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들. 충북 음성에 자리한 극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만학도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댔다. 자신들은 늦게라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 졌고, 또한 학과가 사회복지학과인데 무엇인가 뜻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밀알봉사회'(회장 사영화)다. 지역에 있는 불우한 이웃들에게, 무엇인가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 시작한 모임이다. 그렇게 2년 남짓한 시간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봉사활동이었다.

 

눈 오는 날 손을 '호호' 불며 연탄배달을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눈까지 날린다. 그래도 얼굴과 손, 옷에 검은 칠을 해가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연탄배달을 한다. 매년 겨울마다 음성지역의 독거노인 및, 기초생활 수급자들을 위한 연탄배달이다. 2008년에는 2000장을, 그리고 지난해 연말에는 3000장을 준비했다. 회원들은 날이 추운데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을 모른다. 남을 위해 자신이 봉사를 한다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이 일을 시작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많은 일들을 해왔다.          

 

2008년 11월 22일 부천 삼정 정신 장애 시설 주말 프로그램 참여

2008년 12월 13일 음성군 독거노인 연탄 2000장 전달

2009년 2월 20일 ~ 23일 필리핀 바세코 지역 학용품 전달

2009년 3월 5일 샘물 노인 복지 센터 온천 나들이

2009년 6월 17일 ~22일 몽골 에든솜 지역 학용품 및 의류 전달

2009년 9월 19일 음성군 독거노인 및 한 부모 가정에 쌀 60포 전달

2009년 12월 29일 음성군 연탄 3000장 전달

 

회원이라고 해보아야 고작 25명 정도다. 그 중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회원은 불과 10여 명 안팎이다. 하지만 그 인원만으로도 족하다고 한다. 봉사야 사람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보다 먼저 행동이 앞서야 할 수 있다.

 

2010년에는 더 많은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 3월에는 네팔로 날아가 그곳의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명절에는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싶어 쌀을 사들고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인들을 위한 이미용 봉사도 하고 방문요망 대상 노인들과 함께 온천을 다녀 올 계획이라고 한다.

 

▲ 몽골 봉사 몽골 에든솜 지역을 찾아 학용품 및 의류를 전달하는 회원들과 몽골 주민

▲ 필리핀 봉사 2009년 2월 20일 ~ 23일 필리핀 바세코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학용품을 나누어주는 봉사회원

 

이 모임을 사영화 회장과 함께 처음으로 주도했던 오승하(43) 사무처장은 음성군 금왕읍에 70평 규모의 노인복지센터를 열었다. 교육원을 겸하고 있는 이 노인복지센터는 오승하 개인이 자비를 들여서 세운 것이기에 더 뜻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요양원까지 세울 계획입니다'라는 오승하를 만나보았다. 

  

밀알봉사회 오승하 사무처장 대담

 

- 처음으로 이런 봉사회를 조직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버님께서 치매에 걸리셨어요. 아버지를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하다가, 음성에 있는 극동대학교 사회복자학과를 뒤 늦은 나이에 들어갔죠. 거기서 같은 만학도이신 사영화 회장님을 뵙고, 무엇인가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아보자고 시작을 했어요."

 

- 현재 회원은 어떻게 되시나요?

"지금 회원은 25명 정도가 되고요. 처음에는 만학도인 회장님과 제가 함께 하고, 학생들이 4명 정도 참여를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지난해부터 취업을 나가고, 지금은 저희와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이 함께 봉사를 하고 있어요."

 

- 학교를 졸업하시고 나면 봉사회의 유지가 어렵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저희들 욕심에는 후배들이 이 봉사회를 좀 지속적으로 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관심들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회원들을 일반회원으로 모집을 했어요. 저희가 졸업을 하고나면 학교와 관계없이 계속하려고요."

 

- 그동안 봉사를 하시면서 보람된 일이 무엇이었나요?

"지난해에 필리핀과 몽골을 가서 아이들에게 학용품과 옷가지 등을 나누어 주었는데, 그 때 아이들의 그 초롱초롱한 눈매를 잊을 수가 없어요. 물론 그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즐거운 하는 표정을 보고 단단히 다짐을 했죠. 앞으로도 봉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요. 심지어는 받아든 학용품을 뺏기기라도 할까봐,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나기도 했고요."

 

- 힘든 점도 있었을 텐데

"많은 분들이 국내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고 하세요. 아직은 저희들이 많은 일을 해보지 않아서 관공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회원들이 상처를 많이 받아요. 그래도 저희들은 생각을 해서 힘들게 찾아갔는데, '빨리 주고 사진이나 찍고 가라'는 식으로 이야기들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연탄 봉사를 할 때도 '차라리 돈으로 주면 안되겠느냐'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럴 때는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파요. 더구나 명단을 받아서 가보면 연탄이 몇 곳에서 받은 연탄이 천장 가까이 쌓여있는 집들도 있어요. 정해진 사람들에게만 배부가 되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심지어는 그것을 팔기까지 한데요. 올해부터는 저희가 직접 발로 찾아다니면서 정말 필요한 분들에게 드리려고요."

 

▲ 연탄배달 연탄배달을 하는 오승하 밀알봉사회사무처장(앞). 앞으로도 더 많은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

 

- 노인복지센터를 개설하셨다는데?

"예, 아버지가 치매이시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없을까하고요. 그래서 이번에 노인복지센터를 2층, 70평 규모로 세웠고요. 앞으로 요양소를 지으려고 땅을 준비했어요. 그거서 이익금이 나오면 그것으로 또 봉사를 하고 싶어서요."

 

- 앞으로의 계획은?

"봉사를 열심히 해야죠. 그동안 해온 봉사는 저희들이 아무것도 몰라, 봉사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올해부터는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따듯함을 나누어주는, 그런 모임을 만들고 싶어요. 정작 손길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가를 찾아보고, 그분들과 함께 마음을 따듯한 작은 마음을 나누는 그런 봉사모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 201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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