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마친 곤충생태전의 자료를 반납하느라 남원 밤재라는 곳을 갔다. 문화충만이라고 하는 이 집은 저녁이면 리라이브를 하기도 하고, 바베큐를 팔기도 한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뒤로는 '밤재솔바람길'이라는 이름이 아름다운 숲길이 있어,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 집에서 장수풍뎅이 등을 기르고 있기 때문에 전시된 것들을 제자릴로 돌려보내기 위해 다녀왔다. 그런데 이 문화충만에 가니 작은 고양이 하나가 울고 있다. 이녀석 사람을 보고 좀 놀아달라고 하는 듯하다. 길냥이 새끼인데 이제 태어난지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어미가 버리고 간 길냥이

이 녀석이 이 집에 오게 된 것은 거의 20여일이 지났다고 한다. 숲속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가보았더니,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울고 있더라는 것. 주변을 찾아보아도 어미도 없이 혼자 숲속에서 울고 있었다고, 혹 어미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녀석을 집으로 데리고 와 놓아두었는데도 어미가 며칠을 기다려도 나타나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어미에게 버림을 받은 것은 아닌지.
 
그대로 놓아두었다가는 차가 길 앞으로 다니기 때문에 위험해 우선 이곳에 정을 붙일 때까지 목줄을 해 놓았단느는 것이다. 실내에는 풍뎅이 등을 키우기 때문에 녀석이 해를 입힐 수도 있어, 고민 끝에 밖에 박스로 집을 만들어 주었다고.




개밥그릇에서 놀고 있는 길냥이새끼

그런데 이녀석을 보고 한참이나 웃었다. 녀석이 노는 곳이 바로 개밥그릇 안이기 때문이다. 딴 곳에 옮겨 놓아도 자꾸만 그리 들어간다는 것. 아마 녀석에게는 이 개밥그릇이 퍽이나 좋았나보다. 밥그릇 밖으로 나갔다가도 놀란 듯 밥그릇으로 돌아와 안에서 논다. 

곁으로 다가가니 녀석 같이 놀아달라고 조르는 듯하다. 아마도 혼자 하루 종일 노는 것이 무료했다는 듯. 앞에서 사진을 찍자 발을 내밀고 난리도 아니다. 그래도 밥그릇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며칠 지나 어디로 가지만 않는다면 목줄을 풀어주어야겠다는 사장님. 이 녀석 잘 좀키워주세요. 그래도 당당하게 생겼구만요.      






이런 제목으로 글을 쓴다면 남들은 무엇이라고 할까? 어지간히 심하게 ‘뻥을 친다’ 고도 할 테고, 아니면 글 쓸 소재가 어지간히 없다고 걱정을 할 것도 같다. 그러나 정말이지 뻥을 치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글 쓸 소재가 없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글 쓸 소재야 3년 열흘을 쓰고도 남을만한 자료가 쌓여있다.

내가 묵고 있는 방은 골목길에 접해있다. 그래서인가 늘 밤이 되면 아이들이 밖에서 떠들고, 이 녀석들 가끔은 주변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담배를 피워대기도 한다. 가끔은 길냥이들이 창 밑에 와서 잠을 깨워놓기도 한다. 밤만이 아니라 골목길이다 보니, 대낮에도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다가 하수구를 향해 던지고 간다. 실력이 없는 사람들인지, 늘 길바닥에 떨어지지만.

하수구를 막아 놓아도 꽁초를 그냥 던져버리고 간다. 

뒤꼍에 와서 실례를 하는 길냥이들

그런데 이 길냥이 녀석 중에 꼭 뒤꼍에 와서 실례를 하고 가는 녀석이 있다. 그것도 바닥에 실례를 하는 것이 아니고, 꼭 쓰레기를 담아내는 쓰레받기에다가 한다. 예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골탕을 먹이는 것인지는 몰라도. 녀석들이 드나드는 구멍을 막아버렸더니 이번에는 골목길에 볼일을 보고 갔다.

녀석들 변의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매일 아침 그것을 치우려고 하면 조금은 짜증스럽기도 하다. 거기다가 담배꽁초까지. 길냥이들의 실례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담배꽁초의 무분별한 길바닥 버리기를 좀 말려보자고, 종이컵에 물을 조금 담아 창문 밑에 놓아두었다. 그런데도 마찬가지다. 길바닥에 수북이 쌓인 꽁초가 아침마다 나를 반긴다.

담배꽁초를 버리라고 종이컵을 놓아주었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매일 아침 그것을 바꾸어 놓으면 언젠가는 조금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전날 밤 길냥이 녀석들이 심하게 울어댄다. 몇 녀석은 되는가보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나가보기도 귀찮아 모르는 체했다. 아침에 바쁜 일이 있어 점심시간에 골목길의 꽁초를 치우려고 컵을 주워들었는데, 냄새가 역겹다. 꽁초가 있어야 할 종이컵 안에 어느 녀석이 실례를 해놓았다. 시간이 오래되었는지 말라버린 것이.

종이컵 안에 실레를 해놓았다. 밤새 시끄럽게 몇 녀석이 울어대더니.

밤새 그렇게 시끄럽게 하더니, 이런 것을 보여주려고 했을까? 조금은 어이가 없다. 종이컵에다가 볼일을 보고 간 길냥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참 오래 살다가 보니 별일이 다 있다. 그날 밤 시끄럽게 군것이 이렇게 종이컵에 변을 보았으니 알아서 구멍을 열어달라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다시 드나드는 입구를 열어주어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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