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전원이 프로의식이 넘치는 열정무대 만들아 즐거움 배가

 

출연자 전원이 말 그대로 프로였다. 프로란 전문가들을 일컫는다. 어떤 분야가 되었던지 프로는 아름다운 법이다. 27일 오후, 수원남문로데오거리에 소재한 남문로데오아트홀 무대에 올려진 20회 재인의 향연무대. 춤과 소리, 굿 등 총체예술무대로 마련된 이 공연의 출연자는 고작 14명이었다.

 

14명의 출연자가 10종목의 굿과 춤, 소리를 감당해 낸 것이다. 한 사람이 많게는 5프로 이상을 소화해내며 꾸민 무대였다. 27일 오전 10시부터 무대를 준비한 출연자들은 오후에 한 차례 무대연습, 또 한 차례의 리허설, 그리고 오후 7시 공연까지 세 번의 공연을 감당해 낸 셈이다. 제인청의 프로그램이 일반적은 무대공연예술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출연자 일인당 두 시간 이상의 공연을 한 셈이다.

 

e수원뉴스 하주성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며칠 동안 퍼붓다시피 한 장맛비로 인해 극장 안은 냄새가 나고 여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다. 재인청 기본무로 시작한 이날 공연은 두 시간이 넘도록 진행되었으나 아쉽다라는 말로 이날의 공연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는지 알 수 있다.

 

 

재인들의 무대는 진행부터 모든 것이 다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분들은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알고 계신 분들입니다.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는 공동체문화라는 점입니다. 일제가 1920년대 우리문화말살장책을 펼친 것도 우리문화가 바로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만드는 공동체 때문입니다. 오늘 여기 모이신분들은 재인의 향연 공연을 관람하시면서 바로 우리민족의 끈끈한 공동체를 배워 가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회자는 재인의 향연무대는 공부하는 공연이라면서 팸플릿 안에 모든 설명을 다 되어있으니 집에 가져가서 공부하라고 했다. 진행을 보는 순간에도 사회자는 프로그램의 설명보다 공연자들의 특징과 자랑, 그리고 우리문화의 자랑스러운 점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무대를 진행했다.

 

또한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공연관람 시 지켜야할 예절과 어떻게 공연을 관람해아 바로 본 것인가? 등에 대해서 알려주는 시간을 가져 기존의 무대공연에서 보던 진행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진행했다. 그런 색다른 진행을 일일이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관람객들까지 보여 재인의 향연 무대는 말 그대로 공부하는 공연임을 알 수 있는 무대였다.

 

 

최선을 다한 공연자들, 신명나는 무대 만들어

 

이날 무대에 오른 공연은 굿과 춤, 소리 등으로 구분됐다. 굿은 경기 안택굿 명인 고성주의 제석굿과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8호 안산잿머리성황제 이수자인 김진섭의 신장·대감굿이 순서에 선보였으며 반주에는 피리에 곽승헌, 바라는 전형길이 담당했고, 굿을 진행하는데 도움은 이은애와 전승훈이 도맡았다. 굿을 하는데 있어 장단은 전문적인 굿을 하는 무격이 맡아하게 되므로 고성주 명인과 김진섭 이수자가 번갈아 맡아했다.

 

가장 많은 종목이 무대에 오른 재인청 춤은 재인청기본무, 교방무, 엇중모리신칼대신무, 노들강변, 살풀이춤, 한량무 등이 무대에 선보였다. 재인청 기본무는 어려서부터 고 운학 이동안 선생에게 재인청 춤을 사사 받은 고성주 명인 외에 문하생인 김현희, 김미경, 박미애 등이 추었다. 이들 무대에 오른 공연자들은 모두 20년 내외의 춤을 춘 춤꾼들로 말 그대로 춤생춤사한다는 사람들이다. 이미 전국무용경연대회 등에서도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외에 살풀이춤과 한량무는 고성주 명인이, 교방무와 엇중모리신칼대신무, 노들강변은 김현희, 김미경, 박미애 등이 담당했다. 소리는 남도소리로 조진숙의 심청가 중 심봉사가 잔치에 가는 대목을 불렀으며, 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춘향가와 적벽가 이수자인 강승의와 문하생인 양용자, 조진숙, 이정은이 성주풀이 등 남도민요를 관객에게 들려주었다. 추임새를 넣어가며 신명나는 장단을 친 진민구 고수는 전국고법대화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한 판소리 전공을 한 실력자이다.

 

최고의 프로들이 만들어 낸 가장 아름다운 무대인 20회 재인(才人)의 향연. 2시간 20분이라는 긴 시간을 관람석 맨 앞자리에 앉아 끝까지 지켜 본 한창석 수원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은 공연이 빨리 끝나버려 아쉽다고 했다. 이날 공연에는 남문로데오상인회 천영숙 회장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인사를 할 때까지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는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 마친 후 고성주 명인은 최선을 다했가 때문에 모든 것이 완벽한 무대였다고 했다.

 

이정숙의 맞이굿 판, 신령들이 모두 감응하셨소.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어려움이 없을 때가 있겠느냐? 세상살이가 다 어렵지만 내가 도와주마. 세상살이가 어려울 때는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 자신을 아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7일 오전 일찍부터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 274에 소재한 김성겸(, 61)의 집에서는 덩덕쿵 소리가 들린다. 이 집 대문에는 <경기안택굿보존회 부천지부>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이정숙(56)은 경기안택굿보존회장인 고성주에게 내림굿을 받은 신딸이다. 내림을 주관한 무격은 신아버지 혹은 신엄마로 호칭이 되며, 이들의 관계는 영적으로 맺어진 부녀지간으로 오히려 친 부녀지간보다 더 돈독하기도 하다.

 

이날 이정숙의 집에서 열린 굿은 맞이굿이다. 맞이굿이란 신을 모시고 있는 기자(祈者)들이 자신이 섬기는 신을 위로하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수양부리들의 안녕을 위해서 지극한 마음으로 올리는 제의식이다.

 

 

가득 차려진 제물들과 많은 기자들

 

넓지 않은 집안이다. 단독주택인 이 집 안에는 온갖 재물들이 차려졌다. 맞이굿을 할 때는 진적상을 차리고 천궁맞이상을 따로 차린다. 천궁맞이는 밖에서 신령들을 청해 들이는 상이지만, 이날은 집안에 상을 차렸다. 그러다가보니 넓지 않은 집안이 온통 상에 차려놓은 제물로 가득하다.

 

이날 굿에 참석한 사람들도 당주인 이정숙과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 회장을 비롯해 제자들까지 8명이나 되는 무격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 굿판에 모이기란 특별한 행사나 굿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 경기안택굿보존회 회원들을 늘 이렇게 모여서 굿을 한다.

 

 

이렇게 모여서 선생님들이나 신형제들이 굿을 하는 모습을 보고, 상을 차리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굿 속을 배워가는 것이죠. 예전부터 선생님들은 끼고 가르치지를 않아요. 스스로가 보고 느끼면서 터득을 하는 것이죠.”

 

고성주 회장은 굿상을 보아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과거 많은 만신들이 제자들을 끼고 가르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지금 이렇게 따라다니면서 학습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훌륭한 만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진다는 것.

 

 

13시간에 건친 맞이굿, 정말 장엄하다

 

오전 9시에 상을 다 차린 다음, 이정숙의 맞이굿이 시작이 되었다. 처음에 이정숙이 모든 신령들을 맞아들이는 천궁맞이로 시작해, 조상들을 천도시키는 지노귀까지 다 마친 시간은 밤 10시가 넘었다. 13시간이 걸린 셈이다. 요즈음 굿이 보편적으로 7~8시간, 짧게는 5~6시간에 그치는 것을 생각하면 그 두 배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이 굿을 할 때 수양부리나 굿을 부탁한 제가집에게 상당히 강압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물론 이들이 이렇게 강압적인 언사를 사용하는 것은, 자신이 기자가 아닌 몸에 실린 신령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안택굿보존회 사람들은 그렇게 강압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신령이 왜 사람들에게 욕을 하느냐는 것이 이들이 반문이다. 이들의 굿판에 들어가면 누구나 흥겨운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요즘 많이 힘들지. 요즈음은 누구나 다 힘들 때지. 하지만 세상을 탓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한 번 돌아봐. 혹 나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지.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야. 조금 힘이 들어도 참고 노력을 하면 나아질 거야. 걱정마라 내가 도와주마.”

 

 

입살이 보살이라는 속담이 있다. 남을 계속 험담을 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을 험담하는 말을 조심해왔다. 거기다가 신령을 모시고 있는 사람들이 남에게 좋지 않은 계속 말을 한다면 좋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하기에 굿판에서 기자들은 제가집에게 쉴 새 없이 도와준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잘 될 것이라고 염려를 하지 말란다.

 

그런 말 중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고 한다.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고, 혹 일이 잘못 되었을 때 그것이 내 탓은 아니었는지를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남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나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말. 굿판에서 큰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결국 나 스스로의 노력을 다한 후에야 신령도 도움을 준다는 것을.

 

열린축제라는 맞이굿판을 찾아가다.

 

그러지 마시고 창부님이 오셨으니 여창부 한 분 모셔오세요

아무리 둘러보아도 마음에 드는 여인이 없고만 그려

그러지 마시고 잘 찾아보세요.”

그려, 댁은 어떻소. 한 바탕 놀아 보려오.”

 

28일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번지 경기안택굿보존회라는 간판이 걸린 고성주(, 60)의 집에서는 피리와 해금 소리가 울린다. 장구. , 바라 장단에 맞추어 한바탕 걸 판진 굿판이 벌어졌다. 신을 모시는 사람들은 2~3년에 한번씩 맞이굿이라고 하여서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령들과 수양부리(신도)들을 위한 굿판을 연다.

 

진적굿이라고도 하는 이 맞이굿은 신을 모시는 무속인들이 가장 정성을 다해 판을 여는 굿판이다. 남들은 2~3년에 한 번씩 하는 것도 버겁다고들 하는데, 안택굿보존회 고성주 회장은 매년 봄, 가을로 굿판을 연다. 음력 37일에는 봄 맞이굿을 하고, 음력 107일에는 가을 맞이굿을 한다.

 

 

일주일 전부터 맞이굿 준비를 해

 

고성주 회장의 맞이굿은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한다. 약과와 다식을 직접 전통방식으로 만들고, 300여명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한다. 이 모든 것을 직접 조리를 한다. 그렇게 음식을 하는데 정성을 들이는 까닭은, 그래야 단골 수양부리들이 잘 풀린다는 것이다.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신령들이 자신의 수양부리들을 돕겠느냐는 것이 고성주 회장의 생각이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맞이굿을 하기 전에 먼저 제당맞이를 한다. 제당맞이란 신령들을 굿판으로 청배를 하는 것이다. 제당맞이에는 신령들을 따라 들어오는 잡신인 수비와 영산 등이 있어, 이들을 잘 먹여 굿판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12그릇에 음식을 골고루 담아 잡신들을 먼저 풀어먹이는 것도, 모두 맞이굿을 온전하게 신령들이 향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굿거리 제차가 진행이 되다가 창부거리가 시작됐다. 이 집의 창부거리는 특이하다 항상 남창부인 고성주회장이 여창부 한 사람을 지목해 질펀하게 판을 벌린다. 창부거리는 예능의 신이다. 창부신은 무격(巫覡)들에게 재주를 주고, 노래와 춤을 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격이다. 하기에 창부거리에서는 재미난 재담과 소리, 춤으로 흥을 돋운다,

 

 

질펀한 굿판, 이래서 열린축제이다.

 

아니 내가 전라도 남원을 출발해 여기저기 거쳐 예까지 왔는데 어째 슬 한 잔이 없소

준비했어요. 바로 들어옵니다.”

아니 그래도 내가 명색이 창부인데 이걸 먹으라고 주는 것이요. 잘 차려보소

 

굿판에 상이 들어왔다. 막걸리에 소고기 육회 등이 상 위에 올랐다. 굿판에 있던 여무(女巫)인 홍원영(, 60)이 창부신복을 입고 자리에 앉았다. 이때부터 굿판이 질펀해진다. 춤과 소라를 곁들인다. 보는 이들도 덩달아 흥겹다. 누가 끼어들어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다. 굿판은 열린축제이기 때문이다.

 

저는 제가 굿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봄, 가을로 맞이굿을 할 거예요. 신령을 섬기는 사람들이 정성을 들이지 않고, 어떻게 단골(수양부리)들이 잘 되기를 바랄 수 있어요. 그건 말이 안되는 소리죠. 저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전안(신을 모셔놓은 신당)에 들어가면 도독놈이라고 하는 것 같아 정말 죄스러워요

 

 

그래서 이집의 굿판은 늘 질펀하다. 비가 오는 바람에 일찍 해가졌다. 딴 때 같으면 한창 굿거리 제차가 남아있을 시간인데 막판 터주대감굿이 시작되었다. 터주대감굿은 집을 지키는 신격을 위하는 굿이다.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천막을 친 마당에는 떡시루와 소족발이 제상에 올랐다. 그리고 그 밑에는 숯이 놓였다. 굿이 막판으로 치달을 때 항상 이집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숯을 사람들의 얼굴에 칠한다. 그리고 숯검뎅이가 된 사람들이 지하 무용연습실로 들어가 한바탕 질펀하게 춤판을 벌인다. ‘몸을 푼다는 터주대감굿은 쌓인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다. 굿판을 찾았던 사람들이 일을 보러갔다가도, 이 시간이 되면 다시 굿판으로 찾아온다. 바로 이 터주대감굿 때문이다. 열린축제라는 맞이굿판. 그래서 늘 사람들은 이 굿판을 기다린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창룡문로 56번길. 집 대문 앞에는 경기안택굿보존회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안택굿은 집안의 안녕을 위해서 하는 축원굿으로, 이 집에는 4대째 대물림을 하면서 경기지역의 안택굿을 보존, 전승시키고 있는 고성주(, 60) 회장의 집이다. 23일 오후 집안에 북적인다.

 

한편에서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튀기고 있고, 집 안에서는 연신 덩이진 밀가루를 손으로 곱게 부수고 있다. 28일은 고성주 회장이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령들과 수양부리(자신을 따르는 신도를 일컫는다)들을 위해 맞이굿을 하는 날이다. ‘진적굿이라고도 하는 맞이굿은 신령을 섬기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굿이기도 하다.

 

 

자신을 비롯해 10여 명의 사람들이 준비를 하고 있는 약과와 다식은 바로 맞이굿을 할 때 상에 진설할 음식 중 하나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편하게 모두 사다가 사용을 하지만, 이 집은 40년이 넘는 세월을 한 번도 사다가 진설한 적이 없다. 직접 모든 음식을 조리를 하기 때문에 짧게는 5, 길게는 1주일 전부터 준비를 한다.

 

정성이 깃들지 않으면 음식 올릴 필요 없어

 

사람들은 참 이상합니다. 신령님들이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요. 적어도 나를 주관하고 내 수양부리들을 잘 살게 만들어주는 신게 제물을 드린다고 하면서 약과나 다식도 다 사다가 쓴다면 무슨 정성이 깃들어 있는 것이 되겠어요. 저희는 40년 동안 한 번도 사다가 올린 적이 없습니다.”

 

 

23일 오후 내내 정성을 들인 약과와 다식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힘이 들겠지만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약과와 다식 등은 맞이굿을 마치고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싸들고 간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먹을 음식이기 때문에 더 정성을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방식 그대로 만드는 약과와 다식

 

약과는 조청, 계란노른자, 생강가루, 찹쌀, 들기름 등을 잘 반죽해 둥그렇게 누른 다음에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운데 칼집을 내고 그 안으로 양편을 집어넣어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기름에 튀겨내면 다시 조청에 담가 잘 젖게 만든다. 채로 걸러내면 달라붙지 않게 고물을 뿌려서 말린다.

 

 

다식은 콩가루와 쌀가루, 조청 등을 혼합해 가루를 잘게 부순다. 가루가 곱게 부수어질수록 다신이 깨끗하게 만들어진다는 것. 거기다가 식용색소를 포함하여 색을 낸 다음에 다식판에 반죽을 둥글게 만들어 놓은 다음 손으로 힘을 다해 누른다. 다식판에 참기름 칠을 한 다음에 찍어내면 아름다운 문양이 있는 다식이 된다.

 

저희는 다식을 다섯가지 색으로 만들어요. 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방을 뜻하는 것이죠. 많은 재료를 이용하지만 그 중 어느 것 하나 재료를 싼 것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야 나중에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으니까요.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내는 약과와 디식은 사람들도 좋아하죠.”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요즈음은 기계로 쉽게 만들 수가 있지만, 음식을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년 봄, 가을로 올리는 맞이굿에 진설하는 음식은 모두가 직접 만든다고 한다.

 

 

저희 고성주회장님은 아직 한 번도 음식을 사서 하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아무리 힘이 들아도 정성을 올리는 음식을 사서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맞이를 올릴 때는 보통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하죠. 맞이굿을 하는 날은 300명 정도의 음식 장만을 직접 하세요. 김치 담그고 나물 무치고, 전도 이틀 전부터 부치고요. 모든 음식은 집에서 직접 장만을 합니다. 그것이 손님을 맞이하는 예의라는 것이죠.”

 

아직 한 번도 사서 쓰는 음식을 신을 모시는 전안에 진설하거나 손님들의 상에 올려보지 않았다고 하는 고성주 회장. 전통방밥으로 만든 약과와 다식을 만들면서도 연신 잘 만들어야 한다고 독려를 한다. 정성을 들인 음식을 먹고 즐거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집의 축제준비는 늘 웃음이 넘친다.

 

남자가 고추장을 담는다고. 그것도 이야기꺼리인데 이 집 고추장은 특별한 맛이 있다. 어려서부터 고추장 담그는 법을 윗분들에게서 배웠다고 하는 고성주씨(, 60. 수원시 팔달구 지동).

 

젊을 때 어머니(내림굿을 주관한 신어머니를 말한다)가 장을 담그라고 부르면 하루 종일 장을 담가야 했어요. 누나들은 있어도 장 담그는 날 오지도 않고요. 혼자서 불을 때서 장에 들어갈 육수를 만드는데 왜 그렇게 매운지. 거기다가 불을 때면서 가마솥에 있는 재료들을 휘저어야 하기 때문에 영 죽을 맛이었죠.”

 

 

몇 사람이 함께 장을 담그면서 옛날 자신이 장 담그는 법을 배울 때는 정말 많이 힘이 들었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 집도 미리 마늘과 생강 등을 이용해 육수를 끓이는데, 몇 가지가 더 들어간다고 하지만 그 몇 가지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나중에 은근히 물어보니 이 집 고추장이 맛있는 비결은 바로 40년 묵은 씨간장과 25년 묵은 된장에 있었다.

 

소금의 나트륨을 줄이기 위해 소금을 물에 풀어 팔팔 끓인 다음에 사용을 한다. 모든 것 하나가 일반적인 고추장을 담그는 방법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고추장이 새빨간 것은 염료를 풀기 때문예요. 밀기울과 고춧가루만 이용하면 아무리 잘 담근다고 해도 그렇게 붉은 빛이 나올 수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몇 시간 잘 저은 다음, 두 세 시간 놓아두면 색이 잘 나오죠.”

 

 

옛 방식으로 담그는 전통 고추장

 

아침부터 부산스럽다. 너른 마당 한 편에 고무통 안에는 무엇인가 가득하다.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고추장 재료라고만 말을 한다. 손가락으로 슬쩍 찍어 먹어보았다. 단 맛이 돈다. 조청을 집어넣은 듯하다. 이 집의 고추장 맛은 먹어본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일전에 고은 시인도 이 집에 들렀다가 술안주로 나온 고추장 맛을 본 후 한 통을 가져가셨다. 그때도 행여 고추장을 잃을까봐 그러셨는지 꼭 안고 계셨다. 그만큼 맛이 있는 장이다.

 

이 집의 장은 모든 맛을 여러 가지 재료를 집어넣어 육수를 만드는데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오래 묵은 씨간장과 된장이다. 그것이 이집의 고추장 맛을 내는 비결이라고. 나누기를 좋아하는 고성주씨는 이렇게 담근 고추장이 익으면,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한 통씩 나누어주기도 한다.

 

고추장 맛이 소문이 나면서 어떤 사람들은 집에 찾아와 고추장을 좀 팔라고도 해요. 하지만 팔 고추장이 어디 있어요? 맛이 들으면 집집마다 한 통씩 들고 가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먹을 것 밖에 남지 않는데.”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고추장

 

이 집은 장을 담글 대 화학조미료(MSG)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어느 사람이 몸이 영 좋지 않았는데 이 집 장을 먹으면서 몸이 좋아졌다고 한다. 우리의 습성이 모든 음식을 장으로 맛을 내다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장이 제 색이 나오자 작은 통을 100여개 들고 나온다.

 

이 통에 장을 담아 이층 베란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이 한 달 정도 놓아두면 숙성이 되요. 그러면 장맛이 제대로 나죠. 그래야 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요. 살림을 얼마나 잘하는가? 또 그 집의 인심이 어떠한가? 등은 장맛을 보고 안다고 하잖아요. 예전에 어머니에게 혼이 나면서 눈물 흘리며 배울 때는 야속도 했는데, 이렇게 제대로 배워놓으니 이젠 저도 알려줄 수가 있죠.”

 

통에 담아놓은 장을 날라다가 베란다 창가에 죽 진열을 해놓았다. 100개가 넘는 통들이 나란히 창가에 늘어선 것도 장관이다. 항아리에 장을 담아 숙성시키기보다 이렇게 통에 담아 숙성을 시켜야 나중에 나누어주기가 편하다고 한다. 오랜 살림을 하면서 그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방법이다. 한 달 정도 지난 다음에 맛이 특별한 고추장 한 통 들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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