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번지(창룡문로 56번길 18)에 거주하고 있는 고성주씨(, 60). 이 집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천성이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일 년이면 수차례 사람들이 이 집으로 몰려온다. 경로잔치, 삼계탕 봉사, 육개장 봉사, 떡국나누기, 쌀 나누기, 김장나누기 등 해마다 10여 차례나 되는 나눔의 장을 갖는다.

 

고성주씨가 남과 나눔을 갖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필요에 따라 지동을 찾아오거나 어느 단체에서 부탁을 하면 삼겹살 파티를 푸짐하게 열어준다. 물론 사람들은 몸만 가면 된다. 삼겹살을 먹을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23일 낮 시간에 이집에 사람들이 또 모여들었다.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원장 김용국)의 식구들을 위해 석화구이 잔치를 연 것이다.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은 2005년도에 경기전통문화연구소로 출발을 했다.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란 설립취지를 갖고 시작을 했다. 이 말은 하늘이 주신 혜택은 땅이 주는 혜택만 못하고, 땅이 주는 혜택은 사람과 사람의 화합만은 못하다라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의 화합, 아시안의 문화적 소통을 이룩하고 동아시아의 모든 문화를 교류하고자 하는데서 시작을 한 것이다.

 

나눔이 없는 세상은 삭막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고성주씨. 해마다 이렇게 포항에서 부쳐오는 석화를 갖고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는 한다. 이 자리는 항상 열려있다. 지나가던 사람 누가 들어와도 환영을 한다.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세상을 올바로 사는 것이 아니죠. 어차피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것인데요. 나눔은 인간의 가장 큰 덕목입니다. 저는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까지 니누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눔이 인간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고성주씨. 이날도 모든 준비를 아침부터 시작한다. 오후에 사람들이 모이기로 했다면서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해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런 자리 정말 고마워요

 

하도 나누는 것을 좋아하다가 보니, 이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언제나 당당하게 먹을 것을 요구한다고 하면서 웃는다. 김장을 담아 홀몸어르신들께 나누어 드렸는데 소문을 듣고 한 어르신이 찾아와 통을 내밀더란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썰어서 넣어달라는 주문까지 했다고.

포기김치를 용기에 담아드리면 몇 쪽 안 들어가요. 그런데 썰어서 담아드리면 그 두 배는 들어가죠. 어르신이 욕심을 내신 것이죠.”라면서 웃는다.

 

오후가 되자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의 식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안면도 없는 지나던 어르신도 함께 자리를 한다. 그래도 누구하나 간섭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석화를 잘 구워진 것을 앞에 놓고 술도 한 잔 따라드린다. 이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이미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살이 통통히 오른 석화의 식감은 일품이다. 거기다가 밤고구마 상자까지 곁들여 열어놓는다. 불에 구워먹는 고구마가 일품이라면서.

저는 여기 두 번째예요. 지난번에는 삼겹살 파티를 했는데 정말 잘 먹었어요. 사실 저희 결혼이주민들은 이렇게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 정말 고맙죠.”

 

결혼이주민들도 함께 자리해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에는 모아라는 결혼이주민들의 모임이 있다. 25명 정도의 회원이 있는데 전통문화연구원의 국제적인 행사는 이들이 없으면 불가능할 정도로 자원봉사를 하는 모임이다. 매주 화요일에 모임을 갖고 있는 다문화가족들이다. 마침 자리에 함께 한 박경희 회장은 중국인이다. 18년 전에 유학을 왔다가 한국이 좋아 다시 찾아와 한국남자와 결혼을 했다고 한다. 벌써 한국인이 된지 14년이나 되었다고.

 

정말 저희들은 고맙죠. 이렇게 좋은 음식을 일 년이면 몇 차례나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요. 오늘도 많은 회원들이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시간들이 안 맞아서 조금 더 있어야 올 것 같아요.”

 

 

그렇게 웃고 즐기면서 석화와 고구마를 불에 구워 먹는 사이, 한 박스의 석화를 해치웠다. 다시 한 박스를 열면서 고성주씨는

시간도 많이 있어요. 앞으로도 몇 분이 더 오신다고 하니 천천히 드세요. 세 박스나 준비했으니 마음껏 드실 수가 있을 거예요. 오늘 이 석화 다 드셔야 돌아가실 수 있어요.”라고 한다,

나눔이 인간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하는 이사람. 한국에 와서 이렇게 푸짐하게 석화를 처음 먹는다고 하는 결혼이주민들. 정은 그렇게 쌓여가는 것인가 보다. 평생 나누며 사는 사람 고성주씨. 나눔이 인간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하는 뜻을 조금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19(교동)에 소재하고 있는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23일 오전부터 가족여성회관 1층이 시끌벅적하다. 동남아의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 오전 이곳에 모인 각국의 전통요리들을 조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행사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이날 행사는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이 주관하는 2013 회원의 날을 맞이하여 함께 해준 고마운 사람들을 위한 행사 중 하나였다. ‘Asian Harmony' ’아시안, 맛과 향을 나누다2’ 행사에서는 9개국에서 참가를 한 다양한 음식을 조리과정에서부터 직, 간접적으로 참여를 하고 함께 나누며 아시아의 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동유하기 위한 시간을 가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화합을 중시하는 전통문화연구원

 

2005년도에 경기전통문화연구소호 출발을 한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은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란 설립취지를 갖고 시작을 했다. ‘하늘이 주신 혜택은 땅이 주는 혜택만 못하고, 땅이 주는 혜택은 사람과 사람의 화합만은 못하다라는 취지는 사람과 사람의 화합, 아시안의 문화적 소통을 이룩하고자 설립했다.

 

2009년에 사단법인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을 설립을 하면서 국제학술 세미나, 아시아 전통문화강좌, 한국 전통문화강좌, MOA(Mon of Asian), 아시아의 문화, 민속, 옛이야기 등을 출판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다문화로 열어가는 아시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시아 각국의 전통문화를 비교하여, 아시안이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또한 각국의 전통연희를 중심으로 상호 비교하여 교류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청소년 모임과 아시안이 여성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꿈과 희망의 마당,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의 전통문화강좌 등도 열고 있다. 더불어 다문화시대 한국인을 위한 아시아의 전통문화강좌 등 다양한 일을 함으로써,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에 맞는 사람과 사람의 화합을 추구하고 있다.

 

500여명 몰려 성황 이뤄

 

12시부터 준비한 각국의 음식을 세팅하고 난 뒤, 오후 1시부터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준비한 음식은 모두 9개국의 음식이 선을 보였다. 베트남의 새우쌀국수, 몽골의 호솔 군만두, 중국의 찡장요스와 토마토 계란볶음, 네팔과 인도의 치킨터리와 짜빠띠 등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캄보디아에서는 만췌우와 마이자를 준비했으며, 카르기스스탄에서는 보르속(Boorsook), 필리핀에서는 마하브란카를 준비했다. 일본에서는 닭고기덮밥인 오야코동부리를 사람들을 의해 준비했고, 한국에서는 잡채를 내놓았다. 이 외에도 식혜와 수정과 과일 등이 준비되어 사람들의 구미를 돋우었다.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김용국 원장은

올해 저희들이 준비한 다문화 가족들의 교류의 장이기도 한 아시안 맛과 향을 나누다는 두 번째입니다. 처음에는 11개국에서 참가를 하기로 했는데, 9개국이 참가를 했습니다. 지난해는 200여 명 정도가 함께 동참을 했고, 올해는 500명 정도가 동참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다문화 가정들과 함께 사람과 사람이 화합하는 저희 연구원의 취지에 맞게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한다.

 

 

베트남의 새우 쌀국수를 먹고 있던 이아무개(, 34)씨는

오늘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음식 맛을 볼 수 있어 정말 행복해요. 각국에서 준비를 한 많은 음식들을 조금씩이라도 맛을 볼 생각입니다. 이렇게 함께 모여 사는 모습이 정말 너무 좋아요. 앞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 마음을 열어주어야 할 것 같아요.”라면서 음식의 향이 다르듯, 문화가 다른 다문화 가정들과 함께 화합을 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겠다"고 한다.

 

사람이 남과 나눌 수 있다는 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다고 한다. 꼭 가진 것이 많아서 나누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야 갖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나눌 수는 없다. 일 년에 몇 차례 자신의 이웃들을 위해 마음으로 나누며 사는 사람이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에 거주하는 고성주씨(, 60)가 바로 그이다.

 

올 해만 해도 벌써 몇 차례 인근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잔치를 벌였다. 한 여름 더위가 시작되던 초복에는 삼계탕 200그릇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대접을 했다. 전날부터 그 더위를 이겨가면서 불을 떼고, 200마리의 삼계 닭을 사다가 끓였다. 지동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집으로 초청해 삼계탕 대접을 한 것이다.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아

 

마음에 여유가 있다고 해도 어떻게 그 복중에 200명 분의 삼계탕을 끓여 사람들에게 대접을 할 수 있겠는가? 심성이 착하다고 해도 그렇게 가정에서 사람들에게 대접을 한다는 것이 결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어르신들을 모셔 대접을 하고는 한다.

 

16일에 고성주씨의 마당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마당 가득 쌓인 절인 배추들. 그 전날인 15일에 모두 절여놓았다가 김장을 하는 것이다. 고성주씨는 무속인이다. 스스로 만신이라고 자청을 한다. 경기안택굿 보존회의 회장인 그는, 자비를 들여 매년 안택굿을 이어가기 위해 무대에 올린다. 그렇게 바삐 살아가면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을 한다. 이 집은 항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지동 벽화골목에 조성 된 시인의 벽에 글을 쓰기위해 지동을 찾아 온, 수원시인협회 회원 25명에게 삼겹살을 대접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누기를 좋아하는 고성주씨가 김장을 하는데 자그마치 배추 700포기를 한다는 것이다.

 

독거노인들께 나누어 줄 김치

 

배추 700포기는 배추 값만 해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김장을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저희 동네에는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매년 30분 정도에게 김장을 해서 나누어 드리고 있어요. 그분들에게 10포기씩만 갖다드린다고 해도 300포기가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자식들에게도 주어야 하고요.”

 

 

그래서 700포기나 되는 김장을 한다는 것이다. 고성주씨가 이렇게 해마다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자신이 만신이기 때문에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일이 곧 자신의 수양부리(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을 고성주씨는 아범, 어멈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많아도 수양부리들은 고성주씨에게 아버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다. 이것은 과거 단골네들의 습속으로 고성주씨는 이 시대에 남아있는 유일한 단골이다)들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매년 이렇게 많은 김장을 하시고 나면 몸살을 앓아요. 그래서 말리고는 하지만 한 해도 가르지 않아요. 혼자 사시는 분들이 김장을 하지 못하면 한 겨울 동안 무엇으로 사시느냐고 걱정을 하죠.“

 

 

김장을 통에 담던 한 수양부리의 말이다. 그렇게 매년 나눔에 익숙해져 있는 고성주씨. 커다란 통에 김치를 꾹꾹 눌러 담는다. 그것이 모두 독거노인들께 나갈 통이라고 한다. 이틀 동안 배추를 절이고 속을 버물리고, 김장을 마친 시간은 해질녘이 다 되어간다. 700포기 김장을 하기 위해 사용한 용기들만 해도 엄청나다.

 

해마다 이렇게 나눔을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는 고성주씨. 김치를 담은 통을 들고 이집 저집 찾아다닌다. 독거노인 분들이 사시는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올 한해 나눔의 마무리인 김장. 700포기 김장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이제 5월이 가깝다. 5월이 되면 주말에는 산행을 한다. 겨울 동안 비둔해진 몸을 빼기 위해서이다. 그동안 매일 취재하고 책상에 앉아 기사를 쓰다가 보니, 몸이 불어도 너무 불었다. 특히 배가 무슨 임신부처럼 불러오고 있으니, 영 몸이 무거워 날렵하지가 않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살이 찌고, 5월부터 10월까지는 좀 빠진다. 그것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그래도 살이 빠지는 것일까? 그것은 주말이 되면 산으로 달려가기 때문이다. “산은 왜 가세요?” 이렇게 묻는 분들도 있다. 물론 산을 오르는 것이야 사람마다 이유가 다르다. 나에게도 산을 오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산에 가면 지천에 깔린 것이 먹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도 아직 덕돌이 인 것을...”

 

가끔 산에 함께 올라가는 스님이 한 분 계시다. 이 분 심마니 못지않다. 산을 오르기만 하면 하다못해 작은 산삼 한 뿌리라도 들고 내려오신다. 삼이 자라는 지세 등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산삼이 매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산삼이 아니라고 해도, 더덕이며 버섯 등을 따 갖고 내려오신다.

 

감독님은 아직 덕돌이예요.”

 

이 말은 나에게 스님이 하는 말이다. 예전에 프로덕션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 때 만난 분들이라, 나에게 당시의 명칭인 감독이라는 호칭을 쓴다. 그리고 산삼 몇 뿌리를 캤다고 해도, 아직은 더덕을 주로 캐는 덕돌이이라는 것이다. 그야 심마니가 되었거나 덕돌이가 되었거나 중요하지가 않다. 내가 산을 오르고 거기서 자연산 먹거리를 하나라도 들고 오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산삼을 좀 캐려나?

 

그래도 올해는 열심히 산을 돌아다녀야겠다. 우선 배를 줄여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주변에 산삼을 나누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주변에 몸이 허한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산삼을 캐러 산을 가야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따라가겠다고 하는 지인들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산삼이라는 것이 그렇게 늘 보이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산을 올라가면 7~8시간을 쉬지 않고 돌아다닌다. 그것도 등산로를 다니는 것이 아니다. 계곡을 따라 험한 길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산행을 하다가보면 남들보다 몇 배 더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 또 계곡에 있는 큰 돌들은 굴러 떨어질 염려가 있어 이래저래 위험하다.

 

 

그래도 올해는 열심히 다녀보아야겠다. 소문으로 들은 산삼(물론 개복삼이겠지만)이 난다는 곳을 몇 곳을 알아냈다. 그러니 더욱 열심히 산을 뒤져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우리 〇○○좀 먼저 살리자고요

 

참 이런 말을 들으면 난감하다. 산삼을 어디 길거리에 봄나물 나듯 찾는 것도 아닌데, 흡사 맡겨 놓은 듯 달라고 한다. 물론 그만큼 절박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마음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더 열심히 산을 누벼야 할 것 같다. 지난해는 그래도 스님 덕분에 꽤나 큰 것을 구경했는데.

 

 

5월이 되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많은 것들 중에, 그래도 나에게는 주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산삼 몇 뿌리가 눈에 뜨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별것이든가? 누구에게라도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나 혼자 움켜잡고 배 불린다고 좋은 세상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서인가, 홀 안에는 아직 사람들이 꽉 차있지는 않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다녀 간 사람들이 약 300여명 정도라고 한다. 12월 21일,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자리한 블랑드W 웨딩홀 5층에는 연신 사람들이 드나든다. 넓은 홀에는 테이블에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먹으면서 담소를 즐기고 있다.

 

‘사랑과 온정이 있고 소통과 나눔이 있는, 2012 지동 일일찻집 및 작품발표회 화합의 밤’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행사는 지동주민자치위원회 및 유관단체에서 주관을 한 마을축제이다. 일 년간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마을주민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면서 소통을 하는 그런 자리로 마련이 되었다.

 

넓은 예식장 홀에 마련된 지동마을잔치와 차림표. 내년도 이웃돕기를 할 성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로 음식값이 다르다 

 

너도나도 마을자랑에 빠져

 

축제장이 웨딩홀이라니 그도 놀랍기만 하다. 이렇게 넓은 곳을 빌리자면 임대료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하니, 자치센터에 근무하는 이성주주무관은

 

“이 웨딩홀 사장님이 우리 지동 자치위원회 회원이십니다. 그래서 정말 거의 실비로 빌려주시는 바람에 이 행사를 할 수가 있었죠.” 라면서 그동안 동 자지센터 3층에서 찻집 및 발표회 등을 했으나, 장소가 비좁아 많은 어려움을 당했다고 한다.

 

올 한 해 지동을 어지간히 돌아다녔더니, 제법 아는 얼굴들이 많아졌다. 인사를 하는 사람마다 무엇 좀 드시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맛있는 음식이 있는 줄 알았다면, 점심을 좀 늦게 먹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홀에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유관단체 회원들이 음식을 나르며 봉사를 하고 있다.

 

주방에서 음식준비를 하는 지동 통장협의회 통장들과, 이날 가장 인기를 끈 녹차국수

 

“오늘 이 음식은 모두 통장협의회에서 마련해 주었습니다. 어제부터 많이들 고생을 하셨죠. 밤새 국수의 육수를 만들고 음식 준비를 한다고요”

 

표영섭 지동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지동 자랑에 여념이 없다. 지동주민들은 누구나 만나면 마을자랑을 하는 데는 모두 고수가 되어있다. 전에 비해 변해도 너무 많은 변화를 가져 온 지동마을. 그래서 이곳은 늘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

 

“우리 지동만큼 정이 깊은 곳이 없을 듯합니다. 지동은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마을이기 때문에, 지동 안에 노인정이 5곳이나 되죠. 대를 물려 사시는 분들, 아니면 적어도 이곳으로 옮겨 오신지 30~40년 이상이 된 집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토박이 촌으로 되어버렸습니다. 막말로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정도를 훤히 알고 있죠. 그래서인가 모두가 가족들처럼 정이 넘치는 곳이죠.”

 

 

차려 낸 음식들 정갈하니 담백해

 

한창 여기저기 홀 안을 다니면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 굳이 음식 맛이라도 보라고 끌어 앉힌다. 상에는 생굴, 김밥, 골뱅이무침, 귤과 떡, 고기 등이 차려져 있다. 굴을 한 점 먹어보니 싱싱하다. 음식들이 정갈한 것이 보기에도 맛이 있어 보인다.

 

“우리 지동은 재래시장이 세 곳이나 됩니다. 물론 큰 규모의 장시로 친다면 하나 정도이겠지만,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 지동시장이 다 먹거리 중심의 시장입니다. 그리고 이 세 곳의 시장을 돌아보면 짧은 동선 안에서 모든 찬거리를 다 마련할 수가 있죠.”

 

지동자치위원회 표영섭 위원장

 

자치위원장답게 마을 자랑을 하는 것도 남다르다.

 

“이 굴도 오늘 아침에 생산지에서 바로 구입해 온 것입니다. 우리 지동에 있는 시장들은 모두 유기농과 우리 농산물을 구입해서 판매를 합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생산지역을 표시를 하고 있죠. 그래서 누구나 안심하고 구매를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차례대로 먹을 때마다 끝없이 자랑이 이어진다. 음식 맛이 별로라면 화라도 내보겠지만, 할 말이 없다. 먹는 음식마다 담백한 것이 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리 통장협의회 통장님들 음식솜씨도 수준급입니다. 연말이면 여기저기서 일일찻집이나 마을예능발표회 등을 하지만, 우리 지동만큼 음식 맛이 좋은 곳이 없습니다.”

 

맛을 보라고 차려 낸 음식들. 잔치상 같다

 

딴 곳에 취재할 일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곳에 앉아있으면 밤새 표영섭 자치위원장의 자랑을 들어야 할 것만 같다.

 

“한 장에 1만원씩 판매를 한 티켓이 한 천장 정도 팔렸습니다. 그리고 음식의 재료들은 시장 상인들이 싸게 판매를 했기 때문에, 행사를 마치면 한 3~4백 만원 정도 남을 듯합니다. 이 이익금은 내년에 김장나누기를 할 때 재료를 구입하거나, 쌀 등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께 반찬을 해 드리기도 하고,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누며 살면서 서로가 소통하는 것이 우리 지동의 자랑이죠.”

 

달라져도 한참 달라진 지동마을. 순박하고 정이 깊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동마을이 내년에는 또 어떻게 변화된 모습으로 사람을 맞이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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