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군 가남면 본두2리는 '해촌 조기울'이라고 부른다. 조기울이란 본두리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로, 조선조에는 조개울면 또는 소개국면이었다가, 1914년 일제에 의한 행정구역 통폐합 때 본두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현재는 본두 1리는 묘촌 조기울, 본두 2리는 해촌 조기울이라고 부른다. 해촌 조기울은 일제 때에 농촌의 식량증진을 위해 마을마다 농촌진흥회를 만들었는데, 이 마을에는 중앙에 괴목인 해나무가 있어서, 해촌진흥회라 한데서 비롯하였다고 한다.

 

마을의 안녕을 위한 오래된 대보름 의식

 

28일 오후에 길을 나서 본두2리를 찾아 나섰다. 매년 이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낙화(落火)놀이'라는 의식을 보기 위해서다. 길을 잘못 들어 몇 번을 주변을 돌아서야 겨우 도착을 한 조기울 마을. 낙화놀이를 하는 논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논을 가로질러 줄을 매어 놓고 그 곳에는 등이 달려 있다. 등을 달아 맨 줄에는 길게 순대처럼 생긴 것들이 달려 있는데, 그것들이 연신 불꽃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낙화놀이는 마을의 제의식이다. 딴 곳에서는 산신제나 목신제, 장승제, 서낭제 등을 지내는 것처럼, 이 본두리 마을에서는 낙화놀이라는 특별한 놀이를 통하여 마을의 안녕과 건강을 빌었던 것이다. 정월 대보름에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을 제관으로 선출해, 불꽃이 떨어지는 곳에 제물을 차려놓고 가정의 안녕과 만복이 깃들기를 빈다. 이 낙화놀이는 영동고속도로가 마을을 가르고 지나면서 조기울 마을이 갈라진 후에는, 홀수 해에는 본두 1리에서 지내고, 짝수 해에는 본두 2리에서 의식을 거행한다.

 

 

 

마을에서 전해진 전통방법으로 만들어지는 낙화 

  

낙화와 등을 매단 줄을 흔들고 계신 본두리 마을 신동유(남, 77세) 노인회장은 이 대보름 의식이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진 것이라고 설명을 한다.

 

"우리 평산 신씨가 이 마을에서 살아 온 것이 벌써 14대인데, 마을에 정착하면서 이 낙화의식이 전해졌다고 하니까 500년은 족히 넘은 전통이지."

"낙화놀이는 왜 시작을 했을까요?"

"예전에는 마을에 병원도 없고 하니까 병이 들면 큰일이지. 그래서 정월 대보름에 이렇게 낙화놀이를 해서 병이 걸리지 않고, 자식들이 잘 크게 해달라고 정성을 드리는 것인데, 지금은 예전 같지가 않아. 예전에는 대단했지."

"낙화는 어떻게 만드세요?"

"낙화는 집집마다 정성을 드리려고 만드는 것인데, 소나무 껍질을 말려 숯가루와 함께 곱게 빻은 다음, 메밀짚 잿물에 담갔다가 말린 창호지에 잘 싸서 만들지"

 

연신 줄을 당기시면서 말씀을 하시는 신동유옹. 이렇게 전해지는 마을의 전통 대보름 의식이 점차 줄어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집집마다 만드는 등과 낙화

 

논을 가로질러 걸린 줄에 매달린 등은 30여 개가 조금 넘었다. 그런데 등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마침 등을 매단 곳에 계신 주민들이 있어 내용을 들어보았다.

 

"등은 집집마다 만드시나요?"

"그럼요, 정성인데요. 집집마다 만들어서 등에다가 이름과 소원을 적어 걸어요. 그래서 등이 못 생겼잖아요."

"파는 등을 사다가 하셔도 될 텐데."

"정성이잖아요. 매년 이렇게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일 년 동안 집안이 편안해지죠."

"마을 주민 전체가 다 등을 만들어 거나요?"

"전에는 집집마다 걸었는데 요즈음은 빠지는 집이 많아요."

 


낙화는 불이 폭포처럼 떨어지기 때문에 붙인 명칭이다. 숯가루가 불에 타면서 아름답게 불꽃을 일으키며 아래로 떨어진다. 바람이라도 불면 그 불꽃이 날려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바람이 없어 아래로만 떨어져 내린다. 마을을 못 찾아 헤매는 동안 많은 불꽃은 다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도 아름답기만 하다.

 

길이 30 ~ 40cm, 굵기가 5cm 정도인 낙화에서 아름답게 떨어지는 불. 정월에는 불을 놓아 액을 방지한다. 달집태우기나 횃불놀이 등도 다 불로써 일 년의 액을 태운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 불로써 액을 막는 정월 대보름의 놀이를, '낙화놀이'라는 본두리 마을 특유의 의식으로 바꾼 것이다. 단지 액을 막는 것만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함께 창출해 낸 조기울 낙화놀이는 또 다른 대보름의 아름다움이다.

 

"기자양반 우리 마을 소개 좀 잘해서, 많은 사람들이 낙화놀이를 보러 올 수 있도록 해줘. 이렇게 아름다운 놀이가 자꾸 사라지는 것이 아쉽잖아."

 

본두리 마을을 떠나는 기자에게 당부를 하시는 노인회장의 말씀이다. 밤새 그렇게 불꽃이 떨어진다는 조기울 낙화놀이. 정월 대보름 액막이의 특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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