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화성을 구경하러 와서 안으로 돌아본다. 물론 시설물 등을 보기 위해서는 안으로 돌아보아야 맞다. 하지만 성이라는 것이, 안보다 밖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 성은 밖으로 겉돌아보아야 진가를 알 수가 있다. 밤에 만나게 되는 화성, 그것은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10월 6일, 제49회 수원화성문화제 둘째 날 밤 8시부터 연무대 일원에서 열린다는 연무대와 창룡문(화성의 동문) 성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야간군사훈련이 주제인 ‘야조(夜操)’를 취재하기 위해 화성 동문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일몰 후에 조명이 들어오는 화성. 조명으로 인해 더욱 장엄하게 보이는 화성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동일포루에서 봉돈까지

 

동문인 창룡문을 나서서 서쪽으로 조금 가다가 보면 동일포루를 만날 수가 있다. 아경으로 보는 동일포루는 낮과 다른 볼거리를 준다. 아마도 관광객인 듯한 가족들이 그 위에서 소리를 질러댄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 것일까? 돌을 이용해 치성을 쌓고 그 위에 판문이 없는 전각을 지은 동일포루. 군사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일 포루는 화성의 5개 포루 중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조 20년인 1796년 7월 10일 완공되었다. 동일포루를 지나 남수문 방향으로 가다가보면 동일치를 만나게 된다. 꿩은 제 몸은 숨기고 밖을 엿보기를 잘 하는 까닭에, 이 모양에서 취한 것이라고 하여 치라고 했다. 치는 성곽을 돌출시켜 성벽으로 달라붙는 적을 공격하는데 유리하게 조성을 하였다.

 

 

 

동일포루에서 동일치로 가다가 보면 성이 심하게 휘어진 곳이 있다. 왜 유난히 이곳만 이렇게 안으로 들어가게 축성을 했을까? 아마도 지금은 평평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예전 이 앞에는 또 다른 무엇이 있지나 않았을까? 아니면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런 궁금증을 만들어 주는 것도 화성 겉돌기가 주는 재미이다.

 

화성에서 치는 16곳이나 된다. 하지만 그 위에 돈이나 포루 등을 설치한 곳이 있어서 순전한 치는 8곳이다. 치는 원래 여장만 두르고 전각을 짓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저 간단한 구조물 같지만, 치의 역할을 나름 중요한 구조물이다.

 

 

치성의 발전된 모습인 포루

 

동일치를 지나면 동이치를 가기 전 동포루가 자리한다. 동포루는 화성의 5개 포루 중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조 20년인 1796년 7월 16일에 완공되었다. 포루는 적이 성벽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화포를 쏠 수 있도록 만든 시설물로 치성의 발전된 형태이다. 화성의 포루는 모두 벽돌을 사용하여 만들었으며 공심돈과 같이 안을 비워 적을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공격할 수 있게 하였다.

 

야경으로 보는 동포루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적에게 위엄을 보일 수 있는 구조물이다. 옛 선인들은 도대체 전쟁을 하기 위한 성을, 이렇게 아름답게 조성을 할 수가 있었을까? 새삼 선인들의 지혜에 머리를 숙인다. 동포루를 지나면 동이치를 만난다. 그리고 그 저만큼 앞에 커다란 구조물을 만나게 된다.

 

 

 

봉돈에 봉화라도 보였으면

 

봉돈은 돌로 쌓아올린 성의 몸체 위에다가, 다시 벽돌로 높게 쌓은 구조물이다. 성 밖으로 18척이나 튀어 나온 봉돈은, 마치 치처럼 생겼으면서도 그 보다 크다. 외면의 돌로 쌓은 것이 5층, 벽돌로 쌓은 것이 62층으로 전체 높이 25척, 너비 54척이나 된다. 봉돈은 그 봉화의 숫자로 신호를 하게 된다.

 

봉돈은 안에서는 또 하나의 작은 성처럼 견고하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봉돈은 그 자체만으로도 걸작이다. 봉돈을 촬영하고 있는데, 봉돈의 안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난다. 위를 올려다보니 사람들의 발이 보인다. 저 다리가 보이는 곳에서도 장용영의 군사들이 성벽으로 달라붙으려는 적들을 향해 화살과 총을 쏘아대었을 것이다.

 

 

 

여덟 번째 구간인 동일포루에서 봉돈까지.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든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야간총체 훈련이라는 ‘화성, 정조의 꿈’이란 군사훈련모습을 보여주는 날인데, 초대되어 온 대사들이나 외지에서 찾아온 많은 관광객들에게, 봉돈이 야간에는 불을 피워 신호를 했음을 보여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행사장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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