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간은 절 입구에 세워놓는 깃대의 일종이다. 이 당간은 절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당’이라는 깃발을 달아두는 것으로 장간, 찰간, 기간, 번간 등 여러 명칭으로 불렸다. 당간은 목재나 철, 동, 석재 등으로 간대를 만들며, 지주는 대개 석재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전역에는 많은 당간지주가 남아있으나, 당간의 간대가 남아있는 경우는 흔치가 않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통도사 솟을삼문 입구 하천변에 세워져 있는 당간은 경남 유형문화재 제403호이다. 통도사 경내에는 수많은 문화재가 자리하고 있지만, 통도사를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당간이다. 당간은 어느 절이나 절 입구에 세워놓기 때문에, 절이 폐사가 되었어도 당간의 위치를 보면 그 절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탑처럼 꾸민 높이 7.5m의 석당간

석당간은 우리나라에는 몇 기만이 남아있다. 고려 말에서 조선조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통도사 석당간은, 기단부 전체가 후대에 와서 중수된 것이다. 기단부는 전반적으로 후대에 중수를 하면서 개보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도사 당간이 특별한 것은 마치 탑의 기단부와 같이 조성하였기 때문이다. 먼저 장대석으로 사방 하대의 윤곽을 잡고, 다시 짧은 장대석으로 기단을 놓았다. 기단석 남북 양편으로는 지주가 맞물릴 수 있도록 유구를 두었다. 지주의 상하에는 타원형으로 두 개의 간공을 내고, 동서방향으로 장대석을 보완하였다.




성호를 새긴 당간의 간대석

중앙에 간대는 옛 간대 그대로라고 하는데, 중앙에는 성호인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이라는 명문이 음각되어 있다. 통도사 석당간은 후대에 이르러 보수를 하면서 약간 그 형태가 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석당간이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7월 11일 이른 새벽부터 날이 우중충하다. 금방이라도 비가 퍼 부을 것만 같은 날씨에 양산 통도사로 향했다. 영축총림이라는 통도사는 벌써 10여 차례나 둘러본 곳이다. 하지만 갈 때마다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통도사처럼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절을 찾아간다는 것은 늘 마음이 설렌다. 아마도 한 곳에서 다양한 문화재를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불편한 몸으로 답사를 한 통도사

3시간 넘게 차를 달려 도착한 통도사. 떠날 때와는 달리 날이 뜨겁다. 몸이 편치가 않은데도 주차장에 도착을 해 바로 당간이 있는 곳을 찾았다. 냇가 옆에 서 있는 당간을 돌아본다. 통도사 석당간은 지금까지 보아오던 당간과는 그 형태가 판이하다. 사방에 네 개의 장대석으로 두른 후 그 안에 3층으로 기단을 놓았다. 기단 양편으로는 당간을 고정시키는 지주를 양편에 놓고, 상하로 당간을 고정시키는 구멍을 뚫어 석재로 만든 비녀를 꽂았다. 당간은 원형의 돌로 세웠는데, 몇 개의 석재를 이은 듯하다.



당간을 둘러 본 후 솟을삼문을 지나 안으로 향한다. 무더운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한다. 천천히 걷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숨이 턱에 찬다. 찬물이라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마음이 더욱 바빠지는 것은, 갈 곳은 많고 시간은 자꾸만 촉박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인가 보다. 그래도 이 많은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천근이나 되는 몸을 버티며 걷는다. 마치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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