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은 우리 생활에 아주 오래 전부터 요긴하게 쓰였다. 우선 짚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초가집의 이엉 엮기이다. 추수가 끝나는 가을이 되면 초가지붕을 새로 덮는데, 짚을 엮어 씌우고 맨 위에는 용마름을 얹는다. 그 외에도 소의 사료로 사용하는가 하면, 각종 도구 등을 만들기도 했다. 새끼를 꼬는가 하면 광주리, 짚신, 삼태기, 망태기, 다래끼, 채반, 멍석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짚으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짚을 사용하는 것은 제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사용을 하는 기간이 짧아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없지도 않아, 점차 짚을 이용해 제작한 도구 등이 사라지게 되었다. 또한 짚을 이용해 도구 등을 제작하려면 일일이 수공예품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짚공예를 할 수 있는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자 자연쇠퇴 되기도 했다.


‘호랑이 한 마리 사가시려우’

전주 경기전 안 서재마루. 열심히 짚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만들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 한 분은 연신 판소리 한 대목을 불러가며 손을 놀린다. 그 옆에는 직접 만들었다는 짚공예품들이 나열이 되어있다. 일반적인 소품이 아니라 멧돼지, 호랑이 같은 동물들이다. 그 짚으로 만든 동물들을 보다가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웃은 것이 아니고, 짚으로 만든 호랑이의 표현력 때문이다. 코털을 세우고 입을 쩍 벌린 호랑이는, 금방이라도 포효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빨이 날카롭고 혓바닥까지 있다. 외국인들은 신기한 듯 들여다보다가 연신 카메라에 담아낸다. 어린 아이 하나가 호랑이가 무섭다고 칭얼댄다. 옛날이야기라도 들은 것일까?



짚을 만지면 손이 거칠어진다. 그러나 예전에는 이렇게 직접 제작을 했다. 멧돼지와 돼지의 표현이 재미있다.

‘호랑이 한 마리 사가시려우?’농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일일이 새끼를 꼬아, 그것으로 제작한 호랑이다. 몇 날을 저 호랑이 한 마리를 만들기 위해 소일을 했을 것이다. 그런 것을 가격으로 따질 수는 없다. 그저 그 호랑이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어르신의 미투리는 신어도 좋을 듯

그 옆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 한 분이 연신 손을 놀리고 계시다. 앞에 보니 <김형철 할아버지의 수공예작품>이라고 쓰여 있다. 짚신이며 미투리, 소쿠리 등이 보인다. 비닐과 짚을 섞어 손수 제작하신 미투리가 눈길을 끈다. 당장 신어도 좋을 듯하다.


전주 경기전 안 서재마르에서 짚공예를 하시는 김형철 어르신과 수공예품인 미투리

짚공예의 역사는 상당히 길다. 『고려도경』에 보면 짚신을 만들 때는 삼이나 왕골 등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도경은 전 40권으로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 인종 1년인 1123년에 고려를 방문하여, 당대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군사, 풍속, 예술, 기술, 복식 등을 정리한 책이다.

누구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많은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짚공예. 이제는 실생활에 사용하기 보다는, 집안을 장식하는데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짚공예가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전 서재 마루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호랑이도,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 호랑이의 떡 벌린 입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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