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의 사라지는 명소 금모래 은모래

 

2월 2일 오후,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여주 신륵사는 태백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흘러오는 강길 중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곳 중 한 곳이다. 더욱 이곳은 강이 휘감아 돌면서 한편에 자연스럽게 쌓여 퇴적이 된 모래톱이 아름다워 '금모래 은모래'하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여주 남한강변의 명소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인해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찬 날씨에 찾아간 신륵사 강월헌. 이곳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은 절경이다. 강월헌의 주변으로는 기암괴석이 남한강의 물줄기를 맞이하고, 건너편에는 그 유명한 금모래 은모래 밭이다. 그리고 그 뒤로는 천연의 숲이다. 이곳은 남한강 유원지라고 하여, 일 년이면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강월헌 가까운 곳까지 오탁방지막이 처져있다. 그 이유는 바로 신륵사 건너편의 금모래 은모래 밭의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기 위해서, 그곳에 중장비들이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일이여, 이제 무엇을 보고 살아. 저렇게 다 퍼가면…."

 

여주에서 태어나 여주에서 살아 온 분들이 한마다씩 한다. 어려서부터 늘 가서 뛰어놀던 곳이, 바로 금모래 은모래밭이었다는 것이다. 한참을 놀다가 땀이 나 그 뒤편에 있는 숲에 들어가면 시원하기가 이를 데 없었단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간직한 명소인데, 그곳이 송두리째 날아가고 있다. 

 

새들도 넘지 않는 오탁방지막

 

  
▲ 오탁방지막 금모래 은모래의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기 위해 쳐놓은 오탁방지막
ⓒ 하주성
오탁방지막

  
▲ 유원지 숲 금모래 은모래 모래밭 뒤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진 숲이 있다. 이 숲도 절반이나 잘려 나간다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한다.
ⓒ 하주성

 

넓은 모래밭을 파 올려 여기저기 모래더미를 쌓고 있는 현장. 그런데 그 앞으로 처져있는 오탁방지막을 보면서 희한한 모습을 보았다. 오탁방지막 밑으로는 중대백로며, 오리 떼들이 모여 있는데, 오탁방지막 위쪽으로는 단 한마리의 새도 보이지 않는다.

 

"저 새들이 침묵시위를 하는 것 같아요"

"침묵시위라뇨?"

"저기 좀 보세요. 원래 중대백로라는 새들이 저렇게 무리를 지어 다니지 않잖아요. 그런데 저 바위에 보세요. 저렇게 모여서 움직임이 없는 것이 흡사 침묵시위라도 하는 듯 하잖아요. 새들도 강을 저렇게 파헤치니 화가 난 것 같아요."

 

중대백로가 무리지어 사는 새인 줄만 알고 있던 나이다. 그런데 바위 위에 여기저기 20여 마리의 새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강에는 오리 떼들이 무리지어 날았다가, 다시 내려앉고는 한다.   

 

젊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강월헌에 찾아들었다. 그리고 굴착기로 파서 쌓아올린 모래더미를 연신 찍어댄다. 저마다 오탁방지막이며 모래더미를 찍는 사람들.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저 건너편에 호텔도 들어 온데요. 여주가 발전을 하는 것은 좋지만, 저렇게 마구 파헤치면 어쩌려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흡사 모래 파먹기 대회를 하는 듯한 현장

 

  
▲ 중대백로 오탁방지막 밑 바위에 무리지어 앉아있는 중대백로들. 마치 강을 파헤치는 것에 대해 침묵시위를 하는 듯하다.
ⓒ 하주성
오탁방지막

  
▲ 오리떼 남한강은 수 많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러나 올에는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 하주성
오리

강천보의 금모래 은모래 모래밭의 모래와 자갈 채취를 시작으로, 여주보의 산이 되어가고 있는 모래와 자갈 채취현장, 그리고 이포보의 마치 포격에 맞은 듯한 웅덩이가 된 현장. 여주의 현장들은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흡사 다투어 모래자갈을 파먹기 위한 시합이라도 벌이는 듯하다.

 

그 아름다운 모래밭이 망가져가는 현장을 보는 사람들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도대체 이렇게 자연을 마구 파헤쳐도 되는 것인지. 이미 환경이나 자연보호라는 말은 거리가 멀다. 강월헌 건너편에 줄을 지어 꽂아 놓은 빨강색 깃발들. 저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저 숲도 반이나 잘려 나간대요."

"건너편 저 숲 말인가요?"

"예, 이제 여주의 가장 아름다운 강 길이 송두리째 사라지네요."

 

  
▲ 현장을 떠나는 중대백로 모래밭 모래와 자갈채취가 보기 싫은 듯, 바위를 떠나 남한강 위로 나는 중대백로
ⓒ 하주성
중대백로

 

중대백로 한 마리가 파헤쳐지는 모래밭이 보기 싫다는 듯, 남한강 위로 날아간다. 그 뒤로 또 한 마리. 그렇게 바위 위에 침묵으로 앉아있던 새들이 떠났다. 그리고 저 멀리 작업현장만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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