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가격대비 30% 정도 싸게 구입

 

210일은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이다. 설날에는 조상님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는 차례상에 올리는 제수용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사람들은 이날 정성을 다해 차릴 차례상 준비를 위해 장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동안 5일장이나 인근에 있는 전통시장을 주로 이용했다.

 

그렇게 정감이 가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골목상권까지 침입한 대형할인마트 등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전통시장들은 많은 애를 먹기도 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이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대형마트 등을 이용해 제수용품을 마련하고는 한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30% 싼 가격에 구입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설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의 경우 205000~213000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발표했다. 같은 물건을 구입할 때 일반마트는 294000309000원으로 전통시장에 비해 약 30% 정도 비싸다는 것이다. 결국 전통시장을 찾아가 제수용품을 마련하면, 30% 정도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가 있다는 것.

 

거기다가 전통시장은 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민족은 물건을 흥정하면서 이 덤이라는 것을 으로 받아들인다. 그저 조금 더, 혹은 듬뿍 올려주는 이 덤으로 인해, 팍팍한 세상살이에서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우리들의 근간이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이 추운 날에도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원 전통시장을 찾아가다

 

오전에 수원지동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지동에는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 지동시장 등 세 곳의 시장이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고 있다. 지동시장을 들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고 있는 한 분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영통에서 왔어요.”

멀리서 오셨네요. 왜 이곳까지 오셨나요?”

요즈음 먹거리들 갖고 장난들을 많이 친다고 하는데, 이 곳은 단골이라 믿을 수 있어요. 또 질 좋은 것을 팔기 때문에 저희는 명절만이 아니라 늘 이곳을 이용해요. 가끔은 덤으로 좋은 것도 주시고요

 

이곳에서도 역시 덤이 있단다. 정육점에서 주는 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필요한 육고기 외에 국거리 내장 등을 따로 주는 듯하다.

 

 

미나리광시장과 못골시장 앞으로는 차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의 물결로 온통 난리법석이다. 못골시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만큼 명절을 맞아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열심히 물건을 팔고 있는 분들에게 말을 붙일 수가 없다.

 

모레가 설인데 오늘 장에 나오신 이유라도 있나요?”일요일이 설인데 내일은 아무래도 장을 보아서 준비를 하기가 버겁거든요. 오늘 장을 보아야 조금 여유롭게 준비를 할 수 있어요.“

오늘 장을 다 보시는 건가요?”

저희는 가족들이 많아서 미리 준비할 것은 오늘 준비하고, 떡 같은 것은 내일 준비하려고요.”

 

정자동에서 왔다는 정아무개(, 49)는 얼굴이 상기된 채 열심히 흥정을 하고 있다. 갑자기 밀어닥친 한파지만, 명절잔치를 어쩔 수는 없는가 보다.

 

아무래도 전통시장이 제수용품을 마련하는 데는 제격인 듯해요. 이곳에는 모든 것이 다 있으니까요. 또 가족들끼리 이렇게 함께 장을 보러 나오면, 더 깊은 정도 느껴지기 때문이죠.”

 

덤이라는 정도 있고 30% 정도 싼 가격에 제수용품을 마련할 수 있는 전통시장. 우리 민족의 명절에는 그래도 전통시장을 찾아 흐드러진 인심을 한 번 맛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난 ‘세월’이라는 말보다. ‘시간’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어째 세월이라고 표현을 하면, 앞으로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그에 비해 ‘시간’이라는 단어는. 앞으로도 수많은 시간들을, 내가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 때문이다.

 

벌써 추석 연휴라고 한다. 다음 뷰에 글을 보니 추석에 대한 음식이며, 글들이 부지기수로 눈에 띤다. 추석 때도 그렇고 설 때도 그렇다. 솔직히 난 이런 글들이 보이면 썩 기분이 좋지가 않다. 늘 혼자이고, 늘 방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절집을 찾아가 우울한 기분을 달래든지, 아니면 행사를 하는 곳을 돌아친다.

 

 

 

집 나오면 개고생, 정말 그랬소

 

‘명절’, 참 좋은 말이다. 오죽하면 명절이라고 했을 것인가? 헤어졌던 가족들이 만나 조상에 대한 예를 올리고 난 뒤,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내가 ‘이다’리고 하지 않고 ‘일 것이다’라고 쓴 것은, 벌써 이런 모습을 잊고 산지가 20년 가까이 되었기 때문이다.

 

살다가 보니 어쨌든 가족들과 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는 20년 세월을 길 위에서 보냈다. 명절 때만 되면 그저 산행을 하던지, 아니면 문화재 답사를 한답시고 며칠 씩 길을 떠나고는 했다. 아마도 그런 날이 길어지다 보니, 이젠 그런 명절이라는 말에 무덤덤해 진 듯도 하다.

 

몇 해 전인가보다. 그 때도 계절이 지금쯤 되었다. 명절 전날 길을 나섰다. 그냥 방안에 쭈그리고 있는 것이 싫어서이다. 호기있게 길을 나선 것 까지는 좋았다. 잘 곳이야 돈만 주면 얼마든지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배가 고파 무엇을 좀 먹으려고 나갔지만, 문을 연 곳이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하긴 명절 아침에 누가 장사를 하겠다고 문을 열 것인가? 아마 오후 6시까지인가 물로 배를 채우면서 허기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집 나오면 개고생’을 한다는데, 그 말이 정말 명언이다. 문제는 이렇게 명절 때마다 배를 곯은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 개고생을 벌써 20년 가까이 했지만, 아직도 개고생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니 무슨 이런 팔자가 다 있을까 싶다.

 

 

그래도 살만하잖소?

 

엊그제인가, 지인들과 만나서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저녁이 되면 수원 지동 순대타운 안은 온통 인파로 넘치는 곳이다. 자리 하나 차지하기도 버거울 때가 있다. 더구나 명절 밑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인해 통로를 다니기도 힘들 지경이다.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 옆을 보니 무엇인가 꿈틀거린다. 비닐 안에 무엇이 들어있어서 처음에는 누가 무엇을 갖다 버린 줄로만 알았다.

 

한데 자세히 보니 비닐을 푹 뒤집어쓰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있는 것이다. 노숙자가 추위를 피해 그렇게 비닐봉지 한 장을 머리서부터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참 세상을 불공평하다는 생각이다. 남들은 명절이라고 모두 들떠서 난리인데, 저렇게 오갈 데 없이 비닐 한 장으로 쌀쌀한 밤 날씨를 견뎌내고 있다니.

 

하긴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제가 게을러서 그렇다고. 하지만 이 분 초저녁에 그곳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미 등이 굽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다. 연세가 70을 넘을 듯하다. 그런 어르신이 어디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편에서 들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도대체 어떤 마음이 들까?

 

비도 오는데 오늘 저녁엔 이 어르신 어디로 갈 것인지? 나가서 막걸리라도 한 잔 대접을 해야 할 듯하다. 사람 사는 것이 별거 아니잖은가? 즐거운 명절에 기분 언짢은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긴 하지만, 이제 우리 주변에 쓸쓸하게 명절을 보내야 하는 이웃도 있다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전주는 요즈음 시내버스가 파업 중이다. 벌써 한 달이 지난 듯하다. 시내를 나가지를 않으니 버스를 탈 일이 별로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시에서는 해결책으로 전세버스를 긴급 투입하고는 있지만, 그도 버스가 운행을 하는 때만 못하다. 예전에 20분이면 오던 버스가, 30분 이상을 기다리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날씨까지 추운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발을 동동거리며 차를 기다리다가 보면
, 괜한 성질도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성질을 참고 있는데, 옆에서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내 자식이지만 정말 밉구먼.’이라니. 처음에는 버스가 자주 안다녀 불편하시다는 이야기를 하고 계시기에, 아드님이 버스 기사분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방역을 하기 위해 하루종일 마을 입구를 지키는 사람들.(휴대폰사진) 

구제역으로 자식 얼굴 보기를 포기하다

구제역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를 않는다. 뉴스에서는 해당부서 장관이 나와 구제역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거취를 결정한다고 한다. 온 나라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 후에, 조속히 마무리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어안이 멍멍하다. 그렇게 조속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면, 왜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 사람의 애를 태운 것인지 모르겠다.

나야 축산업자도 아니고, 구제역에 대한 지식도 무지하다. 그저 구제역이라는 것이 네 굽을 가진 짐승들에게는 치명적이라는 정도만 알뿐이다. 그 구제역 때문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가는 곳마다 방역을 하느라 난리법석을 피운다. 예전보다 참 오랜 기간 동안 구제역이 창궐을 하고, 수많은 소, 돼지들이 살아있는 대로 땅에 묻혔다. 지하수에서도 핏물이 섞인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무엇이 어찌 되어가는 것인지, 정말로 하루하루가 불안스럽기 만한 요즈음이다.

호남과 제주도만이 청정지역이라고 한다. 이번 설 연휴에 많은 사람들이 귀향을 하면서, 구제역이 이곳에도 화를 미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죽하면 명절인데도 고향을 떠나 외지에 나가있는 자손들을 향해, ‘이번 명절에는 제발 고향에 내려오지 마라. 절대로 와서는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일까?


부모님의 마음에 상처를 준 행동은 해외여행

다 세상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 갸갸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구먼.”
그래도 소 몇 마리 살리려고 오지 말라고 했다고, 지 어미애비 속 아픈 줄도 모르고 그런 델 가야 혀

그럼 고향에도 못 오는데, 해외라도 나가면 고향에 와서 부모 못 보는 마음이 조금은 가시는가 보지 멀 그려

암튼 철이 없어. 부모들은 가심을 조이고 있는데, 해외여행이 당키나 헌 것이여. 내 자식이지만 정말로 밉구먼
.”

듣고 보니 이해가 간다. 이번 명절은 징검다리 명절이라고 한다. 길게는 일주일 정도를 쉬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제역으로 인해 외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자손들에게, 고향으로 내려오지 말라고 부탁이라도 한 모양이다. 자손들이야 그런 시간을 이용해 해외여행이라도 하겠다는 것이고. 부모님들이야 어렵게 살림살이를 하면서 집안에 식구처럼 살아 온 가축을 지키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그런 시간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자손들에게 마음이 아프신 것이다.

이번 연휴에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커다란 짐을 꾸려 줄을 서서, 해외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을 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구제역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미소를 짓게 만들었나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모든 일들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한편에서는 좋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꼭 한 가지는 부탁을 하고 싶다. 아무리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지만, 제발 이웃의 아픔을 조금만 이해를 하고 살자는 것이다. 내가 아프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자칫 나에게도 언젠가 돌아올 수 있는 일이다. 구제역으로 인해 고향을 가지 못해 마음이 아픈 자손들이나, 혹 불똥이라도 튈까봐 절대로 내려오면 안 된다는 어른들. 그 마음을 조금만 이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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