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수원 여기저기 참 아름다운 길이 많이 생겨난다. 어디는 억새와 화성의 성벽이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하는 곳도 있고, 어느 곳은 단풍이 물든 것이 손이라도 뻗치면 손에 붉은 물이 들것만 같은 길도 있다. 평소에 무심코 지나던 길이 이렇게 변한 모습을 보면서, 참 무심하게 세상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저 볼 일이 있어 찾아갔던 곳에서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깊은 가을을 느꼈다면, 그저 입을 벌리고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5일 오전 찾아갔던 수원월드컵 경기장. 그냥 경기장 주변에 있는 조각이나 다시 한 번 돌아볼까 해서 찾아갔던 곳에서, 아름다운 가을을 만났다. 눈이 휘둥그레질 밖에.

 

 

가을이 내려앉은 길목

 

무엇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이럴 때는 그저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음을 한탄하는 수밖에. 붉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길에서 사람들이 연신 포즈를 취한다. 그 모습조차 가을을 훼방하는 것만 같아 조금은 언짢기도 하다. 떨어진 낙엽을 연신 바람을 내어 한 곳으로 모으고 있는 모습에서도 아쉽다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조금 더 놓아두었더라면 그 낙엽을 밟으면서 더 깊은 가을의 소리에 젖어들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이 맡은 일을 다 하는 사람들을 보고 무엇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일. 그저 낙엽을 아직 치우지 않은 곳으로 찾아가 가득 쌓인 낙엽을 밟아 본다. ‘바삭하고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가을이 발밑에 있다.

 

언젠가 기억이 가물거린다. 낙엽이 쌓인 고즈넉한 절간 마당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치우지 않는 것을 보았다. ‘왜 낙엽을 쓸어내지 않는가?’ 라고 물었더니, ‘그것이 가을인데 사람들이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쓸어버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대답이다. 작은 절간에 스님이 참 마음 한 번 푸짐하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단풍이 다 진다는데

 

수원월드컵경기장 조각이 즐비하게 있는 곳에서, 천천히 북쪽 출입구가 있는 방향으로 길을 걷는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단풍들이 눈을 부시게 만든다. 땅에 떨어진 많은 낙엽들이 가을이 깊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단풍이 다 질 것 같아요. 그래도 주말까지는 단풍이 남아있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가을은 역시 단풍철이죠. 바빠서 멀리가지 못하시는 분들은 월드컵경기장으로 오시면 아름다운 단풍 길을 걸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단풍을 쓸어 커다란 비닐봉투에 담으면서 하는 말이다. 꾹꾹 눌러 담아내는 낙엽들이 가득하다. 예전 같으면 다 추위를 녹이는데 사용했겠지만, 요즈음은 그렇게 담아간 것을 퇴비를 만드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봄이면 아름답게 꽃을 피워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으로 눈을 즐겁게 한 나무들. 이제 그 명을 다했음에 또 다시 퇴비로 거듭난다는 말에 가슴 한 편이 뭉클해진다.

 

단풍 길이 시작되는 곳에 옆으로 누워있는 안면상이 단풍구경을 하느라 그랬는지, 아니면 붉은 단풍이 눈이 부셔서 그런 것인지 눈조차 크게 뜨지 못하고 있다. 그 뒤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에는 까치 한 마리 마치 제 집이라도 되는 양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비킬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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