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고래가 유명하다. 울산 분들 이야기로는 울산 앞바다에는 밍크고래가 수천 마리나 살고 있다고 한다. 고래의 포경은 불법이다. 그러나 가끔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고래는,울산지역에서 경매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판매를 한다고 한다.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맛이 다 틀리단다.

밍크고래는 태평양 연안과 한국의 동해안에서만 출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쇠정어리 고래'라고 불리는 밍크고래는 몸길이는 6.9∼7.4m정도에 최대몸무게는 14t이나 된다는 고래이다. 이 고래고기를 먹을 기회가 생겼다. 고래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딴 고기를 일체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독특한 맛을 내고 있다는 말이다.
  
부위마다 제각각의 맛을 낸다는 고래고기 모듬

태풍 뎬무가 한반도로 상륙을 한다는 몇 시간 전에 울산으로 향했다. 오랫만에 직장이라는 곳을 들어가, 처음으로 맞는 하기휴가다. 어릴 적에 방학이라도 맞는 듯한 기분으로 들뜬다. 길을 나서기 전에 이미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전주를 출발해 고속도로를 거쳐 대구쯤 가니 앞이 보이지를 않는다. 

차의 속도는 시속 60km를 넘지 못한다. 몇번이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울산에 도착했을 떄는 이미 밤 10시가 넘어섰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고래고기가 한 접시 놓여있다. 그리고 몇분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생전 처음으로 맛보는 고래고기다. 기대를 잔뜩 안고 달려간 울산이다.

부위별로 다른 맛

고래고기를 권하는 분이 여기저기 부위별로 앞으로 놓아준다. 처음으로 먹어서인가 어떤 맛인지 구별이 잘 안된다. 그런데 울산에서도 먹기 힘든 밍크고래라는 것이다. 모듬 한 접시에 15만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고래고기 육회는 정말 맛이 색다르다.

"정말로 어렵게 주문을 했습니다. 울산 분들도 이 정도로 특별한 고래고기는 맛을 볼 수 없습니다"
"고래 고기가 그렇게 귀한가요?"
"귀하다 말다요. 정말 먹기 힘든 부위만 왔네요. 고래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 정도면 거의 깜빡 죽습니다"

그렇게 귀하다는 고래고기를 앞에 놓고 고민을 한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고래고기. 그 맛은 과연 어떠할까? 한 점을 입에 넣어본다. 이게 먼 맛이람.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함께 자리한 울산분은 연신 고기자랑을 한다.

"정말 맛 있습니다"
"이 부위는 소금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을 압니다"
"한 번 맛을 들이면 절대로 딴 고기를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나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전에 블로거 한 분에게서 고래고기에 대한 간단한 상식을 들었다. 그런데도 감이 안 잡힌다.

"처음에는 조금 니글거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몇 번 드셔보시면 중독성이 생깁니다"


"맛있죠?"
"예 맛있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제 맛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네요"
"많이 드시면 정말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예 많이 먹겠습니다"

고래고기를 먹으면서 미안하다.

그러나 정작 먹는 나는 그리 즐겁지가 않다. 고래를 잡았다는 것도 그렇지만, 이건 도대체 귀한 고래를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어서다. 몇 점을 먹고 더 이상은 먹지를 못하겠다. 어렵게 준비를 해주신 분께도 미안하다. 이쯤 되면 이실직고를 할 수 밖에.

"사실은 아직 고기 맛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맛이 독특하죠?"
"예"

대답은 하면서도 그 맛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귀하다는 고래고기를 준비해 주신 분의 마음은 너무나 고맙다. 울산을 떠나면서 한 마디만 한다.

"고래고기 정말 맛이 특이하네요"

태풍이 올라오는 빗길을 4시간이나 달려 찾아 간 울산.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맛을 본 고래고기. 그 맛이 일품이라는 고래고기의 추억은 오래 갈 것만 같다. 기가막힌 맛 보다는,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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