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8개의 글. 참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11일부터 1130일까지 거의 날마다 2개씩의 글을 썼다는 것이다. 남들처럼 자료를 보거나 TV, 혹은 영화를 보면서 쓴 글이 아니기에 더욱 더 징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재나 기타 사람들 간의 인터뷰, 혹은 현장에서 취재한 글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문화재 답사라는 것은 절대로 집안에서는 쓸 수 없는 글이다. 현장을 나가 문화재를 보고 느껴야만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비에 흠뻑 젖어도 보고, 눈에 미끄러지기도 했다. 그렇게 11달 만에 쓴 글이 자그마치 654개나 된다. 남들은 이런 나를 보고 미쳤다고 한다. 남들이 아니라 내가 생각해도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으니 말이다.

 

비가 억수로 쏟아져도 답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9월 한 달 5kg이 빠졌다.

 

9월 한 달 동안 수원은 생태교통 수원2013’이 열렸다. 생태교통 수원2013은 수원시와 ICLEI(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 유엔 HABITAT(유엔 인간주거계획)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미래 생태교통도시 재현을 통해 기후변화와 연료의 고갈 등에 대한 대응을 위한 새로운 교통부문의 대안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한 달 동안의 차 없는 거리를 몸으로 체험하면서 사람들은 앞으로 미래에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난 후, 우리의 자손들이 어떻게 이 난관을 풀어갈 것인가를 사전에 알아보는 국제적인 프로젝트였다. 9월 한 달 동안 행궁동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살았다. 9월은 연일 살인더위였다.

 

 생태교통 한 달동안 5kg이 줄었다. 80개의 기사를 썼다

 


한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거리에서 한 달간, 하루에도 몇 군데씩을 현장 취재를 하고 다녔다. 한 달간 쓴 기사만 해도 80개가 넘는다. 그동안 살이 무려 5kg이나 빠졌으니, 흘린 땀만 해도 어지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 년간의 활동을 뒤돌아보다

 

201311일부터 1130일까지. 다양한 종류의 글을 썼지만, 역시 나는 문화재 전문 블로거이다. 문화재를 답사하러 나가기 전날이면 괜히 마음이 설렜다. 흡사 소풍날을 앞둔 아이처럼. 그렇게 전국을 다니면서 11개월 동안 답사를 한 날짜를 계산해보니 58일 정도가 된다. 58일 동안 답사로 소요된 경비만도 천여만 원. 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닌데 괜히 길거리에 돈을 뿌렸다고 할 분들도 있을 것이다.

 

발 목까지 눈이 쌓여도 그 핑계로 답사를 멈춘 적은 없다

 


지만 문화재 답사는 나에게는 내 일생을 걸고 하는 나만의 생활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전국에 산재한 수많은 문화재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것을 꼼꼼히 기록해 자료로 만들어 둔다. 언젠가는 그것들을 이용해 좋은 연작 자료집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내 바람이기 때문이다.

 

일 년에 천만 원을 벌어도 시원치 않다고 한다. 그런데 실상 천여만 원을 투자해서 나에게 돌아 온 수입이란 고작 300여만 원이다. 밑져도 한참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투자한 금액보다 수백 배의 가치가 있는 자료들이 방안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내가 작성한 글의 90%는 모두 현장에서 취재를 한 기사이다


 

앞으로도 내 바람 따라 걷는 길은 영원할 것

 

눈이 온다고 해서 답사를 멈춘 적이 없다. 오히려 눈이 내리고 비가 오는 날은, 또 다른 정취를 풍기는 문화재를 찾아 길을 나선다. 늘 나는 스스로를 바람 같은 남자라고 표현을 한다. 그렇게 바람 부는 대로 길을 나서 문화재들을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문화재는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일 년 동안 엄청 밑지는 장사를 했지만, 그보다 몇배 깂진 지료를 얻었다


 

우리나라처럼 문화재 관리가 허술한 나라도 없을 것만 같다. 사찰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들은 그나마 관리가 잘 되는 편이지만, 산속이나 들판 등에 자리를 한 문화재들은 언제 누구에게서 훼파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길 위에 서 있는 것도 결국 나 하나만이라도 그 문화재를 눈 부릅뜨고 지키겠다는 마음에서이다.

 

2014, 2015, 혹은 그 이후.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다. 다리에 힘이 붙어 있는 한은, 내 문화재 답사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굴비를 그리다가 보니 굴비를 닮았다. 한국화가 박요아 작가는 굴비를 그린다. 굴비만을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굴비 그림이 많다보니 사람들은 그를 굴비를 닮았다고 표현을 한다.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131-2 임 아트 갤러리에서 21일부터 열세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박요아 작가의 · 소금 그리고 바람이야기을 찾아갔다.

 

박요아 작가는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서 작업을 한다. 주로 우리의 소박한 일상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그는 그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원의 풍경이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그에게서 손으로 빚은 도자기나 들꽃이 그림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법성포의 굴비와 북어 등이 그려진다.

 

 

담백하고 거친 그림 속에 은은한 정감이

 

박요하 작가의 그림 속에는 굴비가 많다. 남들처럼 아름다운 정경이나 화려함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굴비 한 마리, 두 마리 가 벽에 걸려있다. 법성포 굴비를 소재로 연작을 그려낸다. 그의 그림은 굴비를 닮았다. 짠 굴비 한 마리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겨 놓았다. 소금에 절여 노릇하게 구워 밥상에 오르는 굴비야말로 우리에게는 최고의 찬거리이다.

 

그런 굴비를 그려내고 있는 박요하 작가. 그는 법성포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굴비를 그리기 위해서 법성포의 염장법과 바람을 직접 체험했다고. 빛과 바람으로 만들어진 소금, 다시 소금과 빛으로 인해 만들어진 굴비. 그런 굴비의 탄생을 체험하고 그것을 화폭에 담기위해 법성포를 찾아 직접 바람을 맞아본 것이다.

 

 

백발을 휘날리면 연신 굴비를 그려대는 작가 박요하는 소위 현대미술의 세련미나 기법의 화려함 따위는 날려버렸다. 담백하고 거친 필치와 투박한 색채는 꼬장꼬장한 작가의 성질만큼이나 진솔하다. 미간을 찌푸리고선 인상을 쓰고 있는 굴비의 모습이 그를 꼭 빼닮았다. 굴비를 닮은 작가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소금으로 절인 빛으로 말리듯 끈기 있고 우직하게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수원미술전시관 수석큐레이터 조두호의 평이다. 넓지 않은 갤러리 안 벽면에 있는 그림 속에도 유난히 굴비와 북어가 많이 보인다. 박요하 작가가 직접 법성포의 소금기가 배인 바람을 맞아가며 그려낸 것들이다.

 

열세 번째 개인전을 열다

 

꾸준한 작가의 성질을 말하듯 이번에 임 아트 갤러리의 전시는 열세 번째 개인전이다. 그동안 박요하 작가는 서울, 수원, 광명, 영광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9년에는 법성포 단오제 초대전을 열었으며, 한국 서화 공모잔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경기 미술상, 광명 미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기 미술대전 초대작가, 경기미협 자문위원을 거친 박요하 작가는 현재 한국미협, 수원미협, 수원 가톨릭 미술가회, 성묵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실에는 테이블용 작은 달력이 보인다. 박요하 작가의 그림으로 만든 달력이다.

 

 

선생님은 매년 이렇게 책상용 달력을 만들어 파세요. 이 달력을 보면 1월은 굴비 한 마리, 2월은 굴비 두 마리, 3월은 굴비 세 마리 이렇게 굴비가 그려져 있어요. 이 달력을 판 수익금으로 홀몸 어르신들을 도와주시고는 해요.”

 

임 이트 갤러리 임하영 관장의 말이다. 요즈음에는 수원의 정자로를 그려내고 있는 박요하 작가. 커다란 정자로의 그림 속에 공주다방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작가의 투박함이 그대로 배어있지만, 그 글자가 정감있게 다가온다. 마치 바람에 절인 굴비처럼.

 

임 아트  갤러리 /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131-2 행궁공방길

전시 / 11월 21일 ~ 11월 30일

연락 / 010 4719 4580

 

광교저수지 수변 길을 물과 함께 걷다.

 

연일 계속된 장맛비로 인해 사람의 몸도 마음도 다 눅눅해 진 듯하다. 거기다가 습기가 가득 찬 집안은 퀴퀴한 냄새도 나는 것만 같다. 그러다가 정말 오랜만에 햇살을 본 것이다. 이런 날 가만히 있으면 어쩌랴. 지 좋은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 광교저수지 수변 길을 찾았다. 오전 11시 10분, 반딧불이 화장실 앞에서 수변 데크길로 들어섰다.

 

모처럼 햇살이 퍼진 날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저수지 수변 길을 걷고 있다. 가끔 늘어진 벚나무 가지가 이마를 스치기도 하지만, 그도 반기는 것이란 생각이다. 저수지 물이 불어나 건너편 산자락과 맞물려 있다. 물이 불어나 저수지 가에 있던 나무들이 물속에 잠겼다. 마치 주산지를 보는 듯하다.

 

 

3.4km의 수변 산책로, 걷기에 최고

 

광교저수지 수변 산책로는 새로 마련한 도로와 인접한 테크 이 1.5km, 그리고 산자락을 끼고 걷는 길이 1.9km이다. 모두 3.4km의 이 길은 빨리 걸으면 50분이면 족하다. 하지만 무엇이 그리 급할 것인가? 어차피 그동안 젖어버린 마음도 함께 말리려고 걷는 길이다. 휴대한 수첩과 소형 카메라, 그리고 부채를 꺼내 들고 걷기 시작한다.

 

데크 책로에는 중간 중간 작은 공연을 할 수 있게 조성을 해놓았다. 데크와 도로 사이에 난 꽃밭에 사람들이 잡초를 뽑고 있다. 장마 통에 자라난 풀들로 인해 이곳에 심어 놓은 화초들이 행여 방해라도 받을까 보아서다. 이 꽃밭에는 맥문동, 옥잠화, 비비추, 섬기린초, 조팝나무, 바위취, 털머위 등 다양한 꽃들을 심어 놓았다.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길을 걷고 계시다. 아마 이 어르신들도 이 길을 걷는 재미에 푹 빠지신 듯하다. 이 길을 걷는 분들은 왜 그리 연세가 드신 분들이 많은 것인지. 무리하지 않고 걷기에 적합한 길이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다.

 

“날씨가 좋안 운동 나오셨나보네요?”

“그동안 하도 습해서 바람이라도 좀 쏘이려고 친구들과 함께 걷고 있어요.”

 

 

길가까지 찬 물가를 걷다.

 

1.5km의 데크 산책로를 걷고 나서 산 밑으로 난 수변 산책로를 걷기 위해 다리를 건넜다. 산책로로 진입로 앞에 안내판이 보인다. ‘폭우 및 폭설로 인하여 산행이 위험하오니 자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아마 여름철 장마 때와 겨울 철 많은 눈이 내렸을 때 사용하는 안내판인 듯하다.

 

천천히 수변 산책로를 걷기 시작한다. 광교저수지에 불어난 물로 인해, 늘어진 나뭇가지들이 물속에 잠겨 있는 모습도 보인다. 사람들이 여느 때보다 더 많이 이 길을 걷고 있다. 부채를 꺼내 부쳐가면서 길을 음미해 본다.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걸어볼 수가 있을까? 장맛비로 인해 잔뜩 습기를 머금고 있는 숲길 바닥에는 굵은 마로 만든 덮개를 씌워놓아 걷기에도 탄력이 있다.

 

 

중간 중간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마련한 의자 등에도 사람들이 모여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아니한가? 뒷짐까지 지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길이라서 더욱 좋은 광교저수지 수변산책로. 군데군데 바로 길 턱밑가지 차오른 저수지의 물이, 또 다른 풍경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한 바퀴 돌아본 길, 정말 명품일세.

 

물가에 서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광교저수지의 둑이 보인다. 3.4km의 수변 산책로를 걸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다. 그동안 몇 번이나 이 길을 걸었지만, 장맛비가 잠시 멎은 후 걷는 이 길은 남다르다. 저수지 둑 한편으로 넘친 저수지의 물리 폭포처럼 흘러내리며 소리를 낸다.

 

더위가 가시는 듯하다. 그것도 장관이라고 그 물줄기를 배경 삼아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대느라 왁자하다. 12시 20분, 사진을 찍느라 20여 분을 더 걸려 돌아본 길이다. 어느새 윗옷 앞쪽에 땀을 흘린 자국이 선명하다.

장날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장으로 가고, 도둑들은 마을로 간다.”

예전 시골장을 빗대어 한 말이다. 그만큼 장날이 되면 사람들이 장으로 다 나가버려, 마을이 텅텅 비어버린 다는 것이다. 장은 단순히 물건만을 팔고 사는 곳이 아니다. 장은 사람들이 몰려들다가 보니, 정보의 창구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 장에서 나라의 걱정을 하기도 했다. 3·1독립만세 운동 역시 많은 장에서 시작을 했다. 그만큼 장이란 곳은 우리민족에게는 단순히 매매를 위한 곳이 아니었다. 장에서 만나 서로 사돈을 맺는가 하면, 장에서 이웃의 소식을 다 접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장날은 사람들이 모두 장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지동교는 새로운 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곳

 

날이 차다. 바람도 세차게 불어 천막이 다 날아갈 정도이다. 그런데도 지동교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다. 한편에선 수원 메니아 색소폰 회원들의 연주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그리고 어린 학생들의 보부상 체험에 참가한 꼬마 보부상들이 진열한 물건들이 죽 늘어져 있다.

 

47() 그렇게 지동교 위에는 지동시장상인회에서 마련한 보부상체험과 장금이체험(순대 만들기와 인절미 만들기)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날이 차고 천막이 날아갈 정도로 바람까지 강한데도 사람들의 열기는 막지 못했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강해 오늘은 그만 두려고도 했지만, 장이라는 곳이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고 쉬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날이 추워 아이들이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부모님들이 함께 오시니 간수를 할 것이라 여겨 장을 개설했습니다.”

 

최극렬 지동상인회장의 이야기이다. 날이 추운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난주보다 더 많은 꼬마보부상들이 자리를 하고 있다. 진열된 물건들을 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꼬마 보부상들인데도 불구하고, 구두와 핸드백까지 진열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저 물건을 갖고 나오기 위해 얼마나 엄마를 졸라댄 것일까?

 

 

봉사를 하는 젊은이들

 

지동교 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장 분위기에 흠뻑 젖어있을 때, 이곳에서 봉사를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바로 수원 영리더스 아카데미의 회원들이다. 이들은 수원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이나 수원 소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로 구성이 되었다. 수원시에서 후원을 하는 이 단체는 64명의 회원이 있으며, 그 중에서 14명이 지동시장 체험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영리더스 아카데미 회원을 이끌고 있는 팀장 김소희(경기대 국어국문학과 4)와 부팀장 이믿음(아주대 경영학부 4)은 보부상 체험을 하는 어린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추운 날 장시에 참가를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또 아이들에게 '얼마나 팔았나?' '춥지는 않아?'라며 일일이 챙기고 있다.

 

 

처음에 이곳에 와서 봉사를 하려고 할 때는 질서도 잡히지 않고 어수선 했어요. 그런데 이곳을 찾는 분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고요. 꼭 물건을 사러 오신 것이 아니라, 구경을 하러 오셨다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시장이라는 곳이 꼭 매매를 위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죠. 제 스스로도 이곳에 와서 봉사를 하면서 전통시장이란 곳에 대해서 하나씩 배워가고 있어요. 참 인정이 넘치는 곳이란 것도 알았고요

 

김소희 팀장은 전통시장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즐거워한다.

 

저는 제 전공을 살려 전통시장에 대한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엽전을 만들어 장금이 체험 때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하게 되면서, 새로운 것을 배워 나가기도 하고요. 전통시장이라는 곳이 우리에게 어떤 것을 줄 수 있는가도 체험하고 있고요. 봉사를 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즐겁습니다.”

 

이믿음 부팀장 역시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면서, 또 나름 자신의 진로에 대한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 두 사람 다 4학년이기 때문에 지동시장에서의 봉사는 남다를 것 같다. 일요일 한참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항 시간에 이렇게 와서 봉사를 하는 젊은이들.

 

 

영 리더스 아카데미 회원들이 아니면, 저희들끼리는 이런 행사를 시작할 수가 없었죠. 젊은 사람들이 봉사를 마치고 나면 회의를 가져 그날그날 문제점 들을 지적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저희에게 건의도 하고요. 그래서 저들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최극렬 상인회장의 말대로 그들은 부지런히 체험장을 돌아다니면서, 일들을 보고 있었다. 전통시장과 젊음의 조우. 아마 이런 아름다운 만남이 있기에 이 춥고 바람 부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자동교가 더욱 들썩거리는가 보다.

세 사람의 아티스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물과 바람, 공기, 빛 등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들이 다양한 색채와 오브제, 그리고 움직임이 수원천을 따라 흐른다. 행위예술가인 김석환, 김백기, 신용구 등이 무대를 꾸민 퍼포먼스 ‘흐름에 대한 상징과 이미지 조각들’이 수원천 남수문 앞 지동교 위에서 거리공연으로, 8월 31일 오후 7시에 무대를 열었다.

 

좁은 공간에서 수원천을 배경으로 하는 이들 3인의 행위예술가들은 수많은 공연에서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예술인들이다. 2012 수원화성국제연국제에 <4인 4색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공연은 김석환으로 부터 시작이 되었다.

 

아무리 막고 숨어도 오염될 수밖에 없어

 

김석환은 물이 담긴 비닐봉지를 삼각형으로 꾸민 나무에 매달아 놓고, 우산의 헝겊부분을 들어내 자신의 몸을 감싼다. 살만 남은 우산과 물이 가득한 비닐주머니에 주사기를 이용해 묽은 물감을 탄다. 비닐주머니의 물은 점점 붉은 색으로 변해가고, 그 맡에 쭈그리고 앉은 배우는 바늘구멍에서 흐르는 붉은 물을 뒤집어쓴다.

 

 

“한 마디로 오염입니다. 인간들이 아무리 공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죠. 별별 방법을 다 써 봅니다. 제가 우산의 헝겊부분으로 몸을 감싼 것도, 다 공행에서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살만 남은 우산에서 보이듯, 우리는 언제나 공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죠. 이곳 수원천에서 이렇게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됩니다. 물은 소중한 생명원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그 물이 오염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저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보지만, 어쩔 수 없이 공해에 젖어버린다는 것이다.

 

 

물을 상징하는 세 사람의 배우

 

종이옷으로 전신을 감싸고, 얼굴을 희게 칠한 배우가 천천히 무대 중앙으로 등장을 한다. 신용구는 영혼이 갈구하는 극락을 향한 염원을 동작으로 상징을 한다. 무대를 돌면서 극락으로의 염원을 그려낸다. 결국 한 마리의 새가 되어 피언의 세계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형상화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황토색 천으로 전신을 감싼 또 한 사람의 배우 김백기가 수원천을 내려다보고 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간 배우는 커다란 노를 저어 또 다른 세상을 찾아간다. 세 사람의 아티스트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동작을 이어간다. 서로가 부딪치지도 않고 서로가 관여하지도 않는다. 그저 정해진 공간을 따라 흐를 뿐이다.

 

 

 

전체적으로 이 무대는 물길이다. 그 물이 자유스럽게 흐르듯 배우들도 각자의 공간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이 된다. 결국 그 주제는 수원천의 물길이란다. 물과 빛, 그리고 바람의 흐름들이 수원천을 따라 흐르는 것이다.

 

“사실은 오늘 공연에서 방생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명을 살리는 방생이 오히려 이곳에 풀었을 때 생명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길은 어떻게든지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퍼포먼스란 배우가 관중들에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관념이나 내용을, 신체 그 자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예술 행위를 말한다. 세 사람의 행위예술가들은 각자의 행위예술을 한 무대에 올렸지만, 전체적으로는 물길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갖고 있다.

 

음악에 맞추어 각자가 표현하는 행동. 그리고 서로가 하나의 맥으로 이어지는 무대. 이미지 조각들은 다 다르지만, 그들은 한 무대에서 결국 하나로 만나게 되었다. 대사 없이 동작으로만 이루어지는 행위예술. 얼마나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그들의 다음 공연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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