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에서 고려로 넘어오면서 비의 받침돌인 귀부는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고려 초기의 귀부를 보면 대개 몸은 거북이로 되어있으나, 머리는 용머리를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 이 용의 형상은 다양하게 표현이 되고 있으며, 이런 다양한 형태의 귀두로 인해 조금은 특이한 형태의 귀부가 제작되어진다.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에 소재한 연곡사에는 많은 문화재가 소재한다. 그 중 국보인 동부도 곁에 서 있는 동부도비는 보물 제153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이 비는 비문인 몸돌은 없고, 뿔이 없는 용을 새겨 넣은 비석의 받침돌인 귀부와, 머릿돌인 이수만이 남아있다. 비문의 형태가 어떠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귀부와 이수로 보아서 일반적인 비에 비해 작은 편이다.


특이한 형태의 동부도비

연곡사 동부도비는 일반적으로 보아 온 비의 받침돌인 귀부와 머릿돌인 이수와는 많이 다르다. 왜 달라 보이는 것일까? 주변을 찬찬히 돌아본다. 그런데 정말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 보인다. 거북이의 등에 거북의 문갑대신 무엇인가가 덮고 있다. 좌우를 살펴보니 날개다. 어째서 날개가 거북이의 등을 덥고 있는 것일까?

비와 귀부의 연결부분에는 구름과 연꽃을 조각하였다. 거북이의 머리도 용의 형체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귀부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면이 있다.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고려 초기의 귀부와 귀두에 비해, 조금은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간략한 모습이다. 용머리의 코와 입 주면이 훼손이 된 듯하다.


몸돌인 비는 사라지고 받침돌인 귀부(위)와 머릿돌인 이수만 남아있다.

머리 부분에는 가운데 뒤로 젖혀 뿔이 있었을 듯한데, 이것도 훼손이 된 듯 밋밋하게 표현이 되었다. 고려 초기에 보이는 용머리의 볼에는 지느러미와 같은 날개를 편 듯한 조각이 넓게 퍼지는 것이 보통인데, 너무 적어 조악한 느낌마저 든다.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귀부는 무엇인가 숨겨진 비밀이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

날개를 달고 있는 거북모양인 귀부

앞발은 발톱을 세워 땅을 움켜잡듯 조각이 되었다. 등에 조각한 날개는 중앙부분이 움푹 들어가고 양편이 굴곡지게 조각을 하였다. 그리고 날개에는 선이 그어지고, 위쪽으로는 문양이 그려져 있는데 정확히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이 귀부의 등에 왜 이런 날개를 조각했을까 하는 점이다.


머리는 일반적인 귀두보다 조악하여 발톱은 무엇인가를 움켜잡으려는 듯 힘이 있다.

이수의 중앙에는 이 비가 누구 것인지를 알리는 글을 판다. 그런데 이 동부도비의 이수에는 네모난 글자를 파는 곳만 만들어 놓고, 글자가 보이지를 않는다. 누구의 비인지 알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이수에는 용을 조각해 놓는다. 그러나 동부도비의 이수에는 용이 보이지가 않는다. 구름무늬만을 조각해 놓아 단조롭기만 하다.

고려 초기의 비로 추정되는 연곡사 동부도비. 꼭대기에는 불꽃에 휩싸인 연꽃몽우리와 같은 보주를 올려놓았다. 설명에는 이 동부도비가 일반적인 비에 뒤떨어진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특별한 감이 있다. 도대체 귀부의 등에 조각한 날개는 무엇일까? 혹 동부도에서 보이는 비천인상을 극락조인 가르빙가로 새겨 넣었는데, 그것과 연결이 되는 것은 아닐까?


받침돌인 귀부의 등에는 날개가 달려있는 특이한 형태이다.
 
연곡사 동부도 앞에 서 있는 동부도비에서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것은, 내 얕은 지식이 화가 나서이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없었음을 탓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 답이 얻어지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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