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여주 고달사지 근처에 버려진 유기견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본 한 분이 그 유기견을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키우겠다고 집으로 데려갔다. 세상에는 참 마음 따듯한 분들이 많다는 것에,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그 기사에 쓰인 댓글 하나가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그 유기견을 데리고 간 분은 유기견 이름을 ‘깨돌이’라고 했단다. 집에서 키우던 개 이름이었다고 하시면서 처음에 걸린 댓글에는 밥도 세 그릇이나 먹고, 잠을 잔 잔다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쓰인 댓글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앞을 볼 수 없어 유기된 것으로 보이는 깨돌이

눈이 안 보인다고 내다 버린 사람

(댓글란에 쓰인 깨돌이를 데리고 가신 분의 글)
 

ls460 2011/02/10 00:30  

안녕하세요...우선 집에서 잘 있구요...안 좋은 소식이 있어요,,,ㅠㅠ,,,자꾸 벽에 얼굴을 치고 다니고 식탁에 머리를 치고 다녀서 다른 병원에 가서 진료를 하니 앞이 안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주 고달사지에서 도망을 안 간게 아니라 못 간거지요ㅠㅠ,,,계속마음이 무거울 뿐입니다. 아,, 그리고 주인장님 사진은 이멜로 보내 드릴께여...혹시요 동물병원 중에서 치료를 도와주실 분은 안계실까요?



이 댓글을 보니 깨돌이는 집에서 키우다가 눈이 안 보이자 귀찮아서 유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깨돌이가 차가 경적을 울려도 도망을 못 간 이유가 알만하다. 집에서 키우다가 귀찮다고 내다버린 분.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내 자식이 장애를 가졌다고 내다버릴 수가 있는 것일까? 이런 댓글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도와주세요. 깨돌이가 앞을 볼 수 있도록

아마도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깨돌이가 눈이 안 보인 것은 아니란 생각이다. 혹 치료를 하면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깨돌이를 데려가신 분도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고 한다. 이 글을 적고 있는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집에서 마음껏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부딪치며 걷고 있는 깨돌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누가 깨돌이를 도와주실 분은 없는 것인지. 동물병원 여러분! 길에서 방황을 하고 있던 깨돌이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앞이 안 보인다니 이보다 더 슬픈 일이 있을까요? 도와 주신 분을 찾습니다.


얼마 전 유기견에 대한 글을 올렸다.(버려진 녀석을 걱정하다 의 글) 많은 분들이 그 작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면서 사연을 남겨주었다.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다행하게도 동물병원에 옮겨져 보호를 받고 있는 중이다. 다리에 있던 철사라고 생각했던 것도 나무가지였다는 것이다. 주인을 잃고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던 녀석이, 자꾸만 눈에 밟혀 잠을 제대로 자지를 못했다.

의견을 남겨주신 분 중에는 자신이 키우겠다고 연락처까지 남겨 놓은 분들도 계시다. 오늘 아침 여주에 있는 아우에게 그 녀석이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있더라는 것이다. 블로그를 들어가 보면 메시지글에 키우겠다는 분이 계시니, 연락을 취해보라고 했다. 그래놓고는 연락이 올 때까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구조를 하기 전 버려진 곳의 풀밭에 힘없이 있는 녀석입니다

동물병원으로 옮겼다는 말에

오후 8시가 다되어 가는데 연락이 왔다. 녀석을 키우겠다는 분과 통화를 하고 난 후, 여주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데려다 주었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디?”
그냥 차에 태우니까 바로 난리를 치데요. 창문을 발로 긁고

왜 그랬지

아마 집으로 가는 줄 알고 그랬나 봐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더니

말도 말아요. 동물병원에 가서도 그렇게 활달하게 돌아다녀요


얼마나 그곳에서 오랜 떠돌이 생활을 한 것일까? 그런 춥고 배고픈 것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서일까? 동물병원에 가서는 언제 그렇게 풀죽은 모습으로 있었냐는 듯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더라는 것이다. 아마 이제 주인이 곧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개를 키우겠다는 분이 곧 데려갈 테니, 녀석의 건강을 좀 챙겨보라는 부탁가지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는 한시름 놓았다.

녀석은 나이가 꽤 먹었다고 한다. 그런 녀석이 그렇게 사람들의 발길만 보아도 목을 움츠리고 겁에 질려 있었던 것은, 그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받았는지도 모르다. 녀석을 길가에서 만난 날도 걱정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키지 않는다고 빵빵거리면서 욕을 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더 걱정스러웠다.


집으로 데려 와 먹이를 먹고 있는 사진입니다

두 가지 주인이 있다.

녀석은 아마도 그곳 어디를 다니는 사람이 유기를 한 것 같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 추운 길에서 자신을 버리고 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올 겨울처럼 추운 날을 버티기라도 했을지 모르겠다. 다행히 보듬고 키우겠다는 분이 나타난 것만 해도 녀석의 복이란 생각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사람이 있다. 마음이 따듯하고 정말 동물을 가족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또 한 가지는 개만도 못한 사람이다. 바로 이렇게 키우던 개를 유기하는 사람들이다. 키우다가 못 키워 내다 버릴 것이라면, 아예 집안에 들이지를 말아야 한다. 그동안 방송 등을 통해 수 없이 길가에 내버려진 유기견들을 보면서, 참 마음 속으로 안쓰러워했다. 좋을 때는 내새끼’ ‘내딸이라는 표현을 일삼으며 너스레를 떨다가, 어떻게 그렇게 길가에 버릴 수가 있는 것인지.


동물 병원으로 옮겨진 후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이 엄마라고 부르면서 키우던 사람들. 자식과 같다고 말만 번지르르 하는 사람들. 가족이라고 떠들어 대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자식을 버리고 가족을 버렸다. 그렇게 하고도 스스로가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말로 개보다 못한 인간이 아닐까?

이번에 만난 녀석으로 인해 생각을 한다. 그래도 세상에는 마음이 따듯한 분들이 계시기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 녀석. 앞으로는 정말 행복한 날이길 기원한다. 끝으로 녀석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걱정을 함께 해 주셨던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또한 동물병원으로 옮기게 해주신 분, 고맙습니다. 그런 아픈 사연이 있어 녀석과의 인연이 생긴 것이나 아닌가 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사진을 보내주신 상교리 지우재의 지우선생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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