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에서 강경읍으로 가다가 보면 중간에 채운면을 지나게 된다. 이곳에서 강경읍으로 들어가기 전 채운교를 비켜 서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다리가 있는데, 바로 강경 미내다리이다. 이 미내다리는 강경의 대표적인 문화유적이다. 현재 충남 유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미내다리는 조선 영조 7년인 1731년에 건립된 것으로 비문에 전한다. 일명 ‘조암교(潮岩橋)’라로도 불렀던 미내다리는 이곳을 흐르는 하천명이 미내천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여지승람』에는 ‘미내다리가 있었는데 조수가 물러가면 바위가 보인다 해서 <조암교>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곳은 강경포구가 있던 곳으로 조수의 왕래가 심했으며, 수많은 배들이 이 미내천을 이용해 교역을 감행하였다.


개들도 생선을 물고 다니던 강경포구

강경포구는 한 때는 우리나라 상권을 대표하는 포구의 장 중 한곳이었다. 포구에는 객주집들이 즐비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는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선창에는 잡아온 물고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며, 지나는 개들도 생선을 물고 다녔을 만큼 그렇게 풍요로운 곳이었다고 전한다.

그런 강경에 교량이 놓이기 이전에는 장마철이나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릴 때면, 홍수와 눈이 쌓여 교통이 두절되고 인명의 피해가 자주 발생하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강경사람 석설산과 송만운이 주동이 되어, 황산의 유부업과 스님인 경원, 설우, 청원, 그리고 여산의 강명달, 강지평이 다리를 놓기 시작해 1년 미만에 공사를 완성하였다 한다.




미내다리는 세 개의 아치형 교량 중 가운데가 크고 남북 쪽이 약간 작다. 받침은 긴 장대석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홍예석을 돌려 구름다리로 축조하였으며, 석재는 40㎝×50㎝×110㎝ 내외의 장대석을 사용하여 만들었다. 홍예 사이의 간지에는 드러난 면이 35㎝×150㎝ 정도의 장대석을, 잘 치석하여 반월형의 둘레에 따라 돌을 사다리꼴로 쌓았다. 부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돌만으로 맞추어 아치를 형성케 한 축조방법은, 당시 선조들의 재주가 과학적으로 얼마나 뛰어났는가를 짐작케 한다.

염라대왕이 ‘미내다리를 보고 왔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 앞에 나아가면 ‘강경 미내다리를 살아생전 보고 왔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 정도로 강경장은 포구를 끼고 발달한 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미내다리는 그 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였다. 미내다리가 망가져 사람들이 통행을 뜸하게 할 때, 이 미내다리 돌을 가져다가 집에 쓰려고 했던 사람들은,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벼락을 쳐 공포에 떨고는 했다는데, 거기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하다.



미내다리가 없어 늘 통행에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이 두 청년을 시켜 다리를 놓게 하였다. 다리를 다 놓고 보니 경비로 걷어준 엽전이 남았는지라, 두 청년은 이를 나중에 다리를 보수할 때 쓰리라 생각하고 다리 밑에 묻어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중 한 청년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 온갖 좋다는 약을 다 써 보았으나 차도가 없었다. 그 때 같이 다리를 놓은 친구가 우선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돈을 묻어둔 곳으로 가, 다리 밑을 파보았으나 엽전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병석에 누운 청년은 더욱 병이 악화되다가 구렁이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미내다리 밑으로 들어가 흔적이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폐교(廢橋)가 된 미내다리 돌을 갖다 쓰려고 하면 벼락이 치고 날이 어두워져, 놀라 다시 돌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벼락이 그쳤다고 한다. 그때부터 미내다리의 돌은 ‘구렁이 돌’이라고 하여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난 추석날 미내다리를 건넌다.


아마 이렇게 청년이 구렁이가 된 것은 미내다리 밑에 묻어두었던 엽전을, 몰래 꺼내서 약값으로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미내다리는 정월 보름날 다리를 자기 나이수대로 왕복을 하면, 그 해에는 액운이 소멸된다고 한다. 또한 추석 날 이 미내다리를 일곱 번을 왕래하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전하고 있다.

우리 풍습에는 정월에 ‘다리밟기’라는 놀이가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리를 밟으며 건강을 기원한다. 미내다리를 건너는 것도 그러한 놀이에서 연유가 된 속설로 보인다. 이번 추석에는 미내다리를 일곱 번 걸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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