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소초면 소재지에서 동쪽을 향해 도로를 따라 가다가 보면, 옛 도로가 우측으로 빠지는 곳이 있다. 소초면 평장리인 이곳에는 건축물 폐기 업소가 있는데, 그 뒤편 계곡에 마애불이 선각되어 있다. 이 곳에는 높이 3.68m, 넓이 6.2m 크기의 암벽이 있고, 그 암벽에 가득히 보살좌상을 조각하였는데 보살의 높이는 3.5m이다.

이 보살은 옆으로 한편 무릎을 세우고 앉은 측면상으로, 머리에는 보관을 썼는데 하단에 좌우로 관대가 보인다. 이 마애보살상은 고려 초기에 조성된 보살상으로 비교적 얇은 선각으로 조성을 하였다. 현재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19호로 지정이 된 이 마애보살상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형상으로 조각이 되었다.


넙적한 암벽에 선각으로 그려진 마애공양보살상과 보살상이 있는 좁은 계곡

사실적인 표현이 뛰어난 마애보살상

오른쪽을 향해 비스듬히 앉아 팔을 어깨까지 올려, 넓은 둥근 쟁반 같은 것에 꽃으로 추정되는 공양물을 받치고 있다. 머리에는 일반적인 관을 쓰고 있으나, 머리카락은 어깨에 닿을 만큼 늘어졌다. 이 보살상은 모발의 표현이 부드러우며, 상호는 원만한 상으로 양미간 등은 잘 남아 있으나 입은 약간 파손이 되었다. 목에는 조금 밑으로 삼도를 그려냈다.

옷은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로 3~4가닥의 선으로 표현을 하였다. 하체의 치마 역시 간단한 선으로 그려냈으며, 바위면의 밑 깊게 패인 곳까지 선을 유려하게 연결하였다. 공양물을 받치고 있는 양 팔에는 팔찌가 끼어져 있으며, 손가락은 가늘고 섬세하게 표현을 하였다. 흔히 공양상이 취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이 공양보살상은 오른발을 구부려서 앉고, 왼발은 직각되게 펴서 왼손을 받치고 있다. 이러한 조각수법은 고려 초기에 흔히 나타나는 조각기법이다.




마애공양보살상이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과(맨위) 공양물을 받치고 있는 부분

바위에 파진 구멍은 무엇일까?

이 마애보살입상에서 특이한 것은, 왼손을 넓게 펴고 그 위에 연꽃 등의 공양물을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이것을 잡고 있는데, 이러한 형상은 당대에는 보기 힘든 것이다. 흔히 구례 화엄사 석탑 앞에 앉아있는 공양상이나, 강릉 지역의 석탑 앞에 앉은 공양상에서 보이는 석조물과 동일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공양보살상은 넓은 암벽에 선각으로 처리를 했으면서도, 사실적인 표현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마애공양보살상을 바라보면서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암벽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다. 한 두 개가 아니고 얼굴부분에 집중적으로 대여섯 개의 구멍을 뚫어, 얼굴에 인중과 입이 파손이 된 상태이다. 그리고 앉은 부분에도 여기저기 구멍이 보인다. 왜 이런 구멍이 있을까?



마애공양보살상을 새긴 바위에 난 구멍. 누군가 날카로운 것으로 쪼아낸 것 같다.

처음에는 보살상을 선각하는 과정에서 장인의 도구에 의해 뚫린 것은 아닌가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마애불을 선각하는 장인 같으면, 입이나 볼 등에 구멍을 뚫을 이유가 없다. 이 마애보살상은 선각을 했지만 그 조각 수법이 뛰어난 작품이다. 이 정도의 마애불을 조성할 수 있는 장인이라면, 적어도 얼굴부분을 표현 할 곳에 구멍을 낼 리가 없다.

결국 이것은 누군가가 마애불을 훼손할 목적으로 일부러 구멍을 뚫었다는 생각이다. 일부러 훼손을 한 것과 자연스레 떨어져 나간 것은 형태가 다르다. 이 구멍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누군가 뾰죽한 공구를 이용해 파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 그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훼손이 되어서는 안된다. 전국을 다니면서 만나는 수많은 문화재의 훼손.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우리 모두가 문화지킴이가 되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내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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