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참 세월에 살 같다고 하더니 그 말이 실감이 난다. 23일 동안 웃고 떠들고 세상을 조금 나무라기도 하며 지냈다. 일 년에 서너 번 이렇게 만나는 지우들이 있다. 나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하는 일 또한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만나고 나면 마치 형제인 듯 그리 지내는 사람들이다.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되고 언제인가 의기투합이 되어 모임을 만들었다. 한 사람은 기자, 또 한사람은 화가와 도예가인 부부, 그리고 막내로 일컫는 사람은 대학에 근무를 한다. 그리고 남들이 모두 조합이 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스님이다. 이렇게 5명이 만든 모음의 명칭도 재미있다. ‘달빛파란다. 무슨 조직인줄 알겠지만 이런 이름이 나온 연유도 재미있다.

 

 

남자는 모두 ’, 여자는

 

한 사람의 소개로 두 사람이 만났다. 세 명이 모여 거나하게 술이 취했다. 마침 휘영청 밝은 달이 논바닥에 모인 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멋진 수염을 기른 도예가는 대학에 근무하는 아우에게 달을 따다 주겠다면 논으로 미끄러졌다. 얼마나 멋을 아는 사람들인가? 그리고 붙여진 이름이 바로 달빛파란다.

 

논에 빠진 사람은 논달’, 그리고 논에 빠진 사람을 건지려고 애를 쓴 사람은 건달’, 절에 계신 스님이 산중에 있다고 해서 산달’, 또 한 사람은 항상 뒷골목을 누비며 돌아다닌다고 해서 뒷달이란다. 그리고 화가인 여자는 술잔에 걸린 해란다. 이 사람들의 모임은 일년에 한 번 지독하게 마셔대는 버릇이 있다.

 

 

막내가 빠진 모임, 그래도 즐겁다

 

이 모임은 세상 누구도 함께하면 벗어날 수가 없다. 그만큼 지독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대학에 있는 막내는 거리가 멀어 참석을 하지 못했다. 대신 여주에 산수유가 만개하는 날 모두가 함께 모이기로 약속을 했다. 토요일 오후에 여주에 모인 일행은 그저 만나면 언제나 그렇듯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댄다.

 

딱히 어떤 주제도 없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리고 남들이 보면 저 사람들 왜 저러지할 정도로 웃고 떠들어댄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언제나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밥상머리에 둘러앉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술자리에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요일 오후에 서울 홍익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토요일 술자리에서 부부의 아들과 전화를 하고 일요일에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하루를 보낸다. 항상 그랬다. 모일 때마다 무슨 이유를 대서든지 하루를 더 연장을 한다. 주변 사람들조차 징그럽다고 할 정도로 마시고 먹어댄다. 그렇다고 무조건 마시고 먹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다들 잊지 않고 한다. 일을 해도 네일 내일이 없다. 여주에 사는 아우네 집에 누가 블루베리를 21주를 갖다 놓았다. 그것을 서울로 향하기 전에 모두 심어놓았다. 들판에 지천으로 깔린 냉이며 달래도 캤다. 그리고 신촌역 인근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이 모임은 나이가 필요치 않다. 위아래도 없다. 그저 만나면 다 함께라는 생각만 갖는다.

 

그 자리에 새 얼굴이 함께했다. 달빛파 모임에 함께 하고 싶다는 홍익대 미대생이다. 만장일치로 환영을 한다. 그렇게 몇 시간을 먹고 마시며 즐긴 다음 다시 밤길을 달려 여주로 내려왔다. 그렇게 보낸 23일이다.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은 그 만남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풀어버리고 버스에 올라 돌아온다. 그리고는 내 일에 몰두를 하게 된다. 남들처럼 좋은 곳,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나도 세상이 이리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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