 많이 있으니 많이들 오라고도 써 달란다. 취재를 하러 갔다가, 많은 부탁만 받은 셈이다. 전사인쇄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란다. 우선은 컴퓨터를 잘 다루어야 하는데 워드만 익혀서는 안되고, 그래픽을 익혀야 한다는 것.

“전사인쇄를 배우는 과정은 한 1년 정도 배워야 해요. 물론 전문가가 아니라면 6개월 정도만 배워도 되지만요. 기계가 열을 올려야 하는데 200도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전문성을 가져야만 하죠. 아이들에게도 체험을 하게하고 싶지만, 정말 위험해요”

일일이 알아듣기 좋게 설명을 하다가 직접 시연도 해 보인다. 이런 일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내 중심상권이 있는 곳보다는 수입이 덜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으니 그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있겠느냐고 한다.



일을 하다가 보면 보람된 일도 많아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을 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박선우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 일을 시작한지는 아직 1년이 안되었지만, 그동안 참 많은 일을 당했단다.

“한 번은 어느 분이 오셔서 티셔츠 앞뒤에 ‘사랑해’라는 말을 넣어 달래요. 그런데 값을 좀 깎아달라고 하면서요. 이유를 물었더니 부인이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그 부인에게 사랑을 한다는 표현이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손해를 보고 만들어 주기도 했어요.”



그 일 뿐이 아니다. 남은 숨기려고 하는 것조차 숨기지를 않는다.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이 굳이 숨겨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당찬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호두야자’라는 점포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물어 보았다.

“호두야자라는 식물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그 식물을 키우면서 이 다음에 제가 가게를 하게 되면, 상호를 꼭 그 이름을 붙이겠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정말 이름을 호두야자라고 붙였어요. 소원이 하나 이루어진 것이죠. 아마 다음에도 제가 소원을 갖게 되면 꼭 이루어질 것 같아요”


늘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까지 기분이 좋게 만들어 준다. 행궁 길 점주들 사이에서도 ‘기분 좋은 사람’으로 통한다고 주변사람들이 귀띔을 해준다.

“사진 잘 나온 것 있으면 한 장 가져오세요. 만들어 드릴게요.”

이참에 사진 한 장 잘 찍어 전사인쇄를 해서 입고 다녀야 할까보다. 아마도 그 옷을 입고 다닌다면 나도 저리 긍정적인 사람이 되지 않을는지.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