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의 생태교통이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101일 오후 7시 반부터 행궁 광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생태교통의 성공을 축하했다. 50회 수원화성문화제와 생태교통 수원2013’이 함께 막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생태교통을 찾아 온 관람객 수는 약 100만 명. 그러나 이것은 각 부스별 이용자 집계이기 때문에 실제로 다녀 간 사람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생태교통 시범지역인 행궁동은 어떻게 변했을까? 주민들은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받아드리고 있을까? 그런 것들이 궁금해 다시 행궁동을 찾았다. 예견했던 것이지만 골목마다 차들이 그득하다. 화서문로에도 차들이 지나다닌다. 생태교통이 끝났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을 해야 한다.

 

 

차 없는 거리, 너무 행복했는데...”

 

사람들은 생태교통 때 몸에 배인 버릇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하기야 아스팔트가 아닌 길을 굳이 차도라고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어르신 한 분이 도로를 걷고 계시다. 뒤에서 따라가던 차가 답답했는지 빵빵거린다. 그런데 문제가 일어났다. 어르신이 차가 왜 이리로 다니느냐고 나무라는 것이다. 아직 생태교통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할머니, 어제부로 차 없는 거리가 끝났어요.”

그래도 여긴 차가 들어오면 안 되잖아

아뇨, 이제 차가 다닐 수 있어요.”

그래, 끝났어? 왜 벌써 끝내. 차가 없으니 세상 좋기만 한데

 

어르신은 끝내 눈물을 보이신다. 아마도 그 한 달 동안의 차 없는 거리가 너무 행복하셨나보다. 마음대로 도로를 걸어도 좋았다고 하신다. 굳이 주변을 살피지 않아도 아무 걱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고 생각을 하니,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정말 끝났구나. 허무하게도

 

아침에 일어나 나왔는데 눈앞에 택시가 보이는 거예요. 처음에는 택시가 왜 여기를 들어왔지 했는데 생태교통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죠. 이 아름다운 거리에 다시 차들이 돌아다니고 사람들은 그 차를 피해 다녀야 한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아요. 이렇게 끝나버리다니 너무나 허무해요.”

 

씸지공원 앞에서 땅콩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차민희씨는 당분간은 적응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하면서, 차가 다시 다닌다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한다. 행궁동을 두 바퀴째 돌아보았다. 한 달 동안이나 얼굴을 익힌 사람들이 오늘도 나왔느냐고 이야기를 한다. 행궁동의 변화를 보러 나왔다고 했더니, 늘 인사를 하던 한 주민은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끝날 것 같으면 한 달간의 고생이 무슨 필요가 있었겠어요. 이제는 하루 빨리 이 생태교통 시범지역인 행궁동을 지키는 일이 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주말에는 차가 없는 거리로 정한다던지, 이 지역에서는 자동차 경음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던지 그런 것을 정해야 합니다. 주민추진단에서 주민운영위 같은 것을 만들어야죠.”

 

 

아직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적응이 되기 전에 이 생태교통 마을을 지켜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한 어르신은 한 달간 차가 없는 거리에서 생활을 하면서, 이 세상 어느 곳보다도 행궁동이 자랑스러웠다고 말씀을 하신다.

 

세상에 어느 동네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어요. 어느 곳이 이렇게 사람들이 자유스러울 수가 있나요? 이런 마을을 다시 옛날처럼 차가 다니고 빵빵대고, 도저히 생각하기도 싫은 그런 모습들을 다시 본다면, 앞으로 여기서 살아갈 길이 캄캄합니다.”

 

생태교통은 끝났다. 하지만 주민들 마음속에는 아직도 생태교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누구에게 떠넘길 일이 아닌, 누군가 앞장서서 이 지역을 지켜내는 것이 먼저일 듯하다. 생태교통은 성공했지만, 앞으로 이곳을 지켜내야 한다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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