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구 권중로55(권선동)에 소재한 경기평생학습교육관. 그동안 몇 차례 이곳을 들린 적이 있지만 1층에 갤러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14일 오후 처음 알았다. 지인과의 약속 때문에 경기평생학습교육관을 찾아갔다가 시간이 좀 이른 탓에 학습관 경내를 돌아보다 1층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갤러리를 보게 된 것이다.

 

윤슬이란 순수 우리말로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곳은 경기도민의 관람기회 제공을 통한 문화예술 향유의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마침 윤슬에는 4회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동문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11일에 시작해 17일까지 이어지는 수용화전은 9명의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동문이 참여하고 있다.

 

구영옥, 김명순, 김선자, 김종덕, 김정선, 신은숙, 오건용, 이영태, 이정민 등 동문 9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 윤슬. 이곳을 관람하다가 눈에 띠는 작품 한 점을 만났다. 작가들의 작품은 모두 귀하다. 그 작품을 갖고 존귀여부를 따진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나 맞지 않는다. 작가이 작품은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품으로서 하나하나가 작가의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부조로 조성한 추억 속으로의 여행

 

갤러리 윤슬에 전시된 작품을 돌아보다가 김경순의 추억 속으로의 여행이라는 작품을 만났다. 작품은 부조로 항아리를 돋을새김 하고 그 안에 붉은 목련이 항아리 밖으로 가지를 늘어트리고 있는 형태로 조성하였다. 단지 화폭에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고 항아리의 절반을 잘라 목련까지 화폭에서 뛰어나게 조형한 작품.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춘 것은 지난 30여년 세월 전국을 다니면서 땀 흘려 답사한 문화재를 만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찾아 오랜 시간 전국을 답사하면서 특히 관심있게 본 것은 바로 마애불이었다. 바위에 불상을 돋을새김 한 마애불을 보면서 언젠가는 마애불에 관한 책을 한 권 써야겠다고 늘 생각하던 차에, 그렇게 돋을새김 한 김경순의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저 화폭에 작품을 조성한다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어떻게 이렇게 항아리의 반을 잘라 부조로 조성할 생각을 한 것일까?

 

김경순의 작품은 두 점이 전시되어 있다. ‘추억 속으로의 여행’ 12이다. 1은 투박한 질감 그대로의 항아리에 흰 꽃이 밖으로 줄기를 늘어트리고 있는 것과 파란색 항아리에 국화가 피어있는 작품이다. 그 중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추억 속으로의 여행2’라는 작품이다. 백자항아리에 붉은 자목련이 가지를 늘이고 있는 김경순의 작품. 그 앞을 쉽게 떠날 수가 없다.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즐겁다

 

수원에는 곳곳에 갤러리와 전시관 등이 소재하고 있다. 많은 갤러리와 전시관을 돌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동문전을 관람하면서 조금 시야가 젊어진 듯하다. 작가들의 작품이 그동안 보아왔던 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미술작품 관람도 좋아하시나 봐요?”

곁에서 지인이 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린다. 괜히 낯 뜨거워 지는 것은 잘 모르는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데, 혹 작품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조금은 난감할 것 같아서이다. 너무 작품에 빠져 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인은 웃으면서 무슨 그림이기에 그렇게 넋을 놓고 관람을 했느냐고 묻는다.

 

작품을 관람하면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문화재답사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갤러리 윤슬에서 만난 김경순의 작품 추억 속으로의 여행’. 잠시나마 전시작품이 준 즐거움에 젖어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