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수원을 자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바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다. 그리고 수원을 여행할 때 어디가 좋은가를 물으면 광교호수공원이나 화장실 문화공원인 해우재, 또는 물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만석공원이나 일월저수자, 낙조가 유명한 서호저수지 등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수원에는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고 해도 이 가을에 뚜벅이 걸음으로 걸을 만 한 곳이 있다. 바로 팔색(八色)길이다. 팔색길은 여덟 가지로 구분했는데 그 첫째는 모수길이다. 1색 모수길은 수원시민과 함께하는 도심 속의 길이다. 수원천을 따라 거니는 모수길은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2지게길은 광교저수지 수변길로, 아름다운 풍광을 관람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3매실길은 자연하천과 숲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생태길이며, 4여우길은 광교저수지와 원천저수지(광교 호수공원)를 연결하는 녹음이 짙은 숲길이다. 5도란길은 영통 신시가지 메타세콰이어길을 연결한 녹음이 우거진 가로수길을 말한다.

 

6수원둘레길은 수원시와 인접한 타 지역과 경계가 되는 길로 녹음이 짙은 길이며, 7효행길은 정조대왕이 부친 사도세자의 능침인 현릉원을 참배할 때 왕래하던 길을 말한다. 끝으로 8화성성곽길은 수원 화성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역사와 사색의 길이다.

 

 

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여우길

 

28일 오후, 수원 봉녕사 일주문을 바라보고 좌측으로 난 숲길로 접어든다. 여우길이다. 그 길을 따라가면 마치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혼자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 좋은 이 길은, 가끔은 혼자이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보아야 할 때도 있다. 혼자 걸으면서 , 여우라도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숲이 울창한 길이다. 이 길은 광교공원에서 광교저수지를 잇는 5.5km의 길을 말한다.

 

가끔 바람이 서늘할 때면 이 길을 혼자 걷고는 한다. 이 길이 좋은 것은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숲길을 걷다보면 쉼터와 화장실, 볼거리가 있어 즐거운 길이다. 여우길은 생태통로를 따라 조성된 길로 정비가 잘되어있고, 숲이 우거져 한 여름에도 걷기 좋은 길이다. 중간에는 공원 등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즐겨 걷고는 한다. 봉녕사에서 생태통로를 이용해 여우골 숲길, 원천배수지 등을 지나면 광교호수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다.

 

광교신도시는 개발사업의 주체가 경기도지사, 수원시장, 용인시장, 경기도시공사사장 등이다. 20046월에 지구지정, 200512월 개발계획 수립, 20076월 실시계획 수립, 200711월에 착공하였으며, 201112월에 1차 준공을 마쳤다. 광교신도시에는 광교산을 비롯하여, 광교중앙공원, 광교역사공원, 광교호수공원, 안효공원, 혜령공원, 사색공원, 연암공원, 다산공원 등이 있으며, 수원박물관과 광교역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광교신도시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생태통로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걷는 명소가 되었다. 그 생태통로를 팔색길 중 4색길인 여우길로 명명했다.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곳 여우길

 

이 생태통로는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길이다. 이곳에는 모두 10개의 끊어진 구간을 잇는 에코브리지가 있다. 도로 위를 잇는 이 에코브리지에는 숲을 조성해, 동물이나 사람들이 이곳이 끊어진 구간이 아닌 자연스런 숲처럼 마음놓고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와 같이 에코브리지와 공원 등이 자리하고 있는 광교신도시의 녹지율은 전국 신도시 중 최고수치인 41.7%나 된다.

 

10개소의 다리는 저마다 이름이 있다. 반딧불이다리, 나비잠자리다리, 소나무다리, 갈참나무다리, 풍뎅이다리, 여담교, 하늘소다리, 무지개다리, 꽃더미다리, 새터다리 등이다. 다리마다 이름이 다르듯 그 분위기도 다르다. 그래서 이 길을 많은 사람들이 즐겨 걷는다. 봉녕사에서 나비잠자리다리를 지나가는 길이 바로 여우길이다.

 

이곳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에코브리지와 자연적으로 조성되어 있던 숲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광교공원에서 출발을 해 다시 광교 공원으로 돌아오는 길은 10km를 조금 넘는다. 그 길에는 두 곳의 저수지를 연결하는 광교호수공원과 10곳의 에코브리지가 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광교저수지의 목책길과 수변길, 그리고 광교산으로 연결이 되는 아름다운 길이다.

 

 

시인들의 시를 즐길 수 있는 길도 있어

 

이 길에 시인들의 시 숲길이 있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만치 않다. 왜냐하면 이 생태통로에는 워낙 소로가 여기저기 나 있고. 그 시 숲길은 한편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생태통로를 이어서 걷는 사람들은 이 시 숲길로 들어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좋은 길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나 역시 이 생태통로를 몇 번이고 걸었지만 이런 시 숲길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저 흙을 밟으면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길, 그 곳에는 조지훈을 비롯하여 김현승, 서정주, 박목월, 김영랑, 김소월 등의 대표적인 시를 만날 수 있다. 욕심 같아서는 지금 수원의 시인들의 시도 쉴 수 있는 공간에 마련해 이곳이 정말 시 동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을 초입에 걷는 팔색길 중 4색길인 여우길. 꼭 여우길이 아니라도 좋다. 수원의 팔색길을 돌아보면서 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수원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 때 이 길을 다시 한 번 걸어야겠다.

 

10여 명의 여인들이 양 손에 채를 들고 신나게 북을 두드린다. 곁에서 보고만 있어도 절로 몸이 움찔거린다. 가수 박상철이 부르는 무조건이라는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북을 두드리는 율동이 점점 다양해진다. 6개월 만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는 사람들.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달라진 것일까?

 

살아가는 모습들이 다양해지면서 여인들의 생활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집안에서 살림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생활을 즐길 줄 안다. 누구는 친구들과 어울려 등산을 다니기도 하고, 그중에는 낚시를 다니는 사람들도 있단다. 각 지자체에서도 주민센터마다 문화강좌라고 하여서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30분 동안 수원시 영통구 중부대로 339에 소재한 원천동(동장 변응호) 주민센터 3층에는 난타동아리들이 모여 신바람 나게 북을 두드린다. 얼마 전에는 전 원천유원지인 광교호수공원 마당극장에서 첫 공연을 하기도 했단다. 6개월 만에 공연을 했다고 자랑들이 대단하다.

 

그때 공연을 하고나서 많은 분들이 문의를 하세요. 보기에도 신이 났던 모양예요. 그 날은 가족들도 함께 와서 열렬히 응원도 했어요. 남편이 와서 사진도 찍어주고 며느리에게 꽃다발을 받은 회원도 있어요.”라고 한 회원이 귀띔을 해준다.

 

난타를 하면서부터 인생이 달라졌어요.

 

한 시간 정도 연습을 한 것 같은데 등에는 땀들이 흘러 옷이 젖어있다. 그만큼 열심히 북을 쳤다는 것이다. 원천동 주민센터에서는 문화강좌로 난타를 시작한지 이제 고작 6개월이라고 한다. 그런데 벌써 공연을 하고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박은희 강사는 은근히 자랑을 한다.

 

 

이제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처음으로 난타를 시작했는데 정말 즐거워요. 저는 건강을 위해서 시작을 했는데 난타를 정말 잘 시작한 것 같아요. 사는 것이 즐거우니까요.”

동아리 회장을 맡아본다는 강영옥(, 56)씨의 말이다.

 

요즈음 주부들을 상대로 개설하고 있는 문화강좌 중에 대세가 난타인 듯하다. 주민센터마다 난타동아리들은 빠지지 않는다. 일부 동아리들은 아마추어의 실력을 넘어서기도 한다. 전국을 다니면서 공연을 하는 동아리들도 수원에만 서너 팀이 있다. 주부들이 난타를 좋아하는 것은 아무래도 북을 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인 듯하다.

 

난타를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을 했어요. 이렇게 화요일에 만나서 한 시간 반 동안 북을 두드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난타를 하면서 신이 나서 그런지 집안 분위기도 밝아진 것 같아요.” 동아리 총무를 맡아본다는 정미정(, 45)씨는 정말 잘 배운 것 같다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북을 치고 나면 모든 걱정이 다 사라져

 

연습을 할 때 중간에서 제일 신나게 북을 두드리고 있던 주부가 있다. 이영미(, 48)씨는 보는 사람들이 다 흥겨울 만큼 온 몸으로 북을 두드린다. 그렇게 흥겹게 두드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은 물론, 집안 걱정까지도 사라진다고 한다.

집안에 걱정이 있거나 할 때도 신나게 북을 치고 나면 정말 모든 것이 다 해결이 되는 듯해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요. 그래서 살림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난타동아리에 들기 정말 잘한 것이죠. 그래서 목요일이 기다려지죠. 좋은 사람들도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니까요

 

이곳에 모인 난타동아리회원 중 가장 연장자라는 조동석(, 60)씨는 지자체에서 이렇게 시민들을 위해 좋은 문화강좌를 마련해주어 고맙다고 한다.

지자체에서 이렇게 주민센터마다 문화강좌를 마련해 주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주민센터에서 이렇게 좋은 강좌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주부들이 많은 듯하다 .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서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 번 모인다는 연습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서둘러 인터뷰를 마친다. 기다렸다는 듯이 동아리회원들이 북에 달라붙는다. 1주일에 한 시간 반은 짧다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은 연습이 끝나면 동아리 회원들끼리 모임도 갖는다고 하는 원천동 난타동아리. 땀을 흘리면서 즐거워하는 그녀들의 표정에서, 주부들이 문화강좌 중 난타동아리를 선호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세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북에 대고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 이의동에 있던 원천유원지.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이 원천유원지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광교신도시의 가장 중요한 거점 중 한 곳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광교신도시 조성 전의 원천유원지는 젊은이들의 낭만과 애틋함이 그대로 배어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이 원천유원지는 수원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중 한곳이었다. 주말이 되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북적였다. 주변에는 많은 식당들이 자리를 하고 있고, 카페며 찻집들이 즐비했다. 밤늦도록 술이라도 한잔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근처 숙박업소를 찾고는 했으니, 수원에 대한 기억보다는 원천유원지에 대한 기억이 더 많은 듯하다.

 

 

일제의 수탈을 하기 위한 대상으로 조성

 

사실 원천유원지를 처음 조성한 목적은 그리 반길만한 것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인 192831일에 아랫방죽인 원천저수지와 윗방죽인 신대저수지를 같은 날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신대저수지는 같은 해 1231일에 공사를 마쳤으며, 원천저수지는 192991일에 준공을 했다.

 

광교산에서 동편으로 흐르는 물을 모아 저수지를 만든 것은 이곳에 저수지를 만들어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홍수를 예방하고 이 물을 이용해 농업의 생산력을 높인 후 그것을 수탈하기 위한 일제의 검은 속셈으로 조성이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조국의 광복 후 위방죽과 아래방죽은 수원의 농업을 증진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곳은 유원지로 탈바꿈을 하여, 수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꽤나 유명한 관광지가 된 것이다. 저수지에서 탈것들을 즐길 수도 있고, 많은 위락시설이 들어섰다. 주차장에는 주말이 되면 차를 댈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 원천유원지로 모여들었다.

 

명품도시의 명품장소가 된 광교호수공원

 

과거 우리네 선조들은 집을 한 채를 지으면서도 명품저택을 지었다. 명품저택을 짓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게 따진 것이 바로 경관이다. 물과 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만날 수 있는 전국의 고택들을 보면 대개가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집을 짓는 덕목으로 삼았다. 즉 뒤로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물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명품 도시가 되기 위해서도 이러한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좋은 도시를 따질 때 반드시 물과 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 늘 접할 수 있는 물과 산이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한 입지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광교신도시이다. 광교신도시를 명품광교라 부르는 까닭이기도 하다.

 

25일과 26일 야간에 찾아간 광교호수공원. 광교신도시의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광교신도시는 2005년부터 조성을 시작했다. 사업시행자는 경기도지사, 수원시장, 용인시장, 경기도시공사사장이며, 모든 조성공사가 끝나면 수용인구 77,000여명에 31,000여 세대가 입주를 한다. 수원시 이의동, 원천동, 하동 일원과, 용인시 상현동, 영덕동 일원을 포함하는 11,304,494.0의 광범위한 면적에 조성이 된다.

 

이 광교저수지에 조성한 광교호수공원은 수원시 영통구 하동 일원에 소재한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호수공원이다. 그동안 낮에는 이곳을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야경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늦은 시간인데도 주변 아파트의 불빛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저수지 주변의 길은 아름다운 빛으로 치장을 해놓았다.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는 광교호수공원

 

물은 네 가지 덕목을 갖고 있다. ‘만물을 뚫고 흐르므로 인()이요, 흐르는 중에 탁함을 없애고 더러움을 휩쓸어가니 의(), 부드럽지만 함부로 대하기 어렵고 때로는 두렵고 무서움이 있으니 용()이요, 물길을 따라 순리대로 겸허하게 흐르므로 지()라고 했다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 시자(尸子)가 예찬한 물의 사덕(四德)이다.

 

옛 추억은 저 멀리 잡히지 않는 곳으로 밀쳐났지만, 광교호수공원의 야경은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밤이 늦은 시간인데도 잘 조성된 호수 위에 걸린 길을 삼삼오오 걷기도 하도,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물길을 미끄러지듯 지쳐나간다. 호수 주변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조성이 되어있어, 누구나 이곳에 찾아와 담소를 할 수가 있다.

 

 

낮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이다. 왜 이곳을 명품도시라고 하는 지 알 것 같다. 젊은 연인 두 사람이 지나는 이들의 이목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부둥켜안고 떨어질 줄을 모른다. 이곳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과거의 연인들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명품이 된 이곳은 세월을 뛰어넘은 연인들의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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