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야 바디야 어야 어어야(어야 바디야 어야 어어야)

어여차 바디여(어야 바디야 어야 어어야)

썰물에도 천여 동이에(어야 바디야 어야 어어야)

밀물에도 만여 동이에(어야 바디야 어야 어어야)

가래질마다 금덩이 나오네(어야 바디야 어야 어어야)

 

바디질은 그물에 가득한 고기를 푸면서 하는 소리이다. 예전에는 연평 앞바다에 나가 조기를 잡을 때, 만선이 되면 그물이 찢어진다고 표현을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고, 돈을 실러간다고 표현을 했을까? 그런 그물 가득한 고기를 푸면서 하는 흥겨운 소리가 바로 바디질소리다. 이 바디질 소리는 어디나 다 동일하게 나타난다. 우리소리의 특징이 지역이나 창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데 비해, 바디질 소리 등 어요(漁謠)는 지역적 차이보다는 창자의 차이가 더 많은 것이 다르다.

 

 

'바디질 소리' 그게 머여?

 

이렇게 지역적 소리가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고기를 잡는 소리라는데 있을 것이다. 우리소리는 선창자의 소리를 따라 부르면서 잠정적인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그 소리가 필요시에 다시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되고, 그런 현장에서 창자의 기능에 따라 변화가 되기 때문이다. 농사는 한 지역에서 계속 지어지기 때문에, 그 지역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하지만 고기를 잡을 때 하는 소리가 전국적으로 흡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뱃일이라는 것이 어느 특정한 지역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기철이 되면 전국의 어선들이 조기가 많이 잡히는 연평도 근처에 몰려들었단다. 그곳에는 팔도의 사람들이 다 모인다는 표현을 한다. 그러다 보니 고기를 잡을 때 하는 소리는 모두가 공유를 한 셈이다.

 

만선이 되면 고기를 푸면서 하는 소리. 얼마나 흥에 겨웠을까? 이맘때가 되면 동해안은 그야말로 고기풍년이 들었다. 오죽하면 포구를 돌아다니는 개들도 생선 한 마리씩 물고 다닌다고 했을까? 동해안은 양미리철이다. 살이 탱탱한 양미리를 수북이 쌓아놓고 불에 구워먹으면 막걸리 생각이 절로난다. 그런 풍요로움 속에서 불리든 소리가 바로 바디질소리이다. 그렇게 어디를 가나 들을 수 있었던 풍요로운 바디질소리. 그런데 그 소리가 사라졌다.

 

 

"요즈음은 바디질소리 안하세요?"

"바디질, 그게 머여?"

"고기를 푸면서 하는 소리 있잖아요."

"풀 고기가 어디 있어. 잡히지를 않는데."

 

그물을 손질하는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향해, 사진을 찍지 말라고 역정까지 내면서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신다. 배를 탄 지가 40년이 넘었다는 분이다. 그런데도 요즈음은 배를 탈 기분도 나지 않는다면서 귀찮다고 어서 가란다. 그렇게 고기가 잡히지 않는 것일까? 

 

 

'바람만 보아도 일기를 알았지'

 

한마디로 '뱃사람 40년'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불어오는 해풍과 바다 냄새가 맡아도 오늘은 날씨가 어떨지, 어디쯤에 고기떼들이 모여 있는지를 알았단다. 그렇게 산 세월이 40년이라니, 참 길고도 지루한 세월이었을 것이다. 그런 어르신들에게 어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살아갈 의욕을 잃어버리는 것이란다.

 

"예전에는 그물 가득 양미리 떼들이 걸려들면, 좀 심하게 이야기해 배 고물이 물에 잠길 듯 했어"

"요즈음은 어때요?"

"요즈음, 옛날같지 않아. 매일 그물 손질하기도 짜증이 날 정도야."

"그나마 매년 11월과 12월에 하던 양미리 축제도 예전 같지 않은 듯해."

 

그만큼 황금어장이라는 동해안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언제나 다시 그 신바람 나는 바디질 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 아님 이대로 영영 다시 들을 수는 없을 것인지도 모른다. 찬바람이 부는 12월의 속초항은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춥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