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부안읍 서외리에는 중요민속문화재 제18호인 부안 서문안 당산이 자리하고 있다. 당산이란 민간신앙에서 신이라고 섬기는 신앙의 대상물이다. 서문 안 당산은 높은 돌기둥과 돌장승이 각각 1쌍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는 도로변에 자리한다. 당산이라고 부르는 돌기둥은 마을 밖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부정한 것에 대한 침입을 막고, 마을의 안과태평을 위해 세운 솟대의 일종이다.

이 서문 안 당산은 부안군청 서쪽 약 40m 지점에 큰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 있었던 것을, 할머니 당의 자리에 모아 놓았다. 이 두 쌍의 솟대와 장승은 부안읍성의 서문 안을 보호하는 것으로 조선조 숙종 15년인 1689년에 세워졌다. 원래는 사문으로 통하는 길 양편에 서 있던 것을 1980년 현재의 자리로 옮긴 것이다.


할아버지당과 할머니당은 돌기둥

이 두 개의 돌기둥은 각각 할아버지당과 할머니당이라고 한다. 할아버지 당산은 서문 안 당산의 주신으로, 꼭대기에는 돌로 조각된 새가 얹혀 있다. 할아버지 당의 받침돌에는 '알받이 구멍'이라는 작은 구멍이 여러 개 파여져 있다. 이 알받이 구멍은 당산제를 지낼 때 쌀을 담는 곳이다.

할머니 당산은 새를 따로 얹지 않고 돌기둥 윗부분에 새겨서 표현한 특징을 보인다고 했다. 또한 할머니 당산의 윗부분에 새는 머리를 바다 쪽으로 향하게 해, 부안 읍내의 화재를 예방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할머니 당산을 보면 당산의 허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 위에 있는 오리를 확인할 수가 없다.



길에서 바라보면 좌측에 할아버지 당이 서 있고, 그 옆에 위가 유실된 할머니 당이 서 있다. 그리고 돌장승 한 쌍이 나란히 서 있다. 할아버지라고 하는 남장승은 복판에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이라 음각했으며, 머리에는 탕건을 쓰고 수염이 있다. 눈썹은 굵게 표현을 했으며 눈은 앞으로 튀어나온 왕방울 눈이다. 코는 주먹코에 볼은 불거져 있어, 흡사 입 안에 사탕이라도 물고 있는 형상이다. 상원주장군은 '당산하나씨' 또는 '문지기장군'이라고도 부른다.

우측에 있는 할머니는 할아버지보다 조금 작은 형태로 조성이 되었다. 복판에는 '하원당장군(下元唐將軍)'이라 새겨져 있다. 할머니 석장승은 할아버지 석장승보다 많이 마모가 된 상태이며 복판에 글씨도 알아보기가 힘들다.


알받이 구멍, 그런 것이었구먼

이 마을에서는 돌장승 2기와 돌기둥인 솟대 2기를 묶어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며, 매년 음력 정월초하루 자정을 당산제를 시작해 다음날까지 지낸다. 예전에는 공동체의식이 강해서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 제사를 드렸다. 그리고 부안 동문 안과 남문의 당산을 함께 모시는데, 이는 서문 안 당산이 주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마을마다 지내던 마을제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참석해 지내던 마을제는 단순히 의식으로서의 기능만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공동체를 창출하고, 그 공동체가 서로를 위하는 상부상조의 기틀이 되었던 것이다. 사라져버리고 약식화 되어가는 마을제가 소중한 것은, 바로 그 안에 공동체의 무한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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