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굿 보신 적 있으세요?”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답은 두세 가지로 구분이 되어 나온다. 그 첫째는 “굿 좋죠. 우리 굿이야말로 정말 축제죠”라는 대답이다.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그래도 우리 문화나 정체성에 대해서 조금은 인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굿 TV에서 가끔은 보았는데, 무섭기도 하고요”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들은 한 마디로 무관심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사람들이 있다. “굿 그거요 미신이고 귀신들이 장난질 하는 것이잖아요” 라는 대답을 하는 부류이다. 이런 사람들은 난 종교적 사대주의자라고 표현을 한다. 한 마디로 굿이 무엇인지 그 어원조차 모르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여기서 어떤 특정 종교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다. 굿은 아주 오래 선사시대부터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지주였고, 그 굿을 통해 우리는 감사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먼 뜬금없이 굿 이야길 하자고

 

굿 이야길 하자고 하면 아마 삼년 열흘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만큼 한 때 우리 굿에 미쳐 살았다. 오늘 뜬금없이 굿 이야길 하자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굿판에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도대체 저 사슬세우기는 왜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바로 그 특별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굿판을 혹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 있다면, 굿을 하는 도중에 통돼지나 족발, 혹은 소머리 등을 월두나 삼지창 등에 끼워 세우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슬세우기’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떡시루 등을 걸어서 세우기도 한다. 이 사슬이 잘 서야 그 굿을 신령들이 잘 받았다고 흔히 이야기들을 한다.

 

그런데 사슬세우기는 두 가지가 있다. 이런 굿판에 진열되었던 돼지나 떡시루 등을 세우는 사슬세우기가 있고, 또 하나는 물동이 위에 무당이 직접 올라서서 뛰는 ‘용사슬 세우기’가 있다. 용사슬이란 물동이 안에 물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사슬'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고리

 

'사슬을 세운다' 는 것은 무의식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행위를 말한다. 대감이나 장군, 혹은 별상이나 신장 등에서 사슬을 세우는데, 사슬을 세우는 것은 단순히 중심을 잡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상당히 깊은 뜻을 내재하고 있다. 무의식에서 ‘사슬’이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사슬' 이란 고리로 형성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생태계 등에서도 '먹이사슬' 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먹이고리’를 말하는 것이다. 무의식에서 나타나는 사슬이란 의미도 이런 고리로 연결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가 있다. 즉 창이나 삼지창 등을 자루를 밑으로 하고, 위에 소머리나 돼지머리 우족이나 통돼지 등을 올려 중심을 잡는 행위이다.

 

이것은 두개의 연결고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사슬을 세우는 것은,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의 연결을 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 안에 신에게 올리는 제물을 드리는 것이다. 하기에 이 사슬이 잘 서야 신령이 감응을 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바로 그런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고리가 사슬인 것이다.

 

무격이 직접 고리가 되는 용사슬

 

무당들이 자신이 모시는 신령들을 위하는 굿인 맞이굿 등을 할 때나, 내림굿 등을 할 때는 항아리에 물을 담고 그 위를 한지로 덮어놓는다. 이 위에 오르는 것을 ‘용사슬’이라고 한다. 흔히 ‘용사슬 세운다’ 혹은 ‘용사슬 탄다’고 하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것 역시 사슬과 다름이 없다.

 

일반적인 사슬은 제물로 대신하지만, 용사슬은 무당 자신이 직접 제물이 되는 것이다. 즉 신과 인간의 연결고리인 사슬을 자신이 직접 세움으로써, 자신이 주제자(主祭者)의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사슬이란 단순히 중심을 잡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서 중요한 뜻을 가진 하나의 신성한 의식이 된다.

 

‘굿은 미신이다’라는 일제의 허망한 이야기가, 아직도 공공연히 종교적 폄하로 사용이 되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기만 하다. 굿을 제대로 이해를 하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과, 그 굿을 이용해 정말로 혹세무민을 하는 사람들. 이제 제발 이런 마음 아픈 이야기들은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온전한 사슬이 서야 나라가 평안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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