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소재한 보물 제413호 독락당. 그 독락당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바로 계곡 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정자 계정이다. ‘계정(溪亭)’이란 이름이 딱 알맞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정자가 독락당 옆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을 내려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계정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다. 아니, 자연과 스스로 동화가 되어 자연의 일부분인 양 서 있다. 널찍한 암반을 발아래 두고, 그 암반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 물은 맑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정도로 푸르다. 계곡을 볼 수 있는 정자의 앞면은 축대 밖으로 돌출이 되어 있다. 기둥으로 떠받쳐 놓은 마루가 이 정자의 또 다른 멋을 연출한다.

 

 

500년 세월, 계곡과 함께 지내 온 정자

 

계정은 자손들이 독락당을 중건하면서 당시에 이미 있었음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처음 이언적이 독락당을 건축할 때 같이 조성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500년 가까운 세월을 이 계곡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니, 이젠 스스로가 계곡이 되었을 것 같다. 그래서 전국의 수많은 정자를 답사하면서, 늘 마음속에 정자 하나를 그리워하는가 보다.

 

독락당 안으로 들어가 양편에 황토와 돌로 쌓은 담을 따라 들어가면 계곡으로 나가는 출구가 있다. 이곳은 건물을 모두 담장으로 둘러쌓았으면서도, 담장마다 계곡으로 출입을 하거나 계곡 바람이 통하게 문을 내어 놓았다, 그리고 그 한편에 높은 축대 위에 걸터앉은 계정이 자리하고 있다.

 

 

 

 

호화롭지 않은 정자, 선비의 마음을 닮아

 

계정의 뒤편으로도 건물을 달아내어, 땅을 밟지 않고도 계정으로 옮겨 다닐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띤다. 그저 호화롭지는 않지만, 계곡의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이 계정의 매력이다. 밑에서 계정을 올려다보면 마치 계곡 위에 떠 있는 선계의 누각과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이언적 선생의 마음이 그대로 이 정자에 배어 있는 것은 아닐까? 화려함을 멀리하고 올곧은 생활을 하고자 하는 계정의 주인이 심성이 그대로 배어 있는 듯하다. 계곡에서 정자를 바라보면 마루 좌측 벽에 '계정'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자연은 정자 내에도 자리해

 

오른쪽에는 방을 두었고, 방 앞에는 '인지헌(仁智軒)'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이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어질고 지혜롭기를 바라는 이언적의 마음인가 보다. 바로 주인의 마음이 그대로 정자에 소롯히 담겨져 있다. 인지헌의 밑에는 축대 중간에 아궁이가 있다. 그 밑에서 불을 땔 수 있도록 하여,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계정 역시 담에 붙여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정자를 지었다. 안에서 보면 단층이지만, 밖에서 보면 중층 누각처럼 보인다.

 

 

독락당의 모습도, 계정의 모습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 자연이 되어 있다. 계곡을 닮아 있는 정자, 계정의 아름다운 까닭이다. 이 계절, 날이 더워질 때가되면 더 없이 계정이 그리운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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