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집을 나서면 가장 걱정거리가 바로 무엇을 먹을까 하는 점이다. 전국 어디나 음식을 파는 식당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많은 집들 중에서 어느 집이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운에 맡기자’라는 생각을 하고 식당을 찾아들어간다. 식당을 찾아들어갈 때는 이런 것을 먼저 본다.

가급적이면 사람이 많은 곳을 택한다. 이런 집은 거의가 음식이 먹을 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 앞에 ‘○○방송 출연’, ‘△△방송 출연’ 등 장황하게 써 붙은 곳은 가급적이면 피해서 들어간다, 그렇게 장황하게 써 붙인 집들은 음식 맛이 소문처럼 대단하지 않은 집들도 있기 때문이다.


음식 맛은 입소문으로 돌아야 제 맛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이 난 집들은 대개 방송 등에 출연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 나가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찾아들고, 항상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해 번잡한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에 출연한 집중에서도 음식 맛이 좋은 집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다.

일 년이면 거의 100일 가까이 밖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자연 음식에 신경을 쓰일 수밖에 없다. ‘먹는 데는 누구도 치사했다’라고 했다는데, 늘 밖에서 음식을 사먹어야 하는 나로서는 정말로 맛있는 음식을 하는 집을 만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몇 번 찾아갔던 지역이야 당연히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는 집을 대충은 꾀고 있지만, 낯선 곳에서는 가끔 곤욕을 치루기도 한다.



비빔회국수 깔끔한 맛에 반해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속초에 행사가 있어 그곳에 머물렀다. 딴 때 같았으면 콧바람을 쏘이며 돌아다녔겠지만, 행사 때문에 바쁘게 돌아치다가 보니 그럴 경황이 없다. 먹는 것 역시 신경을 쓰지 못하고 그저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속초에 사시는 분이 국수를 맛있게 하는 집이 있으니, 한 번 가보자는 것이다.

마침 행사장이 갯배를 타는 인근이고, 국수집 또한 갯배를 타는 속초로얄관광호텔 근처인지라 점심을 먹을 겸 찾아갔다. 그런데 식당이라는 곳이 테이블 서너 개에 불과한 비좁은 집이다. 이미 사람들이 차 있어 잠시 기다리다가 자리를 차지했다. 비좁은 식당 안, 벽면 한 곳에는 명함이 꽂혀있다. 비빔회국수를 시켜놓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먼저 육수를 갖다 준다. 멸치와 다시마 등으로 국물을 낸 육수의 맛이 일품이다.

멸치와 다시마 등으로 맛을 낸 육수가 일품이다.

국수와 함께 갖다 준 야채와 오징어 등으로 만든 양념을 넣고 비벼서 한 입 먹어본다. 식당의 겉보기와는 다르게 감칠맛이 입안에 감돈다. “맛이 괜찮죠?” 함께 간 분이 묻는다. 괜찮을 뿐인가 이것이. “육수와 같이 먹으면 더 맛이 나요”. 정말이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입안에서 녹는 듯하다.

몇 년이나 이곳에서 장사를 했느냐고 주인에게 물었다. 원래 장사를 하던 집인데 먼저 주인은 큰 곳으로 이사를 가고, 자신들은 3년 정도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니 자기들은 방송 같은데 나가고 싶지가 않단다. 식당 안에 테이블이 5개뿐이니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 고작 20명뿐이다.


속초 갯배 도선장 인근에 자리한 옛날 그집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오히려 배달이 더 많다는 국수집. 점심시간이라 그런가? 음식을 시키는 분들 대부분이 회국수를 시킨다. 아마 이 집의 별미라는 것이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가 보다. 입안에 도는 맛이 색다른 회국수 한 그릇. 오랜만에 만나는 맛있는 음식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역시 소문난 음식점은 입소문이 가장 믿을만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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