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이웃을 돕는 일이 몸에 밴 시민이 한 사람 있다. 벌써 30년이 넘는 세월을 그렇게 이웃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누구에게도 그런 것을 내세워 자랑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숨은 봉사를 하는 이유는 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식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14일 오후 230, 팔달구 지동 201-124. ‘경기안택굿보존회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곳에서는 쌀 전달식이 조졸하게 마련되었다.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 60) 회장이, 8kg짜리 백미 50포를 지동주민센터 김종희 동장에게 전달하는 자리이다. 이 자리에는 지동 주민자치위원회 이용성 위원장과 이미경 국장이 함께했다.

 

고성주 회장이 이렇게 해마다 백미를 전달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일 년 동안 신도들이 전안(신을 모신 신당)에 올린 쌀을, 다시 도정을 하고 재포장을 해 이웃들을 위해 내놓는다. 매년 이렇게 재포장한 8kg들이 쌀을 100포 이상씩 이웃들을 위해 기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몸에 밴 봉사, 일 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고성주 회장이 이렇게 일 년 동안 이웃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은 벌써 30년 세월이 흘렀다. 봄이 되면 자신의 집으로 어르신들을 초청을 해 경로잔치를 연다. 520일 경에 여는 경로잔치가 올 해는 세월호 사고로 인해 10월로 연기가 되었다.

 

원래 5월에 잔치를 여는데 올해는 1017일 만석공원에서 시민을 위한 재인청 춤 한마당을 열고나서 날이 춥기 전에 경로잔치를 하려고요. 경로잔치에는 지동의 어르신들을 비롯해, 인근 우만동과 남수동 등에서도 찾아오세요. 3~400명의 어른들이 오시는데 저희 집이 그래도 넓은 편이라 다 소화를 해 낼 수 있어요라고 한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초복이 되면 삼계탕을 끓여 200명 정도의 어르신들에게 대접을 한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배추 1,000포기로 김장을 담가 독거노인 등에게 일일이 나누어 드린다. 이 김치배달은 수원뿐 아니라 인근 화성, 용인까지 전달을 한다고.

 

 

독거노인 등 이웃에게 전달할 터

 

이 자리에서 쌀 50포를 전달받은 지동주민센터 김종희 동장은 이 쌀은 독거노인 등에게 바로 전달이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용성 자치위원장은

“‘지동 어르신 큰잔치17() 오전 1130분부터 지동 제일교회 지하 1층에서 엽니다. 이 자리에는 오찬 및 축하공연을 하는데 꼭 참석해 주셨으면 한다.”고 하기도.

 

지동 어르신 큰잔치는 매년 가을에 열리는 것으로 인근 우만동 등과 같은 날 열리게 된다. 지동은 지역 내 예식장에서 열었으나, 올해는 그곳이 공사 중이라 제일교회 지하 1층에서 열게 되었다고.

 

지동에는 1600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계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경로잔치에는 800명 정도가 참석을 한다고 한다. 이날 잔치에는 봉사자 등을 합해 1,000명 정도가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이웃들을 돌보고 어르신들을 잘 모시는 것은 어느 곳보다도 앞선다고 하는 지동.

 

도심 중에서도 가장 연세가 많은 분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지동은 정이 많은 마을로 통한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기 때문에, 지동은 아직도 옛 정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뀐다고 해도 이런 이웃사랑의 실천이 있어, ‘사람이 살기 좋은 수원이 될 테니까요

 

장단을 치고 피리를 분다. 사람들은 길게 늘인 흰 소창을 어깨에 메고, 성주지경다지기를 부른다. 지경다지기란 땅을 단단하게 다진다는 뜻이다. 집안의 액을 물리치고 안과태평과, 동티가 나는 것 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4일 오후 오산시 세교동 모회사에서 벌어진 경기안택굿 보존회(회장 고성주)의 무격들이 주관을 한 재수굿 한마당.

 

오후 5시 경부터 상을 차리기 시작해, 이 회사의 재수를 빌어주는 경기안택굿이 시작을 한 것은 오후 6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그리고 굿이 끝난 시간은 5일 오전 2시가 조금 안돼서이다. 그 재수굿 중 집안에 성주신(城主神)을 놀리는 성주굿은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이날 굿 중 정말 잔치다운 굿거리였다.

 

 

성주신은 가신 중의 으뜸

 

성주굿(혹은 성주거리)은 안택굿 등의 제차에도 나타나지만, 집안의 가장의 나이가 27, 37, 47, 57, 67세 등과 같이 7의 수가 드는 해 10월에 택일하여 별도로 성주굿만 따로 제차를 행하기도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10월에 집집마다 무당을 데려다 성조신(成造神)을 맞이하여, 떡과 과일을 베풀어 놓고 빌어 집안의 편안함을 바란다.’고 적고 있다.

 

성주는 가신 중의 으뜸이다. 어떤 형태의 집이 되었던지 그 집에는 성주가 좌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신 중의 으뜸인 성주는 대개 대들보나 안방의 문설주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이것은 성주를 받을 때의 경우이고, 일반적인 안택굿이나 재수굿 등에서는 성주를 별도로 모시지 않는다.

 

 

열린 축제의 진수 보여주는 성주굿

 

성주굿은 재담과 해학, 춤과 소리, 그리고 신성(神性)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열린 축제의 가장 흥겨운 제차이다. 먼저 성주올리기라고 하여 동쪽으로 뻗은 솔가지를 꺾어, 소지로 묶는다. 그리고 쌀을 담은 그릇에 솔가지 성주대를 꽂아 조무(굿을 도와주는 무당) 한 사람이 그 자리를 붙들고 앉는다. 주무는 징을 치면서 성주신은 청배한다.

 

성주가 내리면 성주대가 움직인다. 성주대는 성주가 뜬다고 하는 경우에는 밖으로 뛰쳐나간다. 집안에 좌정해야 할 성주가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그 성주를 모셔 집안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애를 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날은 마침 성주가 바로 회사의 이층으로 올라가 대표 권아무개(, 46)의 집무실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서 신탁인 공수를 주고 난 후, 다시 굿청에서 내려와 권대표와 함께 신바람 나게 춤을 춘다. 성주굿의 재미는 바로 이런 놀이판에 있다. 우리 굿은 그냥 축원을 하고 신탁인 공수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질펀한 춤과 소리, 그리고 놀이가 함께하기 때문에 열린 축제라고 부르는 것이다.

 

 

성주굿의 백미 지경다지기

 

성주굿의 백미는 성주지경다지기이다. 집안의 대들보에 흰 소창을 길게 묶어 내리지만, 이날은 회사의 공장과 사무실을 겸한 곳에서 굿이 이루어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끝에 소창을 묶고 길게 늘여놓았다. 그리고 고성주회장과 무녀들이 그 끈을 어깨에 메고 지경다지기를 했다.

 

지경다지기는 성주축원을 한 다음에 경기 창으로 소리를 한다. 소리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흥겹다. 절로 춤이 나온다. 그렇게 소리를 주고받으면서 땅을 밟는 것이다. 춤을 추면서 땅을 밟는 행위는 기본이 잘 다져져 회사가 잘 되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한 시간 여를 그렇게 소리를 하고 난 뒤, 성주상에 실타래와 함께 묶어 놓았던 북어를 집안의 높은 곳에 모셔놓는다.

 

성주굿이 끝났다.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있다. 그래도 누구하나 피곤한 기색이 없다. 또 이야기보따리가 열렸다. 굿판은 웃음과 해학이 넘친다. 그런 열린 축제 마당인 굿이 있어 경기안택굿은 전승이 되어야 한다. 그 마지막 제차를 혼자 지켜가고 있는 고성주회장의 존재가, 굿판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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