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순천시 가곡길 82-5에 새롭게 문을 여는 '송광 실버하우스'에 모이신 분들에게 ‘스님짜장’ 봉사를 하고 난 다음날인 6월 30일, 아침 일찍 준비를 마치고 광주로 향했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거리고 내린다. 더위가 조금은 가셔지는 듯하지만, 불 옆에서 짜장을 볶고 면을 삶아야 하는 '스님짜장 봉사단'은 호강에 겨운 소리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 1603-1에 소재한 송광종합사회복지관(관장 도제스님). 그 건물 지하에는 '자비의 식당'이 있다. 12시에 맞추어 스님짜장을 배식하기로 약속을 했기에 서둘러야만 한다. 복지관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께 식사 배달사업을 하고 있다. 복지관에 도착하니 자원봉사자 학생들이 주변 어르신들께 식사배달을 마치고 속속 모여든다.


송광종합사회복지관과 '자비의 식당' 현판


이런 난감한 일이 있다니.

배식 시간이 되기도 전에 식당 안은 미리 자리를 잡으신 어르신들로 만원이다. 괜히 봉사단원들이 마음이 바빠진다. 반죽을 하고 눌러놓은 밀가루를 면을 뽑는 기계에 넣고 돌린다. 처음에는 잘 빠져 나오던 면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아무리 기계를 다시 돌리지만 마찬가지이다.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짜장스님인 운천스님과 봉사단원들의 이마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당황한 것이다. 어르신들은 와서 기다리시는데, 면이 뽑히지를 않는다. 이번에는 송광복지관 관장이신 도제스님까지 합세를 하셨다. 손수 눌러진 면을 칼로 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라도 300분이 넘는 어르신들께 스님짜장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께 식사를 날라다 주고 돌아오는 자원봉사자 학생과 스님짜장을 제공한다고 적은 안내판 


네 그릇을 드시다니, 너무하세요 정말

어르신들은 많이 드시지를 않으신다. 그래서 일부러 양을 적게 담았다. 그런데 우리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짜장면을 쟁반에 받쳐 나를 때마다 손을 내밀어 한 그릇씩 들고 가버리신다. 뒤편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 앞에서 다 집어가면 우리는 언제 먹으라는 것이야”

금방 식당 안이 술렁거린다. 갑자기 식단 안에 냉냉한 기운이 감돈다. 복지관 선생님들이나,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이나 다 난감한 표정들이다. 그래도 어찌하랴, 드시겠다고 벼르고 계시는 분들인데.



면을 뽑고 있는 짜장스님인 운천스님. 면을 썰고 있는 것을 보시고 계시는 송광복지관장이신 도제스님(가운데) 짜장을 나르기 위해 줄을 선 봉사자들 


“안돼요. 아직 못 드신 분들도 계시는데”

결국은 밀고 당기기가 시작이 되었다. 300분에게 드실 것을 준비했지만, 여기저기 복지관 안에 자리를 잡으신 분들을 보니 더 되는 것만 같다. 거기다가 자원봉사자 학생들이 짜장을 들고 지나갈 때마다 슬쩍 집어가시는 할머니 한 분.

“아따 할머니 너무하셔 잉~ 우째 세 그릇이나 드신데“
”내가 언제 세 그릇을 먹었다고 그래.“
”내가 주욱 지켜보았는데 멀 그러셔“
“맞다. 세 그릇 째”



곁에서 드시던 어르신도 거드신다. 그래도 막무가내시다. 결국은 세 그릇을 다 드시고도 아직 양이 차지 않으셨는지. 그렇게 광주 송광복지관의 ‘스님짜장’ 봉사는 막을 내렸다. 뒤늦게 뒤처리를 하고 밥에 짜장을 넣어 먹는 봉사자들의 얼굴에 환힌 미소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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