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든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른다. 사실 이런 날 취재를 하려면, 웬만한 정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것도 한 낮 가장 뜨거운 시간에 취재란 그리 반길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취재를 다닌다는 것이, 어디 내 입맛대로만 할 수 있는 것인가?

 

11일(일), 한 낮의 기온이 34도를 넘나든다고 한다. 시원한 소나기라도 한 줄기 쏟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늘도 제대로 없는 행궁동 일대를 돌아다닌다는 것은,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것이나 아닌지. 그래도 이왕 나선 김에 몇 곳을 돌아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행궁 앞 분수대는 좋은 피서장소

 

행궁 앞 차도 가까이에는 분수대가 있다. 물줄기가 차이를 두고 솟아올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이 분수대에서 솟아오르는 물은 깨끗하다. 아이들이 아무리 뛰어놀아도 걱정할 염려가 없다. 어머니와 같이 놀 수 있는 도심의 분수대. 이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수원이 좋다고 한다.

 

“정말 이곳이 참 좋아요. 물론 수원천 물이 흐르는 곳에 들어가고도 싶지만, 냄새도 나고 조금은 꺼림직 하거든요. 그런데 이 곳 분수대 물은 정말 깨끗해요. 아이들을 이곳에 데려다 놓으면, 정말 여름 피서 딴 곳으로 갈 필요가 없어요.”

 

 

아이를 데리고 물놀이를 나왔다는 김아무개(여, 34세)씨의 말이다. 괜히 주변 수영장이나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면, 복잡하고 사람들과 부딪치기도 해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다.

 

“어머니들이 더 즐기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한 낮의 살인적인 더위가 조금은 가시는 듯도 하다. 그래서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송아무개(여, 32세. 남수동)씨는 가까운 곳에 이렇게 즐길 수 있는 분수대가 있어 정말 좋다고 한다.

 

“어머니들이 더 즐기는 것 같아요. 아이를 데리고 와서 저렇게 어머니들이 더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것을 보면, 아마 어머니들도 아이처럼 마구 뛰어놀고 싶은가 봐요.”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어머니들이 물장난을 하면서 더 재미있어 한다. 아이들과 함께 물장난을 하는 어머니들. 그런 어머니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더 신나게 물놀이를 즐긴다. 그렇게 옷을 다 버려도 어머니에게 혼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어머니들이 아이를 혼낼 수는 없는 법이니까.

 

“어릴 적으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아이와 함께 옷을 다 버려가면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어머니 한 분.

“그렇게 옷을 다 버리시면 집에 가실 때 어떻게 하시려고요?”

“걱정 없어요. 잠시만 의자에서 쉬고 있으면 바로 말라요.”

“물놀이가 재미있으세요?”

“그럼요. 어릴 적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이렇게 도심 한 복판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면서 피서를 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어요. 우리 수원에서나 가능하죠. 그래서 수원이 좋아요. 괜히 길 막히는데 몇 시간씩 고생하고 가서, 바가지 써 가면서 왜 불쾌하게 피서를 해요. 작년에는 동해안으로 피서를 다녀왔는데,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요. 올해는 벌써 아이를 데리고 세 번을 나왔는데 아이도 즐거워하고요. 피서가 따로 있나요? 이렇게 깨끗한 물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으면 그것이 피서죠. 다음번에는 남편도 함께 나와야겠어요.”

 

 

하긴 피서가 별거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아이와 함께 즐기고 있는 어머니들. 아마 아이 핑계를 대고, 실은 어머니 본인들이 더 즐거워하는 것이나 아닌지. 구경만 해도 더위가 가시는 듯하다. 물놀이를 즐기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괜히 아이들 핑계대고, 어머니들이 더 신나게 물놀이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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