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온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꽃의 한 종류인 태풍 나크리(NAKRI)는 최대풍속 초속 25m/s 이며 강풍반경이 350km인 중형태풍이다. 이 태풍이 오는 2일 오전 9시 서귀포 남서쪽 약 210km 부근 해상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또한 4일 오전에는 전북 군산 서쪽 부근 해상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태풍 나크리는 한반도 인근을 통과할 때 많은 비바람을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태풍으로 인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인 경기도당굿보존회 남부지부 사람들이다. 3() 오후 5시부터 수원천 남수문 앞 지동교에서 세월호희생자 극락왕생을 위한 위령굿을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1일 오후 지동교 난간에는 3일에 위령굿을 지동교에서 연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일기예보에서는 3일에 태풍 나크리로 인하여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기다가 강한 바람과 함께 폭우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기상태로 라면 도저히 지동교 위에서 위령굿을 펼칠 수가 없다.

 

 

위령굿 무슨 일이 있어도 합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접했을 텐데도 위령굿을 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가설무대라면 천정이 없는 무대인데 무슨 재주로 비가 오는데 공연을 한다고 한 것일까? 걱정이 앞서 3일 위령굿의 당주(굿을 주관하는 사람)인 경기도당굿 이수자인 승경숙씨에게 연락을 취해보았다.

 

태풍이 온다고 해서 약속한 위령굿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저희 도당굿보존회 남부지부에서 모든 사람들과 약속을 한 일입니다. 더구나 저희는 세월호 참사 49일째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가 바다위에서 49제를 여는 날도, 비바람이 세차게 불어 배가 뒤집힐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49제를 지내고 왔죠. 이 위령굿은 이제 그만 모든 영혼들을 안정시켜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그동안 세월호의 침체로 인해 많은 손해를 감수한 우리 상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자리입니다. 반드시 해야죠.”

 

이미 모든 준비를 다 마친 상태라고 한다. 이날 위령굿을 위하여 지전춤과 도살풀이춤을 출 춤꾼들도 이미 섭외를 마친 상태이며, 위령굿에 동참할 보존회 회원들도 이미 다 정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그날 굿상을 차리기 위한 제물로 이미 다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문제는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3일에 위령굿을 열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이제 중단할 수는 없다고 한다. 비명에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자리인데, 만에 하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얼마나 슬퍼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지동교 아래서 위령굿 열 것

 

그래도 비거 쏟아지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다. 당사자들도 고민을 하는데 기획을 한 기획자들이 지동교 아래서 하면 충분하다라고 했단다. 지동교 아래는 상당이 넓은 공간이 있고, 아무리 비가 많이 온다고 해도 비를 맞지 않고 할 수가 있다. 거기다가 조명까지 준비를 했다고 한다. 오히려 더 좋은 자리가 아니겠느냐고 하면서 웃는다.

 

지동교 아래서 하자는 소리를 듣고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관객이 하나도 없어도 무관합니다. 저희들이 희생자들을 위해서 정성을 다해 마련한 자리니까요. 그날 비가 오지 않아도 저희들은 지동교 아래 판을 벌일 것입니다.”

 

정성을 다해 위령굿을 열겠다는 마음 때문인가? 태풍이 온다는데도 판을 벌일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고 즐거워한다. 이미 그 마음만으로도 위령굿은 하늘을 감응시킨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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