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군 북내면 중암리와 강천면 도전리에는 ‘라파엘의 집’이 있다.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는 운영하는 단체(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회, 원장 정지훈)가 같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우들이 묵고 있는 이 두 곳은, 중암리에는 20세 미만이 도전리에는 20세 이상의 장애우들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들린 이유는 ‘스님 짜장’ 봉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곳을 둘러보고 난 후, 참으로 부끄러웠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도전리에 있는 라파엘의 집을 찾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난 후, 이들의 생활에 오히려 내가 위안을 받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란 생각이다. 현재 라파엘의 집에는 170명 정도의 장애우들이 묵고 있다. ‘시각중복 장애인의 재활과 교육의 메카’라는 슬로건을 걸고 생활하는 라파엘의 집을 돌아보았다.




이른 아침에 떠난 길

아침 6시 30분. 채 잠도 깨지 않은 상태에서 남원을 출발했다. 3시간 30분을 달려 라파엘의 집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도전리에 있는 라파엘의 집을 찾아가, 김정식 시설부장의 안내로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말끔히 정리가 된 경내는 여기저기 장애우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한 곳을 들어가니 스태플 작업을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과 장애우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눈이 보이지가 않는다고 하는데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저들에게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우문을 해본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가 시각중복장애우 들입니다. 모든 분들은 각자 통장을 갖고 있어 이렇게 일을 하고 받은 수당은, 모두 당신들의 통장으로 바로 입금이 됩니다. 사회인들과 똑 같이 일을 하고 보수를 받는 것이죠.”




다음 칸으로 가니 구슬 꿰기, 머그컵 만들기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판매를 하기도 한다. 함께 동행을 한 도자 작가들도 그들의 작품을 보고 감탄을 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이렇게 아름다운 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들, 내가 정말 부끄럽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상살이를 하면서 불평을 한다. 살기가 어렵다. 누가 보기 싫다 등. 이런 말을 수도 없이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라파엘의 집 사람들은 오직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각장애우면서 지도선생이라는 분이 찬찬히 안내를 시작한다.



“우리는 등록상표가 천사 라파엘입니다. 이곳은 도자기를 만드는 곳이고, 저쪽은 컴퓨터실입니다. 컴퓨터를 켜면 화면을 읽어주는 시스템이 개발되어 편리합니다. 노래도 듣고, 책도 읽을 수가 있습니다.”

더구나 이들 중 음악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조직한 밴드도 있다는 것이다. 라파엘의 집 경내에는 각종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시설까지 마련이 되어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선생님들과 자원봉사 학생들의 손을 잡고, 식당에 모인 라파엘의 집 가족들. 그들이 자장면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 우리가 다녀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외롭고 소외된 곳에서 생활하는 수많은 사람들. 지원이 부족해 늘 안타깝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있단다. 말로만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직접 찾아와 그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것 하나에도 이렇게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당신들. 당신들이 정말 부럽다. 그리고 힘껏 박수를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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