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땀을 흘리면서 꼭 차를 타고 가야 하나? 가끔은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해본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답은 얻지 못했다. 그저 갈 수 있으면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에서이다. 21일은 백중일이다. 음력으로 715일 정도가 되면 많은 과일들이 수확을 시작한다.

 

이날을 맞아 가까운 사찰을 찾았다. 그저 잠시라도 부모님에게 지은 잘못을 조금은 덜어내려는 마음에서이다. 고즈넉한 절에 갑자기 요란하다. 우란분절 행사가 시작이 된 것이다. 딴 때 같았으면 카메라를 들이댔겠지만, 이날만은 그러고 싶지가 않다. 나 스스로 잘못을 했다고 반성을 하러 온 것이 어니던가?

 

 

그래도 배는 고프다

 

참 사람이란 것이 먹는데는 어지간히 치사한 동물이란 생각이다. 그렇게 스스로 반성을 하기 위해 찾아왔지만, 뱃속에서 보내는 신호를 마다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아우녀석이 설렁탕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집이 있다고 먹으로 가잔다. 이미 오후 5시가 다 되었으니 조금 이른 저녁을 먹게 생겼다.

 

또 오후에는 수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관광 프로젝트인 달빛동행에 참가를 하기로 했으니, 미리 배를 채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준비한 차로 화성 장안문 밖에 조성된 거북시장으로 향했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160-19(031-242-6059)에 소재한 골목집. 이 집 아들은우리나라 유명한 채조선수라고 한다.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외관부터가 깨끗하니 우선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안으로 들어가 설렁탕을 시켰다. 그런데 이 집 메뉴는 오직 수육과 설렁탕뿐이다. 손님이 들어와 수육을 시키지 않으면 당연히 설렁탕을 먹겠다는 것이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우선 설렁탕을 시키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찬이 나온다. 깍두기, 김치, , 소금, 후추. 이것이 다이다.

 

 

진한 국물 맛에 빠지다

 

그리고 내온 것은 설렁탕 한 그릇과 밥 한 공기. 그 외에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국물을 저어보니, 얼라! 딴 집에는 다 있는 당면조차 없다. 수육과 국물인 설렁탕. 이런 설렁탕은 또 처음이다.

 

파를 듬뿍 넣고 후추를 치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그리고 조금은 신김치를 올려 먹어본다. 일품이다, 깔끔한 것이 감칠 맛이 난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맛이다. 이래서 이 집이 유명한 집이고, 사람들이 골목인데도 불구하고 찾아오는가 보다. 그리 배가 고프지도 않았지만 한 그릇을 모두 비웠다. 평소에 내 식사량을 아는 사람들이라 이상하게 쳐다본다. 어떻게 저렇게 그릇을 다 비울까 해서이다.

 

 

모처럼 맛본 설렁탕 한 그릇. 이렇게 말끔히 그릇을 비우고 나니,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그리 까다롭게 글어야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저 내 입에 맞고, 먹어서 좋은 음식이라면 그것이 바로 맛집의 조건이 아니겠는가? 설렁탕 한 그릇이 만들이 주는 기분좋은 오후. 그래서 사람들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일까?

 

참 이상하다. 음식이란 것이 꼭 분위기 좋고 멋들어진 치장을 해야, 맛이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저 옛날 우리 부모님들이 사시던 곳만 같은, 시골의 어느 집을 찾아든 것 같은 허름한 입구. 그리고 마당에 놓인 탁자 몇 개. 실내에 길다랗게 붙여 놓은 테이블. 이런 분위기를 사람들은 왜 그리 좋아하는 것일까?

 

벽에는 사인지들이 붙어 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이 집을 드나들었음을 알 수 있다. 정치계, 연예게, 체육계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우리와 같은 사람들까지도 이 집을 좋아한다. 사람마다 즐겨 찾는 음식을 다르겠지만, 내가 이 집을 찾는 것은 ‘묵은지 고등어’ 찌개에 막걸 리가 한 잔 하고 싶을 때이다.

 

 

수원 팔달구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골목집’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54에 소재한 골목집. 이 집을 들어서면 제일먼저 좌측에 있는 화장실 입구가 눈에 띤다. 알 듯한 얼굴의 남자가 검은 안경을 쓰고 쭈그리고 앉아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다불유시(多不有時)’라고 적어 놓았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그냥 화장실 ‘W.C'를 한문으로 유식하니 적은 것이다.

 

내가 이 집을 찾아 든 것은 꽤 되었다. 이 집에서 우리 모임인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모임을 갖기 때문이다. 또 편하게 술이 한 잔 하고 싶을 때도 이 집을 찾는다. 그저 마음 편하게 대해주는 주인도 좋지만, 이곳에는 늘 가면 내가 좋아하는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분위기와 먹거리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즐겨 찾는 듯하다.

 

각종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벽면에 붙은 사인지를 훑어보니, 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이 집을 찾아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인 중에는 이해찬 현 민주통합당 당대표도 이 집을 거쳤다. 벽에는 ‘불취무귀(不醉無歸)’라 적었다.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술꾼들의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또 현 박원순 서울시장도 글을 남겼다. ‘함께 꾸는 꿈(2011, 5, 13)“이란 글을 적고 있다.

 

 

그 외에도 김문수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하여, 많은 연예인들도 이 집을 들려갔다. 코미디언 이영자를 비롯하여 배우 공영진, 그리고 개그맨 김한석, 오정태, 이동엽 등과 황경수 씨름감독도 이름을 남기고 있다. 이 허름한 집에 그들이 찾아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묵은지 고등어’에 반한 맛

 

나야 주로 좋은 사람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싶을 때 이 집을 찾는다. 7월 29일 한 낮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 광교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이 집을 찾았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는 이 집은 술꾼들도 오지만, 식사 손님들도 만만찮다.

 

오후 9시 30분 쯤 문을 들어섰는데, 청소를 마치고 마감을 준비하고 있다. 워낙 더운 닐이라 문을 닫을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반갑지마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성을 다해 상을 보아준다. 이 집의 반찬은 참 촌스럽다. 시골의 어느 집 밥상을 받는 듯한 반찬들이다. 그리고 그 중앙에 놓인 ‘묵은지 고등어’. 묵은지에 고등어를 넣고 끓여내는 것이다.

 

 

 

조금은 찌그러진 노랑 양푼에 끓어대는 묵은지 고등어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술을 한 잔 하려고 들어갔는데, 밥 한 공기씩을 갖다 놓는다. 사실 그 시간까지 저녁을 먹지 못해 배도 고팠을 때다. 묵은지를 밥에 얹어 먹어본다. 그 맛이 어디로 갈 것인가? 이 맛에 저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이 집 대문을 들어섰으니 말이다.

 

이 집의 묵은지 음식은 ‘묵은지 돼지’와 ’묵은지 꽁치‘가 더 있다. 가격은 일인당 8,000원이다. 두 사람이 밥을 맛있게 먹고, 거기다가 맥주 한 병까지 먹은 가격이 19,000원다. 공기밥은 계산이 되지 않았다. 맘 좋은 주인은 가끔 이렇게 멋대로 계산을 한다. 술이라도 먹으려면, 묵은지를 더 내어 끓여주고는 한다.

 

 

‘사람 사는 맛’을 아는 주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집을 찾아드는 것인가 보다. 하긴 사람의 정만큼 후한 것이 어디 있을까?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났다는 ‘골목집’. 허름한 대문에서부터 시골의 정감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골목집의 정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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