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지나 21일까지 대안공간 1전시실에서 전시

 

아침부터 정신없이 몇 곳을 돌았다. 남들은 주말과 휴일이 되면 모두 쉰다고 하는데 난 주말과 휴일이 되면 몇 배 더 바쁘다. 사람이 책임을 지는 일이 있다면 한시도 마음 편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그렇게 바삐 세상을 돌아치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살아가는 즐거움은 아닐까 한다.

 

두 곳을 지나 세 번째 들린 곳은 지역의 작가들의 산실 대안공간 눈이다. 이곳을 진즉 찾아가보고 싶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지난 번 찾아갔을 때는 마침 휴관으로 문이 닫혀있었다. 1전시실과 2전시실을 합해 ‘2018 대안공간 눈 신진작가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공간에는 9명의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찾아온 것은 바로 조은미 작가의 작품 대문이다. ‘숲은 길을 잃어버렸다라는 제목을 단 조은미 작가의 작품은 모두 6점이 1전시실에 걸려있다. 화려한 색채를 사용한 작가들의 작품 속에 흐릿한 연두색으로 그려 낸 그림이 오히려 눈을 끈다. 아마 그 알 수 없는 불명확한 색태와 선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만나기 힘든 조은이 작가의 작품

 

조은이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학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아무리 검색을 해보아도 작가의 전시를 한 이력도 보이지 않는다. 전시를 주관하고 있는 대안공간 눈의 홈페이지에도 조은이 작가의 프로필은 ‘2018 대안공간 눈 신진작가지원 특별기획전 <KNOCK>, 대안공간 눈(수원)’으로만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조은이 작가야말로 신진작가 중 신진이랄 수밖에 없다. 그런 작가의 그림에 푹 빠져 든 것은 바로 작품의 색채와 작품속에 보이는 경관 때문이다. 흡사 이웃에서 만날 수 있는 어린이 쉼터의 그림 같은 작품 속에 그려진 많은 나무그림들 때문이다. 그 많이 그려진 나무들을 잃어버린 숲으로 표현했다.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을 시작할 때에는 설렘이나 기대감보다는 두려움과 거부감이 앞선다. 사람들은 나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불편하게 했다. 나에게 놀이터는 그런 사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은 숲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나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외부세계와 차단시켜 주고 있다

 

 

또 다른 구속의 요인이 되는 놀이터

 

작가노트에서 조은이 작가는 그렇게 불편한 외부세계에서의 피난처로 택한 놀이터가 또 다른 구속이 된다고 한다. 즉 외부세계와 차단시켜 자신을 보호하는 놀이터지만 그 안전한 공간 안이 또 다른 구속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작가는 완전하지 않은 불완전한 모습으로 놀이터가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조은이 작가의 작품 속에는 선명하지 않은 놀이기구들이 서 있다. 그리고 주변은 숲이 둘러쌓고 있다. 하지만 숲의 색채와 놀이터의 놀이기구도 선명하지 않다. 아마도 작가가 이야기하듯 불완전한 모습들의 표현인 듯하다. 그 안에 내재된 작가의 작품들은 그렇게 완전해지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가 보다.

 

작품은 보는 이들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한다. 정작 조은이 작가는 놀이터가 불완전한 곳이라고 표현했는데 난 왜 그 작품을 보면서 마음이 편했을까? 세상을 더 많이 살았기 때문에 그런 불안에 이미 익숙해진 것은 아니까? 날을 잡아 작가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보아야겠다. 요즈음 나의 미술관 관람은 무조건 작가를 만나 작가의 속내를 들어보아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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