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빠르다. 누군가 살같이 빠른 세월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정말인가보다. 나이가 먹어 그저 무엇인가 좀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에, 담배를 멀리하자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아무 의미도 없이 한 일이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고 습관처럼 냉수를 한 잔 마시고 난 뒤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려고 하는데 갑자기 담배에서 냄새가 난다. 순간 그 냄새가 나에게서 나는 냄새라는 것을 알았다. 나이가 먹으면 아무리 정갈하게 몸을 간수한다고 해도, 몸에 배어있는 냄새를 가시게 할 수는 없는 것인가 보다.

 

 

담배 하나 안 피우는데 시간은 왜 이리 남아?

 

그 자리에서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아침마다 시간에 쫒기는 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냉수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면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일을 하다가도 담배를 피우려고 하면 또 10분을 허비해야 한다. 그렇게 하루에 두 갑 정도의 담배를 피웠다. 그 시간이 온전히 남아도는 것이다.

 

정말 몰랐다. 담배 하나를 멀리하면 그 시간이 온전히 나에게 남아 돌아온다는 사실을. 그런데 정작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주변에서 나는 냄새가 사라졌다는 갓이다. 담배를 피울 때는 혹 나에게서 냄새는 나지 않는지, 집안 어디에서 담배냄새가 배어 있지는 않은지를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그것 하나만 해도 하나의 올무를 벗어난 셈이다. 그리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담배와 함께 술까지 줄어

 

담배를 끊었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모두 의아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40년간을 입에 달고 있던 담배가 아니던가? 세상없어도 담배를 끊지 않겠다고 하던 사람이다.. 농담 삼아 말하길 술 끊으면 일망(一亡), 담배 끊으면 이망, 여자 끊으면 삼망이고 그 다음은 사망(死亡)’이라고 이야기를 했으니 말이다.

 

주변에서도 이해를 하지 못하겠단다. 무슨 담배를 그렇게 쉽게 끊느냐고. 그런데 쉽게 끊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저 피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을 뿐이다. 그런데 담배를 멀리하면서 술도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다. 술맛이 사라진 것일까? 역시 술과 담배를 붙어 다녀야 제격인가 보다.

 

 

이제 취미생활 하나 마련해볼까?

 

하루를 보내다가 보면 예전보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5일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 놓고 지인과 함께 가까운 낚시터를 찾아갔다. 휴가철이라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불과 세 시간 정도 낚싯대를 느리고 앉았다.

 

큰 것은 아니라고 해도 20cm 정도의 붕어가 곧잘 물린다. 아마 한 열 마리 정도는 물렸는가 보다. 주변 사람들보다 유별나게 입질이 잦다. 누구 말마따나 손 맛 한번 제대로 본 셈이다. 물린 것이야 그 자리에서 다 풀어주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아무래도 형님 취미생활 하나 마련해야겠어요. 무엇이라도 이젠 좀 즐길 수 있는 것 하나 마련해보세요. 연세도 있으니까 그렇게 즐기면서 살아도 되잖아요. 그동안 너무 빡빡하게 살아오셨잖아요.”

동행을 한 지인의 이야기다. 그것도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내일은 보따리 하나 걸머메고 바람 따라 길이나 떠나볼까?


집안에서 낚시를 한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언제인가 방송에 동해 어디인가 집 안에서 바다로 낚싯대를 느리고 낚시를 하는 모습을 방영한 적이 있다. 그 방송을 보면서 '참으로 멋진 모습이다'라고 부러워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바다까지 가야만 할 수 있는 낚시다. 물론 그 집에 사는사람이야 언제나 낚시를 할 수 있지만.

 

그런데 바다를 가지 않고도 집안에서 낚시를 하는 곳이 있다.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서원리에 가면 물맘 공방이 있다. 3대째 도공의 맥을 잇는 물맘 아우는 그동안 일본을 건너가 도공의 넋을 기리는 행사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은 제주도의 섭지코지에 빠져있지만, 최초로 일본 땅에 우리 장승을 깎아 세우는가 하면 현해탄에서는 막사발 수장제를 지내기도 했다. 


낚시를 유난히 좋아하는 물맘 아우는 시간이 나면 낚시를 한다. 그리고 잡은 물고기를 작업실 앞에 만들어 놓은 연못에 넣어둔다. 집에 손님들이 오면 가끔 작업실에서 직접 낚시를 해 대접을 하고는 했다.

 

작업실 앞에 있는 작은연못

낚시에 먹이를 끼우는 물맘 아우

요즈음은 이런 일을 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찾아가면 늘 매운탕을 끓여 소주나 한잔 하잖다. 매운탕꺼리는 있느냐고 했더니 바로 준비가 된다고 한다. 무슨 소리인가? 언제 낚시를 해 갖고 와서 매운탕을 끓인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런데 낚시가방에서 낚시대를 준비한다. 낚시대를 창밖으로 느리고 낚시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걸려 올라온다. 그것을 이용해 다시 낚시를 한다.

 

지루한 시간이 지난다. 낚시는 정신수양을 하는데 최고라고 한다. 한 곳만 집중하다보니 잡념도 사라진단다. 세상에 참 이런 일이 있을까? 집안에서 낚시를 하다니. 이렇게 살던 사람이 요즈음 들어서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고 하니, 거 참,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못가에 심어놓은 꽃에 나비가 날아들었다

낚시를 하는 동안 연못가에 핀 꽃에 커다란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자연은 늘 그렇게 인간과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간다. 인간이 자연을 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이 땅이기 때문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큰 녀석이 걸려들었다. 이렇게 집안에서 잡은 물고기를 이용해 손님접대를 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월척을 낚았다. 물맘 아우는 답답할 때면 이렇게 작업실 앞에 있는 연못에서 물고기를 낚았다가 풀어주고는 했단다. 그리고 손님들이 오면 그 자리에서 낚시를 해 대접을 한다고. 잡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모두 즐겁다. 아마 이런 모습도 그가 예술가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지난 날 이런모습을 보면서 참 별난 아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젠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을 아는 사람. 그리고 최고의 한량이란 생각이다. 사람은 가끔 이렇게 변화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단 생각이다. 오랫동안 옛 자료들을 들쳐보다가 문득 물맘 아우 생각이 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술을 함께 한 기억이 가물하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을 하고 보내려는지. 두고두고 그리운 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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