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를 참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다. 요즈음 전국적으로 유명한 벽화가 어디 한 두 곳이던가? 수 없이 많은 벽화가 전국적으로 조성이 되었다. 그리고 그 벽화를 많은 블로거 등 SNS를 하는 사람들이 찾아다니면서 소개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벽화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그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기 시작한다.

 

그런 조건을 모두 갖춘 마을이 있다. 아마 이곳보다 더 좋은 마을은 그리 흔치 않을 것 같다. 수원시 장안구 조원1. ‘대추동이마을이라고 한다, 조원동은 과거와 현대가 함께하는 곳이다. 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면 참 알지 못할 마을이란 생각이 든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그저 언젠가 몇 생애 전에 어디서 본 듯한 생각이 든다.

 

 

그 많던 대추나무는 다 어디로 갔소?

 

광교산은 수원의 진산이다. 조원동은 이 광교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옛 명칭이 조원말이나 대추원혹은 주안말이라고 했다. 조원말은 조선조에 이 마을에 살던 한 사람이 벼슬이 이조참의에 올랐는데 그 사람의 호가 <조포>였단다. 호를 조포라고 쓰던 분의 함자는 이동일이다.

 

조원동은 대추나무가 많다고 하여 대추원, 조원말, 또는 조원, 주원말, 주안골, 주원, 주안말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한편 조원동은 백제 때 <우성위>라는 인색한 부자의 이야기도 전한다. 이 우성위라는 백제시대의 인물을 이야기 하면서 갑자기 지금의 조원동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아마도 조원공원의 땅 부자들 때문은 아닐까?

 

 

백제 때 임금의 부마인 우성위라는 사람이 조원동 갓모봉 아래 살았다. 현재 조원동이 모두 우성위의 땅이었단다. 하지만 그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라에 흉년이 들었다. 어느 날 스님 한 분이 우성위의 집을 찾았다. 시주를 부탁했으나 거절을 당하고 물이라도 한 모금 달라고 했으니 그도 거절당했다

 

전설은 늘 재미있다.

 

그 해는 유난히 가뭄이 들었다. 논밭이 다 타들어가고 있었던 터에 스님은 우성위에게 쫓겨나면서 마장산 너머 광교산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끌어오면 가뭄이 해결될 텐데...”라고 했다. 우성위는 그 말에 귀가 솔깃해 스님을 잡고 물었다. 스님은 마장산 중간을 파면 절로 광교산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이곳으로 모일 것이라고 대답하고 길을 떠났다.

 

 

우성위는 당장 물을 끌어올 수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원동은 광교산에서 흐르는 수원천보다 지대가 높았다. 그리고 조원동의 마장산 일대는 거문고 혈이라고 하는 명당 중의 한 곳인 탄금혈(歎琴穴)이었다. 스님이 복수를 하고 떠난 것이다. 우성위는 명당의 혈을 끊어 가산이 탕진되고 망하고 말았다. 우성위가 팠다는 수로의 흔적이 30여 년 전만 해도 영화동에서 조원동으로 넘어가는 작은 길가에 남아 있었다고 전한다.

 

기와와 벽돌로 이렇게 벽화를 그리다니

 

조원시장에서 장안구청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좌측에 숲이 우거진 곳이 있다. 바로 맹꽁이 서식지라는 조원공원이다. 그 공원 산자락 밑에 도로를 따라 축대가 있다. 높이는 1m 안팎이다. 그런데 그 축대가 바로 요즈음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벽화길이다. 2014 마을르네상스 사업으로 완성한 대추동이 문화마을의 사업으로 완성을 했단다.

 

3월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다는 벽화길. 그저 바라다보면 그 멋을 느끼기에 조금은 부족하다. 천천히 벽화를 둘러본다. 세상에, 붉은 적벽돌과 기와조각을 갖고 이런 벽화를 조성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 안에는 별별 것이 다 있다. 화성도 있고 수원도 있다. 당연히 조원동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마돈나도 있다.

 

이 벽화조성은 조원초등학교, 영화초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체험학습으로 참여를 했다고 한다. 이런 벽화를 조성하다가 보면 지역이나 세대 간의 갈등은 소통과 나눔으로 해소하고 지역 공동체를 창출하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민족의 정서가 깊이 뿌리내린 이름다운 벽화길이 조성된 것이다.

 

한참이나 벽화길을 사진으로 담고 있는데 지나던 한 분이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어머니들과 마을 주민들이 함께 그 기와와 벽돌을 깨고 붙이면서 정말 재미있어 했어요. 우리 조원동 좋은 마을예요. 많이 자랑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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