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궁은 지리산 청학동에 소재한다. 삼성궁에는 배달민족의 국조인 환웅, 환인, 단군을 모셨다.(삼성궁에서는 환웅과 환인과 한웅과 한인이라고 한다) 삼성궁이 자리하고 있는 청학동은 신라의 최치원이나 도선국사를 비롯한 역대의 선사들이, 최고 명당 중에 명당이라고 알려준 곳이다.

이 삼성궁은 한풀선사가 초근목피로 연명을 하면서 오랜 시간 준비를 해 온 곳이다. 이곳에 배달민족의 혼을 일으키고, 민족적 구심점을 형성하기 위해 돌탑(솟대)을 쌓고 삼성궁을 건립하였다. 매년 10월 4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삼성궁의 천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여, 고대 조선 문화로의 회귀에 동참을 한다.


비가 오는 날 오른 삼성궁

10월 24일(일) 아침 일찍 출발하여 청학동을 지나 삼성궁으로 올랐다. 전날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아침이 되어도 그칠 기미를 보이지를 않는다. 삼성궁 앞 주차장에는 이미 만차가 되어있다. 날이 좋으면 묵계까지 차가 늘어선다고 한다. 문을 지나 오르다가 보니 작은 폭포가 보인다. 주변에는 이미 단풍이 들기 시작해, 폭포 주변이 아름답다. 이곳을 ‘청학폭포’라고 부른다고 한다.

양편으로 돌로 담을 쌓은 길을 따라 걷는다. 굴도 지나고, 연못을 건너 올라가는 곳. 마지막으로 석문을 들어서니 삼성궁이 시야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모여들었다. 시간이 늦어 마고성에서 하는 행사는 참석을 하지 못했다. 조금 있으니 풍물을 앞세운 사람들이 삼성궁으로 모여든다.


삼성궁 입구에 있는 청학폭포와(위) 삼성궁 전경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전각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하고 앉았다. 주악에 맞추어 차를 올리고 천부신경 등을 구송한다. 밖에서도 합장을 하고 사람들이 제에 동참을 한다. 안에서는 한참 의식이 베풀어지고 있는데, 시끄럽게 사진을 찍는다고 떠드는 사람들. 어디를 가나 이런 사람들 때문에 분위기가 망쳐진다.


특이한 돌담과(위) 태극모양의 연못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지리산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든 삼성궁.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많은 사람들을 대접하기도 만만치가 않을 듯하다. 비는 계속 오는데도 삼성궁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단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삼성궁의 근본이 되는 배달민족의 혼을 찾기 위해서일까?


천제를 지내는 사람들

제를 마치고 삼성궁을 떠나면서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왜 이곳을 찾았느냐고. 사람들은 그저 단풍도 볼겸, 이곳이 아름답다고 해서 들렸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이렇게 신성한 곳임에도 여자 친구를 무릎에 앉혀놓은 사람도 있다. 요즈음 신세대의 애정행각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가보다. 그런 것을 무엇이라고 탓하는 것이 아니지만, 장소와 때는 조금 가릴 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붉게 물이 들기 시작하는 지리산, 그리고 비가 오는 날 산허리에 걸린 비구름, 삼성궁은 또 다른 이상의 세계로 사람을 인도한다. 질퍽이는 길을 따라 오르기가 버겁기도 했지만, 모처럼 좋은 의식 하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문화의 또 다른 일면을 볼 수 있기도 했다. 그 오랜 시간을 이렇게 쌓아놓은 돌탑과 돌담을 따라 내려오면서, 내년에는 미리 이곳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기 시작한 삼성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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