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복원이 된 남수문. 그 옆에는 끊어진 채, 화성의 연결이 멎은 곳이 있다. 바로 화성 중에서 훼손이 되었던 구간이다. 지금은 예전 남수문에서 팔달문까지 연결이 된 부분에는 상가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이 상가들이 앉은 자리가 남공심돈과 남암문, 그리고 팔달문의 양편에 적대가 자리하고 있던 곳이다.

 

화성 겉돌기 그 10번째 구간은 참으로 마음 아픈 구간이다. 팔달문 양편으로 아직도 끊어진 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 구간이 이어지겠지만, 이 끊어진 구간은 참으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10월 11일 오후에 돌아본 화성 겉돌기, 남수문에서 팔달산으로 오르는 길에 만나는 남치까지 돌아본다.

 

 

 

일제는 왜 팔달문 일대를 파괴했을까?

 

국립민속박물관에 보관 중인 헤르만 산더가 1907년에 찍은 사진에는, 남수문에서 팔달문으로 가는 성곽의 돌출된 치성 위에 축조한 남공심돈이 보인다. 그리고 팔달문 양편에는 적대가 있었다. 적대란 성문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성 양편에 있었던 치성위에 축조한 포를 쏘는 구조물이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져 버린 남암문도 팔달문 동쪽 약 95미터 되는 곳에 있었다. 암문은 후미진 곳에 설치해 비상시에 적의 후미를 공격하는 병사들이 출입을 하거나 식량 등을 나르는 비상문이었다. 암문은 성벽에다 돌로 무지개 문을 설치하였는데, 제도는 정문과 같으나 약간 작게 하였다고 한다.

 

 

 

 

남암문이 완성된 것이 을묘년인 1795년 2월 23일인데, 화성의 다섯 개의 암문 가운데 가장 먼저 이루어진 것이다. 문의 너비도 다섯 암문 중에서 가장 넓었는데, 옛 어른들의 증언에 의하면 남암문은 시신을 내보내는 ‘시구문(屍柩門)’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상여가 통과할 만큼의 너비와 크기를 축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남암문과 남공심돈, 그리고 팔달문 양편의 적대가 사라진 것이다.

 

언제인가 화성 답사를 할 때, 팔달문 인근에 오래 사셨다는 어르신에게서 들은 말이 있다. 팔달문 양편의 성곽 일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일제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동문으로 백두대간과 연결된 광교산의 지기가 흘러들어, 성곽을 타고 팔달문을 거쳐 팔달산으로 지기가 오르면 수원에서 큰 인물이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 명산에 쇠말뚝을 박은 것처럼 팔달문 양편의 성곽을 허물어, 수원에 큰 인물이 나지 못하도록 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한 소리이긴 하지만, 유독 이 곳만 성벽을 허물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끊어진 성곽, 마음이 아파

 

화성은 이 구간만 빼고는 거의 복원을 마쳤다. 올해 남수문을 복원하면서 서남각루 아래서 끊어졌던 성곽이 남수문을 지나 연결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팔달문은 양편 성곽을 잃어버려, 마치 양팔을 잃은 체 외롭게 서 있는 것처럼 쓸쓸해 보인다. 서편으로도 잘려진 성벽이 미쳐 잇지 못한 체, 팔달산으로 오르는 성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10월 11일 오후에 돌아본 끊어진 팔달문과, 사라진 남공심돈, 남암문, 팔달문 양편의 적대. 그 모든 것이 언제나 제대로 연결이 되어, 완전한 화성을 이룰 수가 있는 것인지. 돌아보면서도 내내 마음이 아프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가시지 않은 아픔이다.

 

팔달문은 지금 한창 보수 공사 중이다. 팔달문을 바라보고 길을 건넌다. 그리고 팔달산 쪽으로 다가선다. 그곳에서 미쳐 연결을 하지 못한 성곽이 잔뜩 움츠리고 있다. 언제나 저 팔달문과 맞닿을 수 있으려는지. 성벽을 따라 천천히 팔달산을 오른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남치.

 

 

 

 

그런데 이곳은 여장의 간격이 없다. 모두 연결을 시켜 만든 여장. 왜 유독 이 구간만 이렇게 여장의 사이를 떼지 않고 연결을 한 것일까? 그 여장과 성벽이 연결되는 부분에 꽃이 피어있다. 이곳은 원형 그대로 보존이 되어있는 곳이다. 남치를 둘러보고 팔달산으로 치솟아 오르는 성벽을 바라본다.

 

이곳을 지나 남암문으로 나가는 용도를 따라가면, 화성 겉돌기는 끝이 난다. 성 밖으로 돌면서 살펴 본 화성 겉돌기. 난 이 화성 겉돌기를 하면서 또 다른 화성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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