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부쩍 늘어난 술자리가 사람을 괴롭게 만듭니다.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마셔대고 있으니 속인들 온전하겠습니까? 그렇다고 술을 많이 마셔도 속이 아프다거나 골이 지끈거린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숙취가 나이가 먹으면서 조금 오래가기 때문에 그것이 좀 좋지 않다는 것이죠.

 

혼자 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이런저런 일을 알아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나름 속풀이도 되고 영양도 많을 것 같은 음식 하나를 개발했습니다. 누군가 먼저 해 드신 분들도 있겠지만, 10분 안에 후다닥 만들어 먹는 간단한 것입니다. 이름 하여 우족황태 떡국입니다. 집에 있는 재료 사용하고 조리하기 간단하기 때문이죠.

 

잘라놓은 소족은 냉동보관합니다. 재료는 집안에 다 있습니다. 다듬어 놓은 파, 게란, 마늘, 황태만 있으면 속풀이 떡국을 만들 수 있다는.

 

잘라놓은 우족만 있으면 간단해

 

가끔 마을 정육점에 가서 소다리 하나를 잘라달라고 합니다. 그 우족으로 떡국을 끓이는 것이죠, 먼저 우족을 끓여냅니다. 약한 불에 끓여대면 국물이 말갛게 배어나오죠. 그 다음은 간단합니다. 집에 있는 황태와 마늘, , 계란만 있으면 떡국 한 그릇이 바로 준비된다는 것이죠. 사람마다 식성이 다르니 딴 분들은 모르겠지만, 전 이거 한 그릇이면 속이 다 풀린다는.

 

우선 우족을 끓여낸 물에 황태를 넣고 팔팔 끓입니다. 그 다음은 떡국 떡을 넣고, 마늘 다진 것과 파를 넣은 후 다시 끓으면 계란 깨서 집어만 넣으면 됩니다. 우족과 황태에서 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국물이 시원합니다. 간만 맞추면 되는데 저는 짠 것이 별로라서 천일염 약간과 후춧가루만 갖고 간을 맞추는 편입니다.

 

 

전통시장에서 사다 놓은 떡국 떡과 우려낸 우족국물(아래)입니다

 

10분 만에 후다닥 먹어치우는 별미

 

우족만 끓여놓으면 채 10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게으름의 극치라고 할 음식이죠. 황태는 잘게 찢으면 되고, 파는 잘 다듬어 적당한 길이로 잘라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을 합니다. 이것도 다 게으름에서 나온 나만의 방법이라는. 떡은 늘 집에서 멀지 않은 전통시장에 가서 사다가 놓으니 굳이 따로 준비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반찬은 김치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번거롭지 않아 좋습니다.

아래는 다 준비가 된 '우족황태 떡국'. 그냥 마구 퍼 먹고 국물 마시면 속풀이 완료

 

앞으로도 말일까지 6차례나 더 술자리가 예약이 되어있으니, 서너 번은 더 이 떡국을 먹어야 할 듯합니다. 이렇게 떡국을 끓이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많은 반찬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죠. 김치 하나만 있으면 해결되니까요. 오랜 시간 혼자 살면서 잘 사는 방법으로 생각해 낸 우족황태 떡국한 그릇 드셔보시렵니까?

어제(6월 29일) 경기도 부천시 도당동에 있는 한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물론 초대의 이유는 딴 데 있었지만, 일을 마치고 그 집에서 점심을 대접한다고 하는 겁니다. 밥을 한 그릇 먹는다는 것에 대해, 무슨 기대를 하겠습니까? 동행을 한 아우가 점심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합니다. 육개장을 잘 끓이는 집이라고요.

 

그저 점심 한 그릇 대접받는데, 무슨 기대를 하겠습니까? 육개장이야 음식 맛깔스럽게 하는 집에서 먹어도, 얼마든지 맛있는 집이 있기 마련인데요. 사실 저는 육개장 같은 탕은 재래시장에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촌스런 사람입니다. 아마도 시골 장터로 돌아다니는 세월이 오래이다 보니, 그런 것에 더 정이 들었나 봅니다.

 

 

세상에 이런 점심상도 있습니다.

 

이건 육개장 한 그릇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는 것이죠. 상 위에는 점심 한 그릇이라고 하기에는,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이상한 음식들이 나열이 되어있었다는 것이죠. 세상에 이런 점심상도 있다니. 기가 막힙니다.

 

그저 이런 상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상 위에는 아름답게 포장을 한 떡과, 그 무엇입니까? 구절판이라나 머라나. 그것도 취향대로 먹으랍니다. 거기다가 오징어 볶음에 전, 각종 김치까지 한 상 떡 부러지게 차려내 왔습니다. 와인까지 한 잔 하라고 하니, 세상에 이런 점심을 받았습니다. 참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는.

 

 

각종 콩을 넣은 밥과 육개장. 그런데 이 육개장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상위에 있는 음식들이 온통 ‘날 먼저 먹어 달라.’고 유혹을 하고 있는 판국인데. 그래도 어쩝니까? 우선 구절판이라고 하는 것을 얇은 무에 싸서 음미를 해봅니다. 맛이 기가 막힙니다. 야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음식이 딱 좋다는.

 

갑자기 낯이 뜨겁네, 왜지?

 

사람이 산다는 것이 별게 아니라고 늘 이야기를 합니다. 밥을 먹는 것도 한 그릇 먹으면 그만이지, 무슨 진수성찬을 따지느냐고도 볼멘소리도 잘합니다. 그래서 요리블로거들이 음식을 맛있게 만든 포스팅이 올라오면, 솔직히 마음이 조금은 울칵도 합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려 당신들끼리 잘 먹고 잘 산다고 자랑하는 것이 맞제 시방”

 

머 대층 이런 소리입니다. 아, 물론 마음속으로만 그럽니다. 정말로 그런 심한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요리블로거님들 괜히 오해는 하시지 마시기를. 그래서 저도 가끔은 되먹지 않은 요리를 만들어 올리기도 합니다. 참 이런 생각을 하면 낯이 뜨거워지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이 점심상을 받고나니 낯이 뜨거워집니다. 한 마디로 그동안 낫살께나 먹었다는 사람이 괜한 객기를 부린 것이 창피해서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객기 안 부리기로 다짐을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 상차림을 돼야 요리했다고 올리지, 이건 머 남들이 속으로 ‘캑캑’거리고 웃을 것을 갖고 요리했다고 자랑 질을 했다니 원.

 

 

암튼 상다리 부러질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대단한 점심상을 받고나니 세상 참 부러운 것도 없더라는. 그러고 보면 참 제가 생각해도 그동안 허전하게 살았단 생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고급스럽게 살아보려고 생각중입니다. 물론 생각만으로 그칠 확률이 거의 100%겠지만. 대단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더니, 잠도 오지 않습니다.

답사나 취재를 하루 종일 다니다가 저녁에 숙소에 들어오면, 저녁을 먹는다는 것이 귀찮아 질 때가 있다. 번잡하게 밥을 해야하는 것도 그렇지만, 정리를 해야하는 시간을 많이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하루를 쪼개고 또 쪼개보아도 늘 부족한 것이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주로 라면으로 해결을 하는 나이다. 하긴 '아침은 황제처럼 먹고, 점심은 사대부처럼 먹고, 저녁은 종놈처럼 먹으라' 는 말을 늘 나한테 맞는 말이라고 우기고 사는 나이다. 저녁을 많이 먹고 자는 날은 다음날 영 속이 더부룩 하기도 하지만, 뱃살만 늘어난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만드는 법이다. 재료는 달걀과 햄, 묵은 김치와 구운 김, 떡과 꼬꼬면이다.

'꼬꼬면' 그냥은 별로던데

한참 꼬꼬면에 대한 포스팅이 가득 올라 온 적이 있다. 아마 꼬꼬면을 출시하고 난 후이기 때문일 것이다. 라면도 다양하게 즐기는 나는 꼬꼬면을 한 번 먹어보았지만, 남들처럼 그런 맛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저 한 마디로 까탈스럽지 않은 내 입맛에 별로였다는 점이다. 텁텁한 된장을 좋아하는 나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 꼬꼬면을 이용해 별 짓을 다해보았다. 그래서 드디어 개발해 낸 것이,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을 갖고 조리를 한 '꼬꼬면 떡 전골'. 한 마디로 꼬꼬면의 변신이란 생각이다. 즉 꼬꼬면이 분칠을 좀 했다는 것.    

나의 꼬꼬면 별다른 조리 법


역시 라면은 노랑냄비에 끓여야 제격이다. 먼저 재료를 준비해 놓고 떡을 먼저 넣어 끓인다.



떡을 끓이는 동안 햄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는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꼬꼬면의 스프를 집어 넣는다. 입맛에 따라 고추장이나 된장을 약간 풀어도 좋다.



다음은 당연히 라면을 투입



그 다음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햄을 넣는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 면이 익어갈 때쯤 면을 들어 올려 찬 바람을 쐬어 준다. 면이 불지 않고 쫀득해지기 때문이다.



계란과 김치를 넣고 잠시 더 끓인다. 김치를 나중에 넣는 것은, 푹 익으면 김치의 씹히는 맛이 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삭하니 씹히는 맛이 없는 김치는 별로라는 것.


끝으로 구운 김을 부수러트려 집어 넣으면 상황 끝. 김을 먼저 넣으면 눅져서 안 좋다는 것. 보기 좋은 것이 먹기 좋다는 것이 내 주관이기 때문.



그릇에 덜어 놓은 '꼬꼬면 떡 전골' . 김치와 햄의 맛이 일품이다. 물론 내 입맛에 그렇다는 것이다.



김치와 떡, 햄과 라면이 어우러진 '꼬꼬면 떡 전골. 이 참에 특허를 낼까보다.



뒷 정리까지 완벽하게 끝내는 시간 15분. 이젠 달인의 수준이라는 것이 자평이다. 아~ 이거 알려주면 안되는데. 꼬꼬면 열개를 맛을 버려가면서 개발한 음식인데 말이지.
옛 말에 이란 말이 있다. '굿이나 보고 떡이자 먹자'는. 과연 이 말은 맞는 이야기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맞는다'가 정답이다. 예전 굿판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은 굿을 하번 과일, 육고기 등 음식을 많이 차리지만, 예전에는 전과 떡을 수북히 쌓아놓았다.

이렇게 음식을 많이 준비를 하는 까닭은. 굿은 열린 축제이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굿판을 모두에게 개방이 되어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느 집에서 굿을 한다고 하면, 그 집으로 발길을 옮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떡과 전을 준비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굿판에 가면 '굿을 보고 떡을 먹는' 것이 그 당시의 풍습이었다.


굿, 어떻게 다가서야 할까?

요즈음 일부 종교인들은 '굿'을 '미신'이나 ;우상숭배' 혹은 '마귀' 등으로 표현을 한다. 난 당연히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굿에서 보이는 많은 신들이 미신이고 우상숭배 혹은 마귀라고 친다면, 세상의 모든 신격들은 다 우상숭배요 마귀가 된다. 왜 유독 굿판에 현신하는 신격들만이 그런 이야길 들어야 할까? 그것은 굿을 잘 모르고 하는 무식의 소치이다. 또한 굿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고, 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초 이래서 굿을 해왔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등 이 모든 것을 '맞이굿'이라고 불렀다. 가끔 드라마에서 보이는 천관이나 천녀들이 지금 우리가 보는 굿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맞이굿이란 하늘의 신인 '천신'을 맞아들이는 의식이다. 이런 의식을 할 때는 3일 밤낮을 먹고 마시고, 춤을 추며 노래를 했다.

이런 굿이 시대가 흐르면서 연
희적 성격을 접고, 신성만 강조하다보니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질이 된 것이다. '굿' 그 자체는 정말로 'good'이다. 이런 굿판에서는 항상 먹을 것이 넘치고 사람들은 밤새 웃고 떠들고 같이 울고는 했다. 굿을 하는 주인집에서는 문고리마다 떡을 끼워 놓는다. 굿판에 모인 아이들이 다니면서 그것을 막게 하기 위함이다. 나눔의 장소, 그곳이 바로 굿판이었다.

좋은 날도 없는데 굿판이나 한 번 벌려봐!

사람들은 왜 긋을 할까? 물론 굿을 하는 무격들의 인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회에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무격들 중에는 없는 사람을 도와주고, 30년 가까이 혼자거 300여명이나 되는 어른들을 모시고 봄, 가을로 경로전치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굿, 그 자체가 아니라, 굿을 하는 사람들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전해지는 '굿니아 보고 떡이나 먹자'라는 말은 그만큼 우리에게는 좋은 의미이다. 굿판에 가서 즐길만큼 즐기고, 그러고도 배불리 먹을 수가 있다면 이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잇을까? 그래서 굿판을 '열린 축제의 장'이라고 표현을 한다.

굿 중의 굿, 안택성주굿

굿판에는 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 곳이 바로 굿판이기 때문이다. 안택성주굿은 집안의 가신 중에서 가장 으뜸인 성주를 모시는 굿이다. 일부러 성주굿만 하는 경우도 있다. 집안의 가장의 나이가 29, 39. 49. 59. 69 살이되면 성주를 맞아 모신다. 이렇게 9이라는 숫자에 성주를 모시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속설에 '아홉수를 넘기기 힘들다'고 하기 때문인가 보다.

성주를 받는 모습이다. 성주신이 내리면 성주대가 움직이고, 성주를 모실 자리를 알려준다. 

이 성주굿은 정말로 흥이 난다. 대청에 두 사람이 마주 앉는다. 한 사람은 징을 치고, 또 한 사람은 참나무로 만든 성주대를 잡고 앉는다. 축원을 하면 성주대가 움직여 성주를 달 곳을 알려준다. 성주신은 집안의 대들보나 안방의  위에 자릴 잡는다. 성주를 모시고나면 대천에서 길게 소창을 늘여 놓는다. 성주풀이를 하면서 지신을 밟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밤새 웃고 마시고, 울고 떠들고 춤을 추면서 지새우는 것이 바로 굿이다. 이런 굿의 진가를 모르는 무지한 인간들이 괜한 소리를 한다. 요즈음은 이런 굿판 보기도 쉽지가 않다. 하도 떠벌리는 인간들이 많으니 점차 산 속으로 숨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살기 멋같은 요즘 같은 세상. 걸진 굿판이나 벌렸으면 좋겠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게.


 

성주를 모시고 나면, 소창을 잡고 한바탕 춤을 추면서 지신밟기를 한다. 누구나 다 이집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굿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축제의 장'이고 끈끈한 공동체가 살아있는 곳이다. '굿이나 보고 떡을 먹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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