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냐?
“날이 더운데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하나?”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끼니를 챙겨 먹는다는 것이 큰 일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시간을 맞추어 먹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밥을 먹는 시간도 아까워 돌아 다니다가, 때 늦은 식사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이다.
이 복중에 답사를 재촉한다. 비로 인해 그동안 한참이나 답사를 하지 못했다. 늘 새로운 글을 써야 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더운 날에도 발길을 멈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참 팔자 한 번 드세우.’라고 하는 아우 녀석에게 ‘그래도 내 일인 걸’이란 말로 대충 입막음을 해버린다. 그렇게 찾아 들어간 식당이다.
도대체 이게 정말 감자여? 공룡인줄 알았네.
때가 늦은 시간인데도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아마도 인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 듯하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먼저 자리를 뜬 사람들이 입구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찍고 있다. 밥을 먹고 난 후 그리로 가보니 거 참 희한하게 생긴 것들이 놓여있다. 감자인데 그 모습이 해괴망측하다. 크기도 크고.
“이거 감자 맞나요?”
“예, 아시는 분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갖다 놓았어요.”
“이건 꼭 공룡을 닮은 듯도 하고, 정말 이상하게 생겼네.”
사람들은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휴대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어댄다. 가끔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것들이 눈앞에 나타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곁에 아우 녀석은 이럴 때마다 한 마디 거든다.
“형님, 블로그에 올릴 글 하나 생겨 좋겠수.”
어머니의 손맛인 시골스런 밥 한상에 피로를 잊다
참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물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언제부터인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되고, 그것을 찾아 하나하나 어디엔가 소개하는 것이 나의 일처럼 되어버렸다. 남들은 이런저런 일로 음식을 소개하고, 그것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재에 대한 고집스런 글을 올리다가 보니, 맛집을 발견해도 늘 식당문을 나서고 나서야 '소개를 할 껄 그랬나'라는 생각을 한다.
서로 상을 차리겠다고 하는 아이들.
원주시의 문화재를 답사하던 날, 이미 점심시간을 지나 배도 고프다. '한 가지만 더 찍고...' 라는 생각으로 돌아치다가 보니, 오후 2시가 넘었다. 아침을 7시에 먹었으니 배도 고프고 허기도 진다. 길가에 있는 식당들이 많지만, 그 중 한집이 눈에 띤다. 안으로 들어가니 살림집을 식당을 사용하는터라, 여느 식당처럼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냥 내집처럼 편안함을 주는 그런 곳이다. 밥 한상에 7,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보인다. 주변에 마당한 식당도 없는터에 이것저것 따질 수는 없다. 그래도 늦게나마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고마움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식당 집의 아이들인 듯, 누나와 남동생이 서로 상을 차리겠다고 주장을 한다. 서로 미루겠다고 다둘 나이인 듯 한데, 서로 상을 차리겠다는 아이들을 보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주거니 받거니 차린 소박한 밥상
특별한 것이 없다. 반찬이라야 10여가지. 거기다가 고급스런 반찬은 없다. 가갹에 비해 비싼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든다. 하지만 허기진 배에서는 연신 들어오라고 난리다. 조금 있으니 된장 냄새가 구수하게 나는 찌개를 갖다 놓는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는 말과 함께.
돌솥밥을 새로 하느라고 조금 늦었다고 정중히 이야기를 하는 남자녀석의 행동에 웃음이 난다. 하지만 반찬을 하나하나 먹어보니, 어디선가 많이 먹어 본 맛이다. 아주 오래전에 어머니가 텃밭에서 구해다가 만들어준 반찬맛이랄까? 그런 맛이 난다. 거기다가 식당이 가정집 거실이니 더 더욱 그러하다.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조금은 텁텁하고 깔깔한 맛.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맛이다.
답사를 다니면서 온갖 맛이 있다는 집은 많이도 들려보았다. 집의 전면을 덮고있는 '무슨무슨 방송국 무슨무슨 프로 출연' 등의 문구가 적힌 곳도 수없이 들어가보았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조미료를 싫어해서인지, 그런 곳도 그렇게 맛있게 느끼지를 못한 것만 같다. 오히려 소박하면서도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집. 어느 가정의 점심상처럼 편안한 식단. 그래서 이 식사 한끼로 피로를 잊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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