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드라마 등에서 가끔 등장하는 여인들의 정절을 지켜내는 작은 칼이 있다. 장도라고 부르는 이 칼은 여자들만의 것은 아니다. 한 마디로 장도는 대개 옛 상류사회에서 애용해온 일종의 작은 칼로 패도와 낭도의 복합어로 실용을 겸한 장신구의 일종이다. 장도 가운데 허리에 차는 것은 패도라고 하고,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것은 낭도라고 불렀다. 장도는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신라의 경주 황남대총 북분출토의 금제과대에는 장도와 흡사한 소도가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도 이미 장도와 같은 개념의 도 종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도는 남자들은 허리띠나 옷고름, 혹은 포의 술띠 등에 차고 다녔다. 이와는 달리 여자들은 치마허리에 걸거나 옷고름(겉고름과 안고름)에 찬다.

 

 

여자의 경우에는 호신용의 구실도 하여 부녀자의 정절을 지켜주는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 특히 임진왜란(1592) 이후부터는 사대부 양반가문의 부녀자들이 순결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장도를 휴대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장도가 신분을 상징하는 표시가 되기도 해, 장도의 장식이 점점 사치품으로 변하자 연산군과 중종 대에는 장도를 금제절목으로 삼아 서민들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수천 년의 역사를 거친 장도

 

장도는 수천 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남녀의 애용품으로 자리를 잡기도 했다. 실생활에서도 사용했지만, 장식용과 호신용으로의 몫을 담당하기도 했다. 장도 중에서 은저가 달린 첨자도는 음식의 독을 분별하는데 사용하기도 했으니, 실생활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호신용으로 많이 애용되기도 했다.

 

 

전통장도는 그 재료에 따라, 금, 은, 동, 철, 흑단, 향나무, 대추나무, 흑각. 화각, 서각, 소뼈, 상아, 옥, 호박, 비취 등이 사용되었고, 공작석, 금강석 등도 사용되었다. 장도의 장인은 만난지가 벌써 꽤 오래되었다(2004년 9월 24일 취재). 풍기읍 동부리 507 거주하는 김일갑 장인은 장도를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 1990년 8월 9일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을 받았다.

 

오직 전통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지켜 온 세월

 

어린 시절부터 금은패물공방에서 기능을 연마한 김일갑 장인은 우리 전통장도에 대해서는 남다른 식견을 지니면서 장도의 일가를 이루고 있다. 김장인은 이들을 모두 다루기는 하지만 고급 호화품은 특별한 주문이 있지 않는 한, 대개 수요에 쫓아 소뼈나 먹감나무를 사용하여 대중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김장인의 풍기장도는 원통형과 사각도, 육각도 등을 주로 생산한다. 장도의 모양새도 칼자루와 칼집의 머리를 바로 마무리하는 평맞배기, 대칭으로 꼬부리는 乙자맞배기, 칼집에 첨사를 끼우는 첨사도 등 세 종류가 있다. 칼집에도 남자의 경우는 누각, 운학, 박쥐, 용 등 장생문을 사용하고, 여성은 나비, 국화, 난, 매화 모양의 장식을 붙인다.

 

그리고 칼등 쪽에는 자신의 호가 들어있는 글자를 새겨 자신의 작품임을 나타낸다. 이는 자신이 만드는 장도 한 자루마다 생명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작품 하나마다 장인의 숨결이 배어있는 것이다.

 

이제는 마음의 장도를 품어야 할 때

 

장도 한 자루를 만드는 데는 모두 23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모든 공정에 전혀 기계를 쓰지 않고 거의 원시적인 공법으로 정성을 쏟고 있어, 대개 한 자루를 제작하는데 4, 5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요즈음 들어 장도는 그저 ‘여인의 정절’을 상징하는 것으로 표현이 되고 있지만, 실은 실생활과 호신용, 그리고 장식용 등 다양하게 시용이 되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여인의 정절을 지켜주던 의미로서의 장도가, 그저 장식용으로 사용이 될 뿐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정절에 대한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면서 장도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한 어르신은 이렇게 말한다.

 


“장도 한 자루에 무슨 정절이 지켜지겠습니까? 그것도 옛날 이야기죠. 지금은 마음의 장도를 갖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그것마저 없다면 참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난잡하게 변하겠죠. 모든 여성들이 마음의 장도를 품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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