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소재한 수원갤럭시 웨딩홀 3층. 6월 22일(토) 오후 7시 이곳에서는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시인인 선생님을 둔 제자들이 시인이 되어, 선생님에게 시집을 헌정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날 주인공인 수성고등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친 운암 유선 시인이었으며, 시인인 제자 8명이 선생님께 시조선집을 헌정한 것이다.

 

팔달산 저 산자락을 온종일 날고 있어

제 산은 온통 청정 심연처럼 고요한데,

이제 막 고목 위에서 할딱이는 새 한 마리

속리산 깊은 숲속 마냥 놀다 올 것이지

그 옛날 맑은 공기 실켯 마셔 둘 일이지

네 목젖 매연에 감겨 욱신대고 있고나.

널 닮은 사람 하나 행궁동에 사는 환자

기침이 도지는 소리 엊저녁을 넘겼을까

반도가 앓고 있구나 수원 새도 앓는구나

 

유선 시인의 ‘수원의 새‘이다. 이 헌정 시집은 수성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인인 윤승기, 이경렬, 김우영, 최영선, 홍승갑, 김준기, 이강석, 이달영 등 8명의 제자가 스승을 위해 발간한 헌정시집이다. 시집에는 1부는 스승인 운암 유선의 시조선집으로 묶여있고, 2부는 제자 8명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8권의 시집을 출간한 유선시인

 

유선 시인은 충북 보은 출생으로 국제대와 경기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그동안 8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세월의 강을 건너며(‘86), 메아리치고픈 내 목소리(’92), 겨울 나무로 서서(‘98), 꽃 피고 지는 사이(2000), 신귀거래사(’04), 전원일기(‘08), 간이역 풍광(’10), 남한강 유역의 창(‘12)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이 날 ‘수원의 새’ 출판기념회는 윤수천, 임병호 등 문인들과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하여 노 시인의 출판기념을 축하해 주었다. 내빈소개에 이어 제자인 김우영 시인이 스승의 약력소개를 하였으며, 시집헌정과 헌정사와 답사, 꽃다발과 기념패 증정 및 축사, 시낭송 등으로 이어졌다.

 

 

시인 최영선(수성고등학교 19회 졸업)은 권두시에서

‘(전략)용서하소서

저희들의 늦은 귀향을

선생님께도 몇 번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 있으셨지요.

땅이 무너지고 하늘이 내려앉는

고통의 시간도 있으셨지요.

그럼에도 묵묵히

그저 묵묵히 그 고통을

詩作으로 감내하시며 한결같이

초연한 미소로 우리들을 맞아주시던 당신은

푸른 소나무 위의 고고한 백학이십니다(하략)‘이라고 했다.

 

 

답사에 나선 유선 시인은

“올해가 77세라는 나이를 먹었다. 그동안 8권의 시집에 수록된 1304편의 시작과 100여편의 시를 함께 묶어 출판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자랑스런 수성고등학교의 사랑하는 제자 8명이 이렇게 압축된 시집을 출판하였다. 이 시집에는 내 시와 함께 8명의 제자들이 쓴 시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더욱 뜻이 깊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스승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헌정 시조선집 ‘수원의 새’는. 제자들의 시와 함께 스승의 시를 묶어 세상을 빛을 보게 된 의미 있는 시집이다. 이 출판기념회가 더욱 뜻이 깊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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