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뜨겁다고 해도 입추가 지났다. 엊그제 7일이 바로 말복이자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였다. 가을이 시작된다고 하더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듯하다. 올해는 참 무더위가 유난히 심했다. 그런 날이 하루아침에 선선한 바람이 분다고 하니, 우리네 조상님들의 계절을 보는 시야는 남다른 듯하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한 낮의 더위는 뜨겁다. 아직도 피서철이 끝나지를 않았으니 주말이 되면 피서지가 있는 곳은 길이 막힌다고 한다. 이런 날 아침 지동교에 나갔더니 커다란 아이들 물놀이 기구에 물을 채우고 있었다. 영동시장에서 준비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발돋음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오늘 12시부터 이 물놀이 기구에 아이들이 놀게 하려고요. 지금 지하수 22톤을 채우고 있는 중입니다. 아이들 건강을 위해 정말 맑은 지하수로 물을 채우고 있어요. 그리고 잠시 후 12시쯤에는 영동시장 홍보차량도 한 대 들어올 것입니다.”

 

물놀이 너무 신나요! 정말 짱이예요!

 

12시경에 지동교로 다시 나가보았다. 벌써 아이들이 물놀이 기구 안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고 있고, 한편에선 미끄럼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어머니들도 연신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조심하라고 당부를 한다.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고 물총을 쏘고, 그야말로 이곳보다 좋은 놀이터는 없을 것만 같다.

 

집에 있는데 시장을 다니러 간 친구가 전화가 왔어요. 얼른 아이들 데리고 지동교로 나가보라고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저 나가보면 안다는 거예요. 아이들을 데리고 무심코 나왔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있네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물놀이를 데리고 가지 못해서 늘 미안한 생각을 가졌는데, 오늘 이렇게 물놀이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는 한 어머니는 연신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조심하라고 당부를 한다.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는 물놀이 기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아파트 등으로 홍보차량 돌릴 터

 

오늘 첫선을 보인 영동시장 문화관광 사업단의 홍보차량이 지동교에 나타났다. 지붕과 앞, 측면 등에 수원 최고의 전통시장 영동시장이라 쓴 로고를 단 홍보차량은 한편을 열어 무대를 만들 수 있고, 중앙에는 멀티비전을 관람할 수 있는 영상 시스템까지 마련하였다. 이 차를 이용하여 영동시장 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이 차를 이용해 아파트 단지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나혜석 거리, 역전 등에 중점적으로 홍보를 할 생각입니다. 수원만이 아니라 인근 도시까지도 다니려고요. 영동시장 상인회 회원들에게 자료를 받아 영상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동시장의 알려야죠.”

 

상인들은 영동시장의 홍보차량을 보면서 앞으로 전통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바꾸어 더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날 열기로 했던 문화관광형 시장 선포식과 현판식은 연기가 되었다.

 

저희 영동시장 옥상에 집들이 A, B동을 합해 각 동마다 20채씩 연립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이 집들 중에 A20채를 구입해 여행자들이 묵을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20채 중 몇 채를 들어내고 여행자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들이 묵으면 주변 전통시장에서 먹을 것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렇게 연계가 되면 팔달문 앞에 9곳의 전통시장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죠. 생각해 보세요. 전통시장 옥상위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 멋진 추억이 되지 않겠습니까?”

 

7일 오후 영동시장 2층 아트포라 공방에서 만난 ()영동시장 이정관 이사장의 말이다. 조금은 상기된 듯 시장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이정관 이사장은 앞으로 영동시장은 전국 전통시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벤치마킹을 올 것이라고 한다.

 

 

수원에 1년 간 찾아오는 관광객의 수가 40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이 수원에 와서 머무는 시간은 평균 고작 3시간이라는 것이죠. 그들이 수원에서 잠을 자야 돈을 쓰는데, 거쳐 가는 곳이 되다보니 경제적인 도움이 크지 않아요. 그래서 저희 옥상에 게스트 하우스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죠.”

 

전통시장의 멋에 흠뻑 취하게 만들 것

 

이정관 이사장은 영동시장 옥상에 있는 다세대 주택 중 A20가구를 우선 매입해, 그 중 몇 채를 허물어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공간에 게스트 하우스를 찾은 외국인들이 바비큐도 구울 수 있고, 주택이 가깝지 않기 때문에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팔달문 앞에 9개의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죠.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려면 지동시장이나 통닭거리, 또는 인근의 시장에 있는 먹거리를 이용해야 합니다. 또한 재료를 사와서 직접 음식을 조리한다고 해도 미나리광시장 등을 이용해야죠. 이러다가 보면 이 일대의 시장들이 모두 살아날 수가 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는 외국인들은 물론 내국인들에게도, 도심 전통시장 속의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더욱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아트포라 작가들과 함께 노력을 하겠다는 것.

 

이정관 이사장은 그 외에도 넓은 시장 3층 공간에 더 많은 아트포라 작가들이 입주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화성을 구경하고 난 여행객들이 발의 피로도 풀 수 있는 힐링장소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기존의 전통시장에서 이렇게 변화의 바람이 인 것은 바로 작가들의 공방인 아트포라가 시장 2층에 입주를 하면서부터였다.

 

 

2014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에 선정돼

 

이렇게 영동시장 옥상에 있는 다세대 주택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운 것은 ‘2014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에 선정이 되어 3년간 정부로부터 14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개 시에 한 개 사업만 선정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선정이 됐네요. 경기도에서는 부천과 우리 수원시의 영동시장만 이번에 선정이 되었어요. 3년간 모두 14억 원을 지원받게 되는데 첫해는 준비하는 해로 36천만 원을 받고요, 2년차는 투자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남은 금액을 거의 다 지원받게 됩니다. 3년차는 정산을 할 수 있는 예산을 받게 되죠.”

 

정조의 정책으로 시장이 팔달문 안과 밖에 시장이 형성될 때 시작한 팔달문 앞 시장들은, 지금은 영동시장을 비롯해 팔달문시장, 시민상가시장, 패션1번가, 지동시장,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 등으로 나뉘었다. 1969929일 주식회사로 시작한 영동시장은 1978년에는 증축공사를 하여,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2001년부터 한복 특화시장으로 자리를 잡은 영동시장은 제1회 한복미인 선발대회를 가졌으며, 2013생태교통 수원2013’에는 이클레이 임원들이 한복경연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런 영동시장의 특징에 걸 맞는 사업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옥상에 게스트 하우스 촌 마련, 명품시장 만든다

 

“3층의 넓은 공간에 아트포라 작가들을 더 들일 계획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공방과 체험실습장도 마련하려고요. 그리고 기획을 하는 운영위원회와 그것을 실행하는 집행위원회로 이원화를 시켜 효과를 배가할 생각입니다. 또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우리 전통혼례 체험도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트포라 김춘홍 단장은 아트포라 작가들의 질을 향상시키고, 한복특화시장으로 유명한 영동시장에 걸맞게, 한복을 입고 전통혼례를 올리는 체험장도 마련하겠다고 한다. 전통시장과 문화가 만나는 문화관광형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할 영동시장. 과연 전통시장이 새로운 형태로 변화를 시도해, 성공을 할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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