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문화제 제3일 째인 29일 밤. 총체공연인 야조가 비로 인해 취소가 되었다. 미처 야조가 취소된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창룡문 일대를 서성인다. 그들에게 방화수류정 밑에 있는 용연으로 가보라고 권유를 한다. 방화수류정 앞 용연에서는 용연음악회인 나는 우리소리의 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8시가 되자 용연 주변에는 5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은 용연 가운데 섬에 마련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면서 연신 박수를 보내고 있다. 비보이 그룹과 창작소리의 만남은 늘 새롭다. 거기다가 아름다운 춤까지 곁들였으니, 가을밤의 공연치고는 최고가 아니겠는가?

 

 

밤이 더 즐거운 관람객들

 

용연의 공연을 뒤로하고 화홍문 앞으로 걸어보았다. 늦은 밤 수원천 위에 오색등불이 화려하다. 각양각색의 소원 등이 불을 밝힌 것이다. 이렇게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수원천을 걷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저마다 가족끼리 구경을 하면서 즐거워한다. 어느 일행이 사진을 한 장 찍어 달라고 한다. 그런 부탁마저도 즐거운 것이 화성문화제이다.

 

소원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해 주고 난 뒤 수원천을 따라 걸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하면서 밤의 수원천을 걷고 있다.

 

 

저희들은 김포에서 왔어요. 그런데 밤에 이렇게 등불축제를 하고 작은 소원 등들이 줄지어 있는 것이 너무 아름답네요. 화성문화제와 생태교통을 보면서 마음껏 즐기고 있습니다. 축제는 역시 밤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김포에서 아이들과 함께 왔다는 김아무개씨(, 49)는 구경을 다 마치고 통닭거리까지 돌아보겠다면서 웃는다.

 

 

화려한 수원천, 밤이 더 좋아

 

소원 등의 아름다운 빛을 뒤로하고 수원천을 따라 남수문 방향으로 내려간다. 매향교 밑 건너편에 그려진 벽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돌아보는 모습이 보인다. 수원천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 비켜가야 할 정도가 되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수원천에 마련한 등불축제의 각가지 형태의 등들이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어둡기는 하지만 그 등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수원천을 구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사람들은 모두 등불축제의 조형물 앞에서 사진들을 촬영하느라 바쁘다. 여기서도 역시 사진을 좀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낮에 생태교통에 왔다가 밤 구경이 하고 싶어서 하루를 묵어가려고 합니다. 역시 화성문화제는 다양한 볼거리를 주네요. 그리고 이 넓지 않은 수원천에 이렇게 등불축제를 마련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보령에서 왔다는 한 가족은 더 많이 돌아보아야겠다면서 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등불축제의 조형물을 촬영하고 남수문 곁으로 난 이동로를 따라 길 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화성을 돌아보고 있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화성의 야경을 돌아보는 사람들이다.

 

 

생태교통과 화성문화제의 만남. 그리고 수원시민들과 관람객들의 만남.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축제기간 동안, 사람들은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화성의 야경을 돌아보고 난 뒤 수원천 길로 내려가면서 한 사람이 일행들에게 말을 한다.

 

역시 화성문화제는 밤이 더 좋아. 덮지도 않고 운치도 있고. 등불과 물소리,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까지 이렇게 함께 있으니.”

 

수원천에 정조대왕의 어가행렬이 나타났다. 수원천 천변 길로 가는 것이 아니고 물길로 어가행렬이 지나간다. 앞에는 취타대를 앞세우고, 그 뒤에 말을 탄 호위대장과 궁녀, 그리고 대왕의 어가행렬이 따른다. 그 뒤로는 궁녀를 앞세운 혜경궁 홍씨의 가마가 따른다. 화성문화제에서 선보일 ‘수원사랑 등불축제’의 모습이다.

 

역사도시이자 개혁도시인 수원은 행정의 가치를 사람중심에 두며,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휴먼시티이다. ‘생태교통 2013’의 세계적인 축제가 막바지로 치댔으면서 25일은 ‘마을만들기 주간과 26일 전국마을만들기 대회’가 열리고, 27일에는 ‘제50주년 수원화성문화제’가 시작을 한다. 이러한 모든 축제가 함께 자리를 하는 것이다.

 

 

수원천을 밝힐 등불축제 기대한다.

 

‘수원사랑 등불축제’는 나눔과 소통이 있는 도시, 복지행정의 참여로 모든 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 튼튼한 경제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 청렴한 행정과 유비쿼터스 기반 조성으로 신뢰받는 첨단 도시인 수원의 오늘과 미래를 꿈꾸는 모습을 등불로 표현한 것이다.

 

217년 전 정조대왕은 개혁정신과 당대 과학의 힘을 집대성하여,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화성이라는 아름다운 성을 축조했다. 이 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으며, 사적 제3호로 지정이 되었다. 화성은 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심과 개혁사상의 산물이다. 강한 국권을 지향하던 정조대왕은, 가장 강한 군대인 장용외영의 무사들을 훈련시켜 이 화성을 지키게 만들었다.

 

 

선조들의 자연관과 통치 이념, 예술과 어우러진 과학, 경제의 중심이 된 상권조성 등 수원천을 중심으로 쌓은 화성과, 정조대왕의 사상을 등불로 형상화하여 보여줄 수원사랑 등불축제. 200년 이상을 지켜 온 수원의 사상과 효를 표현하고자 애를 쓴 것이다.

 

모두 네 가지 테마로 구분

 

등불로 이야기하는 수원 화성의 역사는 네 가지의 테마로 구분되어 있다.

테마 1 ; 정조대왕 능 행차

테마 2 : 마상무예

테마 3 : 화성의 생활

테마 4 : 휴먼시티 수원이다.

 

매향교에서 남수문으로 내려가는 길에 조성한 형상화한 등불은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의 가마를 선두로, 뒤에는 말을 타고 월도를 휘두르며 기개 있게 말을 달리는 장용외영의 무사들이 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그네를 타는 여인, 물레를 돌리는 아낙네, 가야금을 타는 모습을 감상하는 선비, 수원천에서 썰매를 타는 아이들, 팽이치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남수문 가까이에는 현대를 상징하는 휴먼시티 수원이다.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수원’과 수원청개구리, 광교산을 뛰노는 다람쥐, 그리고 생태교통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한국의 등 전시와 소원 등의 터널, 빛의 터널도 마련된다고 한다.

 

화성문화제 때 선보일 이 수원사랑 등불축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원천변 길을 걷던 한 시민은

“우리 수원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수원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화성문화제는 5일간이나 열리고, 생태교통까지 함께 마무리가 되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원을 방문할 것 같습니다. 수원시민 모두가 이런 대단한 축제에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했으면 합니다.”라고 한다.

 

수원천을 밝힐 수원사랑 등불축제. 제50주년 수원 화성문화제의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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